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겨울 무렵,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그라미는 그릴 때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달랐다. 어? 신기하네. 청년은 동그라미를 계속 그렸다. 동그라미는 이내 가지를 쳤다. 동그라미에 작대기가 붙고 점이 붙었다. 동그라미는 토끼가 됐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는 이내 닭이 됐고 개, 말, 떠기, 즐거운여자가 됐다. 이 여섯 친구는 서로 다양한 모양들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연결된 생각들은 ‘핵페이지’란 거대한 드로잉 작품으로 거듭났다.

서른아홉. 어느덧 ‘중년’ 소리가 낯설지 않은 나이가 됐다. 홍학순씨는 지금도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 동안 ‘일러스트 작가’란 꼬리표도 붙었다. 동그라미는 그에게 작은 우주다.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얘기가 있고, 꽃이 자라고, 정신이 깃든다. 이 모든 것들은 다시 동그라미로 태어나고, 증식하고, 소멸한다.

동그라미는 홍학순 작가가 혼자 그려낸 세계가 아니다.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교감한 체취가 동그라미로 잉태된다. 이 동그라미 작품을 홍학순 작가는 ‘본능캐릭터’라 부른다.

홍 작가도 한동안 ‘우유각 소녀’로 살았다. 얼굴이 네모나게 각지고, 예쁜 소녀만 보면 얼굴을 붉히는 우유각 소녀는 곧 홍학순이었다.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 ‘계속 달리는 잉카씨’와 ‘띠띠리부 만딩씨’를 출산하며 우유각 소녀는 다시 ‘작가 홍학순’이 됐다.

홍학순 작가가 다시 동그라미를 그린다. 24개 소우주로 만들어질 장편 애니메이션 ‘전우주의 친구들’ 첫 세상은 ‘본능 미용실’. 이번엔 좀 유쾌한 동그라미 세상을 그려보겠단다. 그래요. 함께 만들어요.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그 마음 속 꼭꼭 숨겨둔 본능을 동글동글 그려드릴게요. 당신만의 ‘본능 아바타’를 ‘본능 미용실’로 초대할게요.

내 본능이 알고 싶다면? ‘텀블벅’을 찾아 ‘전우주의 친구들’이 되자. 십시일반 동그라미를 채우고 잇자. 나의, 전우주의, 우리 모두의 본능 캐릭터로 ‘본능 미용실’을 채우자. 이렇게 완성된 ‘본능 미용실’을 저작자를 밝히고 돈벌이로 쓰지 않고(BY-NC) 널리 퍼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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