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닷넷’이 9월5일 창간 4주년을 맞았다. 2006년 9월5일 ‘1인 미디어 뉴스공동체’를 표방하며 블로그 미디어로 출범한 게 엊그제 같은데, 4년이 흘렀다. 변한 것도, 변하지 않은 것도 적잖다. 블로거들의 뉴스를 모아 보여주는 돌다리 형태로 시작한 ‘블로터닷넷’은 이제 좀 더 밀착된 소수 ‘블로거+리포터’(BLOgger+reporTER) 들의 뉴스를 담는 팀블로그 미디어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 동안 ‘웹2.0’이란 수사가 e세상을 휩쓸고 지나갔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소셜미디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술도, 관심사도, 미디어도 태어나고, 바뀌고, 소멸하는 세월. 이번 ‘블로터 포럼’은 ‘블로터닷넷’의 블로그 미디어 도전기 4년을 돌아봤다. 창간 준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상근블로터 3명이 직접 얘기하는.

  • 일시 : 2010년 9월2일(목) 오후 4시~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상범/도안구/이희욱/주민영

bloter4th

이희욱 | 이번 블로터포럼은 색다르다. 지금까지는 특정 주제에 대해 외부 패널을 모시고 블로터닷넷 식구들이 궁금증을 물어보곤 했지만, 오늘은 블로터 식구들이 블로터닷넷에 대해 직접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테면 ‘블로터 스스로 포럼’인데. 우리 스스로 지난 4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보도록 하자. 우선 지난 4년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 김상범 대표 블로터가 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김상범 | 블로터닷넷이 4년을 맞았다고 축하해주는 분들이 많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우선 기분 좋고 뿌듯한 얘기부터 해보려 한다. 블로터닷넷을 막 만들었을 때, 주변에서 귀 따갑게 들려주는 조언들이 있었다. 미디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였다.

난 그런 게 싫었다. 기존 언론들이 갖고 있는 공식대로 가야 하나. 기본적인 기사의 틀, 시선, 만드는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이런 얘길 하면 주변에선 다들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고들 했다. 고집이랄까, 오기랄까. 우리 식대로 해보고 싶었다. 우여곡절이 적잖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정도까지 해냈다. 우리가 이 만큼 해냈다, 라고 말할 수 있어 기분 좋다.

돈을 벌어야 하는 대표 입장에서 돌아보자면 이렇다. 언론사들이 흔히 하는 몰염치한 영업 방식이 있다. 기자 시절 많이 봐왔고, 외부 사람들에게도 공공연한 비밀 같은 거다. 그런 영업은 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기준을 세웠고, 되도록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써왔다. 남들이 안 된다고 혀를 차는 비즈니스 모델로 결국은 풍족친 않지만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업계 사람들로부터 ‘블로터의 진정성을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란 말을 들을 때, ‘역시 블로터답다’란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제일 좋다. 그런데 ‘블로터다운’ 게 뭘까. (웃음)

bloter4th_ssanba 도안구 | 나는 운이 좋았던 면도 있었다. 블로터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IT 전문지, 잡지에서만 줄곧 몸담았다. 전문지 기자들은 주로 특정 분야만 파게 된다. 블로터닷넷에 합류하면서 IT 분야의 다양한 영역을 두루 취재하게 됐고, 미시적인 영역과 거시적인 시각 사이에 균형을 잡게 됐다. 외부에서도 그런 면에 대해 칭찬을 많이 받았다.

김상범 | 블로터가 운이 좋았다는 얘긴가, 도안구 기자가 운이 좋았다는 얘긴가?

도안구 | 나도, 블로터도 둘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블로그나 웹2.0 같은 얘기들이 한창 뜰 때 시작한 측면도 있었고, 기존 IT 미디어가 하지 못했던 시도도 나름 적잖이 했다. 속보나 기술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고 IT와 사회과학적 측면을 연결하려 시도한 것도 그렇고, 시장 얘기 뿐 아니라 시장을 만들어가는 엔지니어들 얘기를 많이 담아내려 노력한 것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희욱 |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블로터닷넷은 어찌됐건 4년을 살아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생각한다. 사실 블로터닷넷 창간을 처음 생각했던 당시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온라인 미디어 같은 형태를 생각했다. 그런데 준비 과정에 웹2.0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들이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미디어 그릇으로 선택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는 측면도 있다.

