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이용자에게 빠르고, 편리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기치를 내건 검색 기업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찾아주는 정보들은 누구나 불편함 없이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어떤이는 신체나 통신 환경, 사양이 낮은 기기에 따른 불편함으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T.V. 라만 박사는 이런 숙제를 늘 품고 있는 구글 직원이다. 그는 16년 동안 컴퓨터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웹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매달려 온 과학자다. 2005년부터는 구글에서 웹 접근성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T.V. 라만 박사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구글이 웹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국내 안드로이드 협력사들과 접근성 기능 지원을 위한 모임을 갖기 위해서다.

T.V. 라만 박사는 ‘접근성’이란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길 우선 당부했다. “웹 접근성은 시·청각 장애인들도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데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거기엔 누구나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는 글씨가 안 보여서가 아니라, 글씨가 작기 때문에 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소음이 심한 바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웹 오디오 정보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는 장애가 발생합니다. 구글은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환경에 맞춰 정보를 전달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금껏 웹 접근성을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를 위한 ‘시혜’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고를 넘어서자는 얘기다.

T.V. 라만 박사는 “구글도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이런 기술이 훨씬 더 많은 이용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라며 “기존 가정과 전제를 파괴하고 사고의 테두리를 넘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니, 이용자에게 훨씬 유익한 보편적 기술을 낳았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유튜브가 2008년 적용한 자막 기능을 보자. 2008년 8월 공개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자신이 올린 동영상에 120여개 언어로 자막을 달 수 있다. 2009년 11월에는 동영상 속 음성을 자동 인식해 자막으로 바꿔주는 기능도 덧붙었다. 이 기능은 처음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으로 개발했지만, 서로 다른 언어나 문화권 이용자가 언어 장벽 없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발전했다.

유튜브에 붙은 자막은 구글 검색 결과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T.V. 라만 박사는 “동영상에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해 자막이 덧붙으며, 동영상도 비로소 검색 가능한 정보가 됐다”라며 “접근성을 제공하는 건,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맞춤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덧붙였다.

그는 구글의 접근성 지원 최종 목표를 “전세계 모든 정보를 온라인화하고 이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종착지는 ‘기기’다. 이용자가 PC를 쓰든 스마트폰이나 다른 휴대기기를 쓰든, 웹 정보에 어떤 가공된 형태로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구글은 최근 공개한 구글 크롬OS와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에 내장된 접근성 지원 기능을 사례로 들었다. 구글은 올해 5월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에서 구글 크롬용 접근성 확장기능 프로젝트 ‘구글 액스 크롬‘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구글 크롬OS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시각장애인은 크롬OS 기반 노트북을 켜는 순간부터 음성안내를 통해 웹을 탐색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접근성 기능을 보장하는 ‘아이즈 프리‘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는 구글 호환성 테스트(CTS)를 거쳐 ▲화면 속 내용이나 이용자 행동, 전화나 문자메시지 송·수신 등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토크백’ ▲GPS와 음성 기술을 활용해 이동 중 이용자에게 교차로나 번지수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휴대용 무선전화기’와 ‘교차로 탐색기’ ▲화면을 보거나 글자를 입력하지 않고도 웹이나 주소록을 검색하고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음성검색’과 ‘음성액션’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에선 아직 이같은 접근성 지원 기능이 제대로 탑재돼 있지 않다. 국내 시각장애인들이 접근성 지원 기능이 뛰어난 아이폰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T.V. 라만 박사는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폰은 기기 제조사가 너무 많아 접근성 관련 협력을 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폰은 첫 출시 후 3년이 지나 접근성 기능을 제공한 반면, 안드로이드는 출시 11개월만에 접근성 기능을 기본 내장했다”라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접근성 지원 노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을 제정하며 3년 안에 모든 스마트폰이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도 2007년 4월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웹 접근성을 의무 보장하게 됐지만, 스마트폰까지 접근성을 의무 보장해야 하는 지를 두고 법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T.V. 라만 박사는 정부와 민간 영역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접근성 보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 최저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간 영역은 이 최저선만 지키려고 안일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상한치와 하한치를 나눠 맡을 때 접근성 보장도 제대로 꽃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 태어난 T.V. 라만 박사는 14살때 녹내장을 앓은 뒤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 뒤 인도 푸네대학에서 수학 학사, 인도 공과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도비시스템즈와 IBM 연구소 등을 거쳐 2005년부터는 구글에서 웹 접근성 관련 기술과 관련 인터페이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youtube dozYBEp8Ays 500 406]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