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뚜우뚜우~.’ VT모드로 느릿느릿 접속하던 파란 화면의 설레임을 아직도 손끝에 간직하고 계신가. 이제는 기억 한켠에 고이 모셔둔 PC통신 시절의 그리움을 살포시 꺼내보자. ‘파란’을 위해서.

포털 파란의 태생은 하이텔이다. 2004년 7월 하이텔과 한미르가 오롯이 한몸이 되면서 파란이 탄생했다. 인터넷 세상에 파란을 일으켜보고 싶었을 게다. 허나 이용자는 냉정하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에 밀려 언제부턴가 파란은 누리꾼 관심사 바깥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버리지 못했던 탓이다. 네이버나 다음이 무료 웹메일과 카페, 블로그로 달려갈 때도 파란은 PC통신 시절 화려한 옛 기억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당시엔 무료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때 다 버렸어야 했다. 파괴가 일어날 때 기꺼이 동참해야, 뒤따르는 혁신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법인데.” 서정수 KTH 대표가 뼈아프게 되씹는 반성이다.

서정수 KTH 대표.

절치부심 파란이 모처럼 제대로 변신해보려 한다. PC통신에서 웹으로 넘어올 때처럼 또다시 실패하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이 새로운 파괴와 혁신이 요동치는 시기라고 봤다. 새 기회의 땅은 ‘모바일’이다. 유선 웹과 모바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이른바 ‘스마트 모바일’ 전략이다. “새로운 혁신 시대가 왔다.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 서정수 대표의 이 한 마디에 파란의 각오가 오롯이 묻어난다.

1단 구성으로 단순화한 첫화면…개인 편집 기능 제공해

첫화면부터 완전히 바꿨다. 단순한 1단 화면 안에 파란 주요 서비스를 가지런히 배치했다. 복잡한 격자 구조에 주요 서비스가 빼곡히 들어간 기존 포털 화면의 공식을 깼다. 뉴스, 쇼핑, 블로그, 푸딩, 아임IN, 증권, 날씨, 운세 등 12가지 서비스가 세로로 나란히 제공된다.

‘개인화’ 기능도 제공한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이용자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넣었다 빼면 된다. 즐겨쓰는 서비스만 파란 초기화면에 띄워놓고 편리하게 쓰도록 한 것이다. 첫화면 오른쪽 위 ‘+’ 아이콘을 이용해 즐겨찾는 서비스를 손쉽게 편집할 수 있게 했다.

개편된 파란 첫화면. 전형적인 격자 구조 대신 주요 서비스를 하나씩 쌓은 ‘스택’ 구조를 채택하고, 이용자들이 정보를 쉽게 더하고 빼도록 설계했다.

로그인한 이용자에겐 또다른 맞춤 서비스가 제공된다. 첫화면 ‘My 파란’ 영역에서 로그인하면 이용자가 즐겨쓰는 파란 내 소셜서비스들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페이지가 뜬다. 파란 웹메일과 아임IN, 푸딩, 블로그, 유세이(USay) 등 5가지 서비스에서 개인 활동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백성원 UX디자인 총괄 실장은 “이용자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정보만 간결히 담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여백을 많이 둬 최대한 읽기 쉽게 했다”라며 “한 번 클릭으로 불필요한 정보들을 덜어내거나 손쉽게 복구하도록 해, 어떤 정보가 덧붙어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디자인 컨셉트를 설명했다.

파란 내 소셜 서비스를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My파란’.

이같은 이용자화면(UI)은 다분히 모바일웹 서비스를 염두에 둔 선택이다. 1단으로 구성된 파란 홈페이지는 모바일웹에서 봐도 무리 없을 정도로 단순화된 형태다. 물론, 스마트폰 화면에선 모바일웹 서비스를 따로 제공한다. 비좁은 스마트폰 화면에 맞게 개편된 파란 첫화면을 좀 더 단순화해 제공하지만, 기본 메뉴 구성이나 구조는 거의 똑같다.

이는 ‘오늘날 유선 웹과 모바일을 굳이 경계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기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결과다. 머잖아 PC보다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내년말께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15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경쟁사보다 뒤처진 유선 웹 서비스에 힘을 쏟느니, 애당초 모바일 서비스에 출발해 유선웹으로 확장하자는 역발상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파란 모바일웹.

임완택 모바일인터넷 사업본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기존 유선웹 콘텐츠를 단순히 모바일로 옮겨오는 게 과연 올바른 접근법일까. 차라리 모바일 이용자의 요구(Needs)에 철저히 부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라 판단했다. 유선웹 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에 적합한 서비스를 유선 웹에 반영하는 식이다. 앞으로 3~4년 지나면 파란이 넘버원 스마트 모바일 기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올해 말까지 30여종 모바일 앱 제공

파란은 이같은 ‘스마트 모바일’의 핵심 요소로 5가지를 꼽는다. 위치기반(로케이션), 실시간, 클라우드, 소셜, 개인화다. 지금까지 내놓은 11종류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도 이같은 열쇳말을 충실히 따랐다.