허나 블로그는 결국 도구일 뿐이지, 블로그가 블로터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블로터닷넷을 설명할 때 ‘블로그 기반 IT 미디어’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허전함을 느낀다. 블로그는 결국 껍데기 아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느끼는 건, 초심을 지켰다는 점이다. 실제 외부 평가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글을 담는 그릇도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은 창간 당시 생각과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자랑스럽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외부에서 블로터를 한결같다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게 우리 입장에서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상범 | 초심을 지켰느냐 못 지켰느냐는 외부 사람들이 평가해줄 몫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나마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도안구 | 창간기념 첫 특집기사가 기억난다. IT기업 전기요금 문제를 다루는 기사였다. 우리끼리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PC게임 하면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본격 시작한 기사로 기억된다. 일부분에 안주하지 않고 전체 사회 속에서 IT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문가들만 보는 매체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쉽게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나름 노력했다. 덕분에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했다.

요즘도 종종 듣는 얘기가 있다. 블로터는 보도자료를 안 쓴다는 얘기다. 안 쓰는 게 아니라, 다르게 쓰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도 대체로 ‘블로터닷넷에선 다르게 해석해주겠지’란 기대치가 생기는 분위기다. 그런 기대치가 있으니 기자 입장에서도 그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자료를 찾고, 좀 더 다른 기사를 쓰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이희욱 |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많이 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저도 어찌 보면 전통 매체에서 일하다가 벌판으로 나온 사례다. 가장 버거웠던 건 속도와 콘텐츠에 대한 부담, ‘맨땅에 헤딩’하는 데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바꿔 생각하면, 그런 부담들이 있었기에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었고, 기존 매체가 다루지 않던 숨은 영역을 자연스레 찾게 됐다. IT 기술과 문화 영역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본 것이 스스로는 가장 큰 배움이자 자산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상범 | 스스로 칭찬을 해보자면, (웃음) 블로터닷넷 창간 시절부터 ‘그런 미디어는 안 될 거야’라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나는 처음부터 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문제는, 성공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고민이었다. IT 미디어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칼을 뽑았던 것이다.

창간 당시 웹2.0이란 흐름이 대두되고 있었는데, 블로터가 운 좋게 그 흐름에 올라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흐름을 내다보고 합류한 측면도 있다. ‘운칠기삼’이란 말도 있는데, 틀만 갖췄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릇에 맞는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과 열정, 한번 해보자는 의기투합… 이런 것도 중요하다. 운도 있었지만, 지금까진 우리 선택이 옳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도안구 |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는 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잘 파악해 공략한 면도 있다고 본다.

김상범 | 미디어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최근 블로터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 때 들은 얘기가 기억난다. IT 분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셜미디어나 IT 관련 최근 이슈를 공부할 때 여러 언론에서 쏟아내는 얘기들을 최종 점검하려 할 때 들르는 곳이 블로터닷넷이라고 했다. 판단이 헷갈릴 땐 블로터닷넷에서 답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 얘기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bloter4th_eyeball 이희욱 | 블로터닷넷 같은 매체가 사실은 각 전문 분야에서 많이 나와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돈이 되는 영역이라면 일단 찔러보는 매체가 지금까지 주류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분야별로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매체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블로터닷넷도 지속가능한 매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 생각들은 하고 있지만, 자본의 논리 앞에서 시도도 못하거나 시도했다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 블로터가 앞으로 수십년 이어지려면, 이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살아갈 토대를 우리가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상범 | 나도 IT 이외의 영역에서 블로터와 같은 모델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시도를 하는 분들에게 우리 경험을 얘기해주고 북돋아주려고 노력한다. 기존 매체도 변화는 하고 싶은 데 어떻게 할 지 모를 때, 그런 고민을 가진 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우리 경험을 숨기지 않고 많이 오픈했는데 막상 쉽지는 않다고 하더라.

