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착하게 살자. 여유가 있든 없든, 남을 돕자. 이웃을 배려하고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자. 하찮아보이는 내 행동이 썩 괜찮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선(善)이란 그렇게 보면 타고난 인간 본성이자 추구하는 바일 게다. 누군들 처음부터 악하게 살고 싶겠는가. 허나 사는 게 그런가. 무심결에 신호 위반도 하고, 길거리에 침을 뱉을 때도 있다. 내 이로움을 위해 누군가를 모욕하고 비난하는 일도 적잖다. 그럼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끊임없이 올바름을 갈구한다. 머리와 몸, 당위와 현실, 도덕과 처세 사이엔 간극이 늘 존재한다. 양심의 눈높이쯤 되려나.

누구나 마음 한구석엔 사회에 대한 부채감 한 줌씩 품고 살아간다. 어떻게 갚을 것인가.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고들 한다. 페이스북이 세계를 지배할 거라고도 말한다. 포털이 정보를 독식한다고 걱정하면서 끊임없이 주변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 바탕엔 뭐가 있을까. ‘관계’와 ‘공유’가 있다. 트위터 타임라인 속에서 소통과 연대를 모색하려면 누군가와 관계 맺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그 자체로 관계망이다. 정보가 빠진 포털을 생각할 수 있을까. 포털이란 얼개를 메우는 건 디지털화된 정보 더미다. 그게 울타리 너머로 퍼지고, 네트워크를 타고 범람한다. 닫힌 프레임이든, 외부에 열린 공간이든 다를 바 없다.

그러고보면 답이 보인다. 세상을 보다 낫게 변화시키고, 더불어 마음 속 부채까지 갚을 기회. 내 정보를 열고, 다른 이와 관계망을 이어보면 어떨까. 내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를 기웃거리는 이유다.

CC코리아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를 알리고 보급하는 비영리단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취지와 이념을 알리는 한국내 조직이다. CCL은 저작물 사전이용 허락 표시다. 저작물이란 정보, 곧 콘텐츠다. 그러니 CCL을 단다는 건, 내가 쥔 정보를 다른 이들이 쉽게 쓰도록 내놓는 일이다. 준다고 해서 없어지는가. 나도 갖고, 남도 받는다. 굳이 꽁꽁 숨겨둘 정보가 아니라면 남들이 쉽게 쓰도록 배려하자는 얘기다. 말하자면 ‘디지털 노략질 허용’이다.

정보 공유는 첫 걸음일 따름이다. 나누면 정보가, 상상력이 커진다. 내가 퍼뜨린 정보는 관계와 공유망을 유랑하며 채워지고 다듬어진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로, 누군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새 창작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그게 역정낼 일인가. 기꺼이 즐거워할 일이다.

CC코리아는 끈끈한 연대 조직이 아니다. 스스로 즐겨 참여하는 활동가들이 때마다 모이고 흩어진다. 누군가 제몫을 하고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활동가가 자연스레 채운다. 한두 번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들이 적잖지만, 관계와 공유란 울타리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리란 믿음은 굳건하다. 그 느슨한 연대가 주는 즐거움이 고맙다. 하찮은 내 정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겁게 나눌 수 있어 좋다. 내가 놓아준 콘텐츠가 세상 어딘가로 흘러가 연대하고 커나가는 걸 상상하면 마음 설렌다. 그러면서 마음 속 빚의 무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그런 면에서 CC는 문화운동에 가깝다. 보다 단단히 조직화된 사회·문화운동이 왜 없겠나. 그 또한 내 스스로 판단해 즐거이 참여하면 될 일이다. CC 활동은 정보공유 활동이나 문화적 자유주의 운동의 대체제가 아니다. 관계와 공유의 힘으로 세상을 즐겁게 바꾸고자 하는 곳엔 늘 열려 있는 커뮤니티다.

벌써 5년째다. 이름만 걸친 부끄러운 자원활동가지만, 받은 게 더 많아 늘 미안하다. 그래서 이웃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이 느슨한 연대에 한 발 들여보자. 나누고 만드는 기쁨을 더불어 즐겨보고 싶다면.

[vimeo 17104138 500 375]

Comments

  1. CCL이나 오픈소스 같은건 제작자가 공유를 ‘허용’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노략질’은 허가받지 않고 남의 것을 강제로 뺏는 행위죠.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해적 컨셉의 연장선에서 단어를 쓰신것 같은데 CCL 된 컨텐트를 가져가는것을 노략질이라고 볼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1. ‘노락질 허용=CCL’이란 뜻이었습니다. 글에 담은 의도는 키엘님 말씀과 동일합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꾸벅~

    2. 노략질이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CCL과는 안맞는것 같아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좀더 의미가 비슷한 멋진 말이 있지않을까 해서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