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140년 넘게 권위를 지켜온 학술지 ‘네이처’가 ‘열린 논문’ 실험에 동참했다. ‘네이처’를 발행하는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NPG)은 1월6일 ‘사이언티픽 리포트’란 온라인 오픈액세스 저널을 발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NPG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학술지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사이언티픽 리포트’도 이런 실험의 연장선에 서 있는 프로젝트다.

오픈액세스 저널이란 이름대로 학술지 기고부터 리뷰, 유통까지 과정을 기고자와 독자에게 개방하는 ‘열린 잡지’다. 오픈액세스에 참여하는 저자는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APC) 논문을 게재하는 대신, 이렇게 공개된 글은 누구나 정해진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논문 기고자는 1건당 1350달러, 우리 돈으로 150여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직접 대야 한다. 그 대신 자기 논문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나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이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조건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공개할 수 있다. NPG는 저자에게 받은 비용 가운데 건당 20달러씩 떼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에 기부한다. NPG쪽은 연간 기부금액이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기고하는 저자에겐 CC 우대회원 자격을 제공한다.

‘네이처’는 2010년 4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란 생물학·물리학·화학분야 전문 온라인 학술지를 창간하면서 오픈액세스 옵션을 도입한 바 있다. 12월에도 15개가 넘는 잡지에 오픈액세스 출판 방식을 함께 적용했다. 이런 식으로 NPG에서 발행하는 학술·과학지 50개 가운데 41개가 오픈액세스 출판 방식을 저자에게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NPG 전체 발행 잡지가 83개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이 개방형 기고 방식을 함께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40여개가 넘는 꼭지에 오픈액세스 방식을 전면 도입한 NPG 학술지는 ‘사이언티픽 리포트’가 처음이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여러 면에서 전통 학술지 생산·유통·소비 방식과 비교된다. 권위 있는 전통 학술지들은 제작 비용을 대는 대신, 소비의 일정 부담을 지운다. 비싼 가격에 잡지를 파는 것은 곧 독자에게 비용을 짐지우는 것과 같다. 그 대신 논문 게재 문턱을 높여 권위를 지키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비용을 독자가 아닌 저자가 부담하는 대신, 문턱을 낮췄다. 논문을 개재하는 문이 넓어진 대신, 해당 논문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공개한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읽고, 공유하고, 인용하게 함으로써 해당 논문과 잡지의 ‘권위’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셈이다. 논문이 널리 공유되는 만큼, 저자는 스스로 표절·날조·위조에 대해 자기검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러 독자들의 평가를 의식한다면 학자로서도 ‘거짓말’을 하기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문턱이 낮은 오픈액세스 저널은 논문 질 저하 위험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개방과 권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오픈액세스 저널의 과제인 셈이다.

데이빗 훌 NPG 저작권정책 담당 이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NPG의 완전히 새로운 모험”이라며 “오픈액세스 비용을 대겠다는 연구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의 출판에 대한 저자들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창간 배경을 밝혔다.

NPG의 ‘사이언티픽 리포트’ 창간에 대해 CC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NPG는 오픈액세스의 힘을 믿고 있으며, 권위 있는 세계적 출판그룹답게 다른 오픈액세스 저널의 권위를 높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사이언티픽 리포트’ 발간과 더불어 CC와 NPG의 장기적 유대를 강화하는 길이 마련됐음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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