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만큼이나 각종 이벤트도 많은 곳이 인터넷 세상이다. 웹 세상에서 ‘공짜’나 ‘대박’ 구호를 내건 경품 이벤트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확률도 적거니와, 개인정보를 넣는 일도 번거롭다. 자칫 소중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이벤트를 외면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헌데 요즘은 이런 이벤트도 점점 정교해진다. 고객 지갑 속을 은밀히 노리는 수법들이다. 날로 발전한다.

예컨대 ‘웹하드’로 불리는 수많은 웹창고 서비스들이 내건 공짜 체험 이벤트가 그렇다. 웹창고 서비스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보물창고를 만나게 된다. 영화부터 음악, 책과 각종 프로그램들이 널렸다. 저작권이 걸린 자료를 불법으로 공유하는 사례가 적잖다. 해묵은 골칫거리다. 그래서 요즘은 저작권자와 손잡고 저작권 보호 장치를 달고 합법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여전히 낡은 유통방식으로 돈을 버는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에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공짜 체험 쿠폰을 온라인에서 만나기는 어렵잖다. 요즘은 상품권 모양을 본뜬 ‘다운로드 이용권’을 길거리에서 돌리기도 한다. 커피숍이나 식당에 가도 이런 쿠폰은 누구나 가져가도록 입구에 놓여 있다. 심지어는 가정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어도 ‘제휴업체’란 이름으로 이런 쿠폰이 동봉되기도 한다.

공짜란 말에 속아 덜컥 회원가입을 했다간 십중팔구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제공되는 무료 체험권은 그 기간이 지나면 본색을 드러낸다. 이용자가 모르는 새 유료 회원으로 전환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원가입시 받아둔 휴대폰 번호로 이용 금액이 자동 결제된다. 한두 번 이용하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이용자로선 갑자기 날아든 결제 통보 문자에 적잖이 당황하게 마련이다.

법적으로 따질 수 있을까. 아쉽게도 만만치 않다.

이용자가 꼼꼼하게 따져보면 피해를 막을 수 있긴 하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회원 탈퇴 신청을 하면 된다. 허나 이들 웹창고 서비스들의 ‘불친절’이 피해를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무료 체험 이벤트를 하는 웹창고 서비스 가운데,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유료로 전환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개는 약관 아랫쪽에 한 줄 문장으로 적어뒀을 뿐이다. 결제에 앞서 안내나 통보도 없다. 그러니 일일이 회원 가입한 웹사이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용자로선 꼼짝없이 뒤통수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보상을 받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원치 않게 자동결제가 됐다면, 해당 서비스 고객센터에 전화해 결제 취소 요청을 하면 된다. 그러면 해당 서비스는 일정 기간 안에 환불을 요청한 이용자에 한해 결제를 취소해준다. 이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고객센터 전화 연결되기가 복권 당첨되기보다 어렵다’는 푸념이 괜히 나왔겠는가. 그나마 미리 알아채 환불 요청을 하는 이용자는 부지런한 축에 속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결제 내역을 확인했다면 꼼짝없이 생돈을 날리게 된다.

올해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자. 올해 1~3월 콘텐츠이용보호센터에 접수된 신고와 상담 300건 가운데 205건이 ‘무료 이벤트 유인 소액결제 피해’ 사례로 나타났다. 전체 접수 건수의 68%에 이른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콘텐츠이용 표준 약관 도입이 시급하다. 업체마다 임의로 만들어 적용하는 약관 대신, 보다 공정한 규칙을 함께 적용하자는 취지다. 그러면 소비자 피해도 줄이고, 업계 자정 노력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오는 11월3일 ‘디지털콘텐츠산업연합회’가 출범한다고 한다. 연합회쪽은 “웹하드를 통한 불법 저작물의 유통과 음란물이 난무하는 유통 구조의 개혁을 위해 국내 최초로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출판 등의 산업이 손을 모은다”고 창립 취지를 소개하고 있다. 건강한 유통 구조를 만들고자 업계가 힘을 모으는 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내부에서 곪아 있는 해묵은 ‘전봇대’를 뽑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일 게다. ‘업자’ 입장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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