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를 만들 땐 되도록 웹표준을 지켜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 때 ‘웹표준’은 누가 만들까. 표준을 제정하는 기관은 여럿이지만, 가장 권위 있고 믿음직한 곳은 하나다.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다.

W3C는 ‘웹’에 관한 모든 기술과 규약에 관한 글로벌 표준안 마련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다. 우리에게 낯익은 HTML, HTTP, URL, XML 같은 웹 기본 표준부터 위젯, 디바이스 API, HTML5 같은 최신 웹표준 기술이 W3C에서 마련됐다. W3C 의장은 ‘인터넷의 창시자’로 유명한 팀 버너스 리가 맡고 있다. 2010년 11월 현재 전세계 326곳 기관과 기업이 W3C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한국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모바일웹2.0포럼,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가 회원사로 참여한다. 전세계 18곳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데, 한국에선 ETRI가 2002년 3월부터 공식 지정돼 활동하고 있다.

이 W3C에서 CEO를 맡고 있는 제프 자페(Jeff Jaffe)가 11월10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페인과 독일을 거쳐 한국을 찍고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회원사 연례 방문 활동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뜻이 담겨 있다. 11월10일 공식 발족한 ‘W3C HTML5 한국관심그룹(KIG)’의 첫 회의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맡았다.

11일 오후에 열린 KIG 회의를 앞두고 제프 자페 CEO를 만났다. 그는 올해 11월 열린 W3C 총회에서 ‘개방형 웹 플랫폼’을 선언했으며, 방한 기간 동안 웹표준 작업의 중요성을 국내 기업들에 강조하고 협력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왜 웹표준을 따르면 좋을까. 제프 자페 CEO는 “웹표준을 지키면 내 아이디어를 표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질라그룹과 오페라소프트웨어, 애플까지 주요 웹브라우저 업체들이 W3C 워킹그룹에 참여해 웹표준 기술을 지원하는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니 특정 웹브라우저나 기업에 종속된 기술을 쓰는 것보다 웹표준 기반 기술로 아이디어를 구현하면, 웹브라우저가 내장된 어떤 플랫폼이나 단말기든 이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동안 웹표준 지원에 미적거리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터넷익스플로러8(IE8)부터는 웹표준 기술 지원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곧 나올 IE9는 HTML5와 같은 최신 웹표준 기술도 적극 받아들인다. 그래서 제프 자페 CEO는 “작은 회사라 해도 웹표준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하면 비즈니스 현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웹표준 준수의 혜택을 설명했다.

‘웹은 죽었다’고 선언한 해외 유명 매체의 도발적 지적에도 W3C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제프 자페 CEO는 “전세계에서 30억명이 넘는 사람이 매일 웹에 접속하고 있다”라며 “웹은 다양한 층위가 있고 이는 심플 웹, 애플리케이션, 소셜 웹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뿐”이라고 되받았다. “HTML5 같은 최신 웹표준 기술을 사용하면 지금까지 특정 회사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웹기반 그래픽과 서비스를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건 곧 ‘웹은 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게 제프 자페 CEO의 지적이다.

모바일 세상에서 웹과 응용프로그램(앱)의 주도권 다툼에 대해서도 W3C는 모바일웹의 손을 들어준다. “앱의 효용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웹이든 앱이든 장단점이 있는 만큼, 기업이 필요에 따라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적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일입니다. 앱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돌아가므로 서로 다른 기기나 플랫폼용으로 중복 개발·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웹은 브라우저만 있으면 멀티 플랫폼에서 문제 없이 구현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허나 궁금하다. 누구든 똑같은 표준 기술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서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는 웹표준 기술 위에 자사 독자 기술을 얹으려는 기업들이 즐겨 내세우는 주장이기도 하다. 제프 자페 CEO가 내놓은 해법은 간명하다.

“특정 기업에 종속된 기술은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걸 W3C로 가져와서 표준화하면 됩니다. 기업이 혁신을 이끌고 싶어하지만 그 혁신이 웹표준과 충돌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혁신은 매력적이고 위대해 보이지만, 그 열매는 작을 뿐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에 필요한 건 웹표준을 따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혁신과 웹표준 사이의 긴장입니다.”

제프 자페는 MIT에서 전기공학과 전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IBM을 거쳐 벨연구소 연구소장과 노벨연구소 CTO를 역임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자문단을 맡기도 했다. 2010년 3월부터는 W3C CEO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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