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초고속 인터넷 가입, 긴급대출, 오빠 외로워요…. 이들의 공통점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스팸 문자메시지 단골 주제들이다. 어디 문자메시지 뿐인가. 원하지 않는 광고성 e메일이나 낯뜨거운 문구가 담긴 e메일, 내 재산을 교묘히 빼가려는 사기성 전화를 받아보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개인정보를 넣고 회원가입을 거쳐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늘어난 탓이다. 어디선가 불법 유출됐거나 무심결에 ‘제휴사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바람에 이곳 저곳에 퍼져버린 내 휴대폰 번호와 e메일 주소는 이제 스팸 창고로 전락할 처지다.

호기롭게 ‘수신거부’를 눌렀다간 순진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스팸을 줄이려다 되레 스팸 폭탄을 맞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도가 없다. 일일이 지우거나, e메일 필터링 방식으로 걸러내는 수 밖에.

이같은 디지털 쓰레기를 줄이고 건전한 정보 유통을 도모하고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선 불법스팸 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피해 전화번호, 스팸 피해 내역 등을 입력하면 된다. 지난해 11월부턴 060 음성정보 서비스나 대리운전 스팸 문자메시지를 신고하면, 신고자 휴대폰 번호가 광고수신 거부 목록에 자동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헌데 정작 스팸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신고하려들면 난감해진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스팸 신고 접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팸 내역을 신고하려면 ▲전화(휴대폰) 스팸 ▲이메일 스팸 ▲이메일-수신거부 후 재전송 ▲게시판 ▲전자적매체 ▲팩스스팸 ▲악성코드 가운데 해당되는 항목을 선택하면, 화면 아랫쪽에 신고 양식이 뜬다. IE가 아닌 파이어폭스나 구글 크롬, 사파리 등에선 메뉴를 눌러도 신고 양식이 뜨지 않는다. 모바일웹으로 접속해도 묵묵부답이긴 마찬가지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화(118)로 신고하거나 PC용 간편 신고 프로그램인 ‘스팸캅’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허나 짚어볼 일이다. 불법 스팸을 신고하는 데도 웹브라우저마다 문턱 높이가 다른 건 왜일까.

굳이 ‘보안’이 문제라면 대안을 마련해주면 될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스마트폰에서도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인인증서 이용 표준을 마련, 고시한 바 있다. IE 외에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공인인증서를 쓰는 방식이긴 하나, 다양한 인터넷 환경에서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7월초부터 OS나 웹브라우저에 관계 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팸 신고’ 앞에서 한국 비 IE 이용자는 디지털 장애인이 된다. ‘한국 인터넷 진흥’이 특정 OS나 웹브라우저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잖나. ‘동등한 이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