올해 7월초 내놓은 ‘아임IN’은 위치기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제공하는 앱이다. 이용자 위치를 중심으로 활동 궤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트래킹 앱 ‘U로드’도 곧 선보인다. ‘푸딩’ 앱은 이용자가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 저장소에 보관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서비스다. 사진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로 내보내는 기능이 곧 덧붙는다.

‘뉴스파인더’는 실시간 뉴스를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다. 주제별로 관련기사를 보여주고, 다양한 SNS로 정보를 퍼뜨리고 나누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웹을 주제별로 제공하는 모바일 포털 ‘웹파인더’는 즐겨찾는 곳만 따로 관리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파란은 모바일 서비스에서 꽤나 재미를 봤다. 7월초 내놓은 아이폰용 ‘푸딩카메라’는 지금까지 80만명이 내려받았다. 미국 사진 카테고리에서 4위를, 세계 9개국에선 사진 카테고리 내 다운로드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푸딩 얼굴인식’ 앱도 70만명이 내려받아 쓰고 있다. 11개 파란 앱의 전체 다운로드수는 250만건에 이른다. 파란은 올해 말까지 모두 30여종에 이르는 앱을 공개할 예정이다.

파란은 첫화면 개편과 더불어 기업이미지(BI)도 바꿨다. ‘단순함’이란 컨셉트에 맞게 ‘도트’(Dot, 점)와 ‘비트’(Bit), 점과 선으로 구성된 새 로고를 선보였다. 백성원 실장은 “비트는 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이자 디지털을 뜻하고, 도트는 조형의 최소 단위이면서 아날로그 영역”이라며 “이 둘을 연결하는 파란의 의지를 담는 동시에, 복잡한 장식을 걷어내고 이용자가 서비스에 몰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서비스 목표를 담고 있다”고 새 로고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새 파란 BI와 로고.

최대 경쟁자는 ‘무관심’…이용자 유입 ‘어떻게’?

이제 궁금한 대목을 짚어보자. 먼저, 개편된 파란 첫화면. 복잡한 포털 화면을 버리고 1단 구성의 단순한 화면을 배치한 건 이를테면 모험이다. 첫화면에 노출되는 서비스도 최대 12가지로 가지런히 꾸렸다. 처음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중심에 놓은 점도 포털 후발주자 입장에선 충분히 도전해 볼 만 한 선택이다.

헌데 아쉽다. 여전히 서비스나 콘텐츠 소비는 파란 안에서 이뤄진다. ‘My파란’만 봐도 그렇다. 기존 포털들이 이미 시도했거나 준비중인 ‘개인화 웹’과 다르지 않다. 로그인하면 파란 안에서 즐겨쓰는 소셜 서비스들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파란 이용자라면 이런 기능들이 편리할 테다. 허나 파란 울타리 밖 이용자들에겐 그다지 관심을 끌 서비스는 아닌 모양새다. 개편된 파란에선 파란을 쓰지 않던 이용자들이 새삼 관심을 갖고 들어와볼 만 한 ‘미끼’가 보이지 않는다. 내부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선택이라면 수긍이 가지만, 파란이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쟁 포털이 주지 않는 가치를 파고들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옳지 않을까. 이번 개편에서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서비스 소비에 집중하는 모양새도 아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가 포털 서비스의 기초체력인 ‘검색’에 무엇보다 공들이는 데 반해, 파란에선 각 서비스별로 소비를 촉진시키는 데 주력한 인상이 짙다. 이용자가 찾아먹는 공간이 아니라, 파란이 진열해 둔 서비스를 골라먹는 모양새에 가깝다. 이런 백화점식 포털 전략이 먹힐 지는 미지수다. 각 서비스 품질이 뛰어나다면야 문제 없겠지만, 아직까지 다른 포털 서비스의 ‘대체제’가 되기엔 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큰 장벽은 따로 있다. 이용자 무관심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포털별 검색 점유율을 보자. 네이버가 61~65%로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다음과 네이트가 각각 21~24%, 5~10%로 선전하는 모양새다. 그 뒤를 야후(3~4%)와 구글(2~3%)이 쫓아가고 있지만, 파란은 여전히 1%가 채 안 되는 빈약한 점유율에 허덕이고 있다. 유선 웹과 모바일웹을 다 합쳐도 현재로선 딱히 변화를 만들 형편이 안 된다.

그리 보면, 포털이 아니라 개별 서비스를 특화한 ‘모바일 앱’에 주력하는 게 오히려 올바른 선택일 지도 모르겠다. 파란은 개별 서비스의 총합으로서 존재하려는 걸까. 모바일 영역이 아직은 무주공산인 점을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긴 어렵다. 그나마 이용자 관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파란의 모험은 시도조차 못하고 주저앉을 게다.

궁금하다. 어떻게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모을 것인가. 이번 개편에서도 여전히 속시원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개편 내용을 본 사람들이 여전히 의문부호를 쉽게 떼지 못하는 이유다.

개편된 파란 첫화면은 10월13일 새벽부터 공식 적용된다.

[youtube ZuQntFCuciQ 500 300]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