이스라엘 신생 휴대폰 업체 모두(Modu)가 내놓은 휴대폰은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처음 본 사람은 먼저 크기에 놀란다. 37.6×72.1×7.8mm(가로×세로×두께)에 무게는 40g.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로, 손에 쥐면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정도다. “세계 최소형 최경량 휴대폰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작다고 얕보면 오산이다. 컬러 LCD 액정화면에 마이크와 스피커, USB 포트와 블루투스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기본 기능인 음성통화와 메시지 전송 외에 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며, 16GB 대용량 저장공간도 제공한다. 그야말로 ‘매운 고추’다.

허나 모두 휴대폰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다. 한마디로,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모두 휴대폰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휴대폰이지만, 얼마든지 다른 기기들과 연결해 새로운 제품으로 변신한다.
기능 모듈화…원하는 기기에 꽂아 다양한 용도로 변신
비결은 ‘재킷’(jacket)과 ‘메이트’(mate)에 있다. 재킷은 말 그대로 모두를 변신시키는 겉옷이다. 이용자는 원하는 재킷을 구매한 뒤 카드를 끼우듯 모두 휴대폰을 재킷 슬롯에 끼우면 된다. 말하자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확장기기인데, 기능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예컨대 ‘러브 재킷’은 무선통신망 기능을 확장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구 위치를 파악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는 기능을 내장했다. ‘스토리지 재킷’은 데이터 저장 기능을 확장해주는 기능을 지녔고, ‘스포츠 재킷’은 조깅을 하면서 팔에 부착해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받도록 해준다. 재킷 자체는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만들기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메이트’는 이를테면 모두를 꽂을 수 있는 슬롯을 내장한 독립형 소비자 가전제품이다. 각 가전제품에 모두를 카드처럼 끼워 연결해, 기존 제품에 휴대폰의 통신 기능이나 스토리지 기능을 연동하도록 해주는 컨셉트다. GPS나 MP4 플레이어, 디지털 액자 같은 ‘메이트’에 모두 휴대폰을 꽂으면 통신 기능이 덧붙는 식이다.
‘디스플레이 메이트’에 모두 휴대폰을 꽂으면 평소엔 디지털 액자로 쓰다가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 디스플레이에 해당 메시지가 바로 뜬다. ‘카 메이트’는 자동차 오디오에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운전 도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지녔다. 내비게이션이나 UMPC 등 ‘메이트’로 확장할 수 있는 기기는 거의 무한대다.
이용자는 휴대폰을 구입한 뒤 원하는 재킷만 따로 구매해 쓰면 된다. 휴대폰 핵심 기능이 업그레이드하더라도 이미 구입한 재킷은 그대로 쓸 수 있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건 제품을 모듈화한 덕분이다. 회사명 ‘Modu’도 ‘모듈러’(Moduler)에서 따왔다. 각 기능을 컴포넌트화해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결합·해체가 가능해진 것이다.
모두가 노리는 효과도 여기에 있다. 도브 모란 모두 본사 사장은 “이동통신사는 새 단말기를 원하는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고 신규가입자 유치 비용도 낮출 수 있으며, 가전업체엔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준다”며 “이용자 또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형태를 고를 수 있으며, 업그레이드도 쉽고 저렴하다는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모두 휴대폰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 혁신적인 휴대폰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08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처음 소개됐다. <C넷>, <CNN>, <파이낸셜 타임즈> 등 많은 언론들이 앞다퉈 작고 혁신적인 휴대폰에 초점을 맞추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이스라엘, 이탈리아, 러시아에선 이미 출격 준비를 마쳤다. 나라별 이동통신업체와 손잡고 올해 연말께 첫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일본과 미국도 올해 안에 이동통신사와 제휴 내용을 확정지을 전망이다.
한국에 디자인센터 설립, 아시아 전진기지로
아쉽지만 국내에선 빨라야 내년 하반기께나 제품을 쓰게 될 모양새다. 모두가 출시 첫 단계에선 GSM 및 GPRS 방식을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도브 모란 사장은 “내년 5월께 HSDPA 방식을 내놓은 뒤 순차적으로 CDMA 방식까지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브 모란 모두 CEO
모두는 5월14일 한국지사 ‘모두모바일코리아’를 공식 설립했다. 해외 지사로는 지난달 설립한 오스트리아 유럽지사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지사는 당분간 디자인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15명 안팎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팀도 꾸린 상태다. “당분간은 디자인센터 역할에 집중하며 아시아 시장을 모니터링하겠지만, 한국내 제품을 출시할 때가 되면 판매관련 영업활동도 한국 지사에서 맡을 것”이라고 도브 모란 사장은 기대했다.
모두 휴대폰의 성패는 제휴 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되도록 많은 가전업체 및 단말기 제조사와 손잡고 모두 휴대폰을 지원하는 제품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 이동통신사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도브 모란 사장은 “‘모두’가 한국말로는 함께한다, 협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의미에 맞게 우리 회사도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전세계 많은 이동통신사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우리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USB 메모리 창시자에서 모듈형 휴대폰 개발자로
모듈형 휴대폰 개발사 ‘모두’를 설립한 도브 모란(Dov Moran) 사장은 제품만큼이나 색다른 경력을 지녔다. 모란 사장은 18년전, 지금은 우리가 흔히 쓰는 USB 메모리를 처음 고안해냈다. 이후 그는 엠시스템즈란 회사를 설립해 플래시 메모리와 관련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으며 사세를 키웠다.
2006년 회사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원)까지 끌어올린 도브 사장은 그해 말, 엠시스템즈를 샌디스크에 16억달러(약 1조6천억원)에 매각해 큰 돈을 거머쥐었다. 이후 ‘모듈형 휴대폰’으로 눈을 돌려 2007년 모두를 설립하고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한국 지사인 모두모바일코리아를 이끄는 수장들도 눈에 띈다. 오춘식 모두코리아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수석 부사장, 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침몰 위기의 하이닉스반도체를 다시 일으키고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부문 설립을 주도해, 회사가 낸드 플래시 부문 세계 3위 업체로 발돋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이닉스 재직 시절 엠시스템즈 CEO였던 도브 모란을 만나 친분을 쌓고 친구처럼 지낸 인연이 계기가 돼 모두코리아 선장을 맡게 됐다.
이영하 부사장은 모두코리아에 합류하기 전 4년동안 팬택앤큐리텔 최고기술책임자와 연구소장을 맡은 휴대폰 전문가다. 이전에는 삼성전자에서 20년동안 카폰, PC, PDA 등 제품개발과 해외전략 마케팅을 맡았다.
오춘식 모두모바일코리아 사장과 도브 모란 모두 본사 CEO, 이영하 모두모바일코리아 부사장(왼쪽부터).





2 comments untill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