도안구 |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개는 지금과는 다른 기사를 쓰고픈 욕구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갖고 있고, 시장에서 이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새로운 시도로 성공한 선례는 적잖다. ‘씨네21′ 같은 매체가 대표 사례다. 그런데 왜 이런 시도가 나오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이희욱 | 콘텐츠와 시스템을 구분해서 얘기해봐야 한다. 콘텐츠 면에선 어느 정도 시간과 양이 쌓여야 하는데, 기존 매체에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여유가 없는 모양새다. 시스템 면에선 변화하는 시스템 환경을 빨리 따라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결국은 이용자 요구를 따라가는 문제다. 모바일 페이지를 원하면 그에 맞춰 기사를 내보내고, 기사를 다른 곳에 퍼뜨리고 싶어하면 그에 맞는 도구를 제공하는 식이다. 기존 미디어에서 그런 것을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내부에서의 경쟁도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익 모델, 모험을 싫어하는 결정권자 등등. 생각은 하고 있지만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 정체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지금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두고 미디어 환경 변화라고 하지만, ‘미디어가 급변한다’는 말처럼 변하지 않고 쓰이는 말도 없다. 그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는 것, 그렇게 변화하지 못하는 내부 갈등과 외부 성장 사이의 간극이 문제다. 블로터닷넷 4년을 돌이켜보면 조직이 가벼워서 시스템 변화에 대한 내부 동의를 거치는 과정이 간결했다. 적극적으로 외부의 시스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도구를 선택한 잇점도 있었다. 기존 콘텐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매체이다보니 자연스레 출발부터 콘텐츠 변화를 염두해두고 진행할 수 있었고,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중간에 좌절되지 않도록 4년을 밀고 온 구성원들의 동의도 지금의 블로터를 만든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도안구 | 기업도 마찬가지다. 평지에서 일대일로 맞붙으면 작은 기업이 백전백패한다. 우리는 작은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한다. 우리가 잘하는 곳에서만 전투를 한 것이 먹힌 면도 있다. IT 미디어가 기업 혁신이나 관련 주제를 자주 다루는 매체 가운데 하나인데, 그런 얘기를 제일 많이 하면서도 사실 스스로의 혁신은 제일 뒤처지고 있다.

김상범 | IT 분야의 전문미디어들이 많이 힘들다. 문닫은 곳도 많고. 아쉬운 것은 IT 전문 미디어들이 오히려 전문성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전문지 기자는 있지만 전문기자는 없다’는뼈아픈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고, 전문지 생존의 첫번째 조건은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전문기자를 만들 수 있는 매체를 해보고 싶었다.

전문기자란 어떤 사람일까. 자신 있게 ‘그건 이것이요’라고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기자다. 기존 언론들이 블로그 콘텐츠를 폄하할 때 대개 ‘주관적이고 편파적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나는 전문지라면 오히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주관적인 평가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대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면 된다.

또 하나는, 기술에만 매달리지 말고 IT 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전문지도 부족했고 전문기자도 부족한 상황에서 블로터는 그런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노력을 계속해왔다는 점은 솔직히 자랑스럽다.

도안구 | 블로터닷넷 초창기에 미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 때 미국 ‘eWeek’ 본사의 머리 하얀 기자가 은퇴해서 블로거 자격으로 왔었다. 그 분 말씀이 재미있다. “팩트는 더 이상 내가 확인하지 않는다. 팩트를 확인하는 로이터 등 다른 통신사들의 글을 보면 된다. 이를 가지고 빠르게 해석해서 사설성 글쓰기를 해야 한다.” 2007년 초반께였는데, 미국에선 벌써 블로거와 기자가 함께 모여 간담회를 열고 있었고, 그런 블로거들이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bloter4th_asadal 김상범 | 팩트 전달에 충실해야 할 매체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블로거나 우리같은 작은 블로그 미디어는 기존 거대 언론이 만든 기준이나 원칙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독자들도 그와 다른 콘텐츠를 원한다.

블로터닷넷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뭘로 먹고 사냐’, 둘째가 ‘왜 그 플랫폼을 갖고 IT만 다루냐. 영화, 게임, 연예 등도 다루면 좋지 않냐’란 얘기다. 우리 역량이 영화 블로그를 만들어서 IT를 주제로 한 블로터처럼 할 수 있는 자신은 없다. 아까 말한 전문기자의 역량으로 봤을 때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영영 안하겠다는 건 아니다. 조직 역량이 되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역량이 안 되는데 영역만 넓히는 건 자멸하는 길이다.

이희욱 | 전문화와 미디어 모델에 대한 고민이 계속 나오고 있다. 블로터닷넷도 두어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팀블로그 형태까지 왔다. 앞으로는 더욱 파편화된 개인 미디어들의 콘텐츠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아니, 그들의 자연스런 연결과 흐름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상범 |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나 사건이 있었나.

도안구 | 저는 개인적으로 창간특집으로 다룬 전력 기사가 기억난다.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해 취재를 계속하다보니 한쪽 목소리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시야를 많이 넓히게 되는 계기가 됐다. IT기자도 사회과학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배움도 얻었다.

이희욱 | 저는 돌이켜보면 블로터 창간때부터 지금까지 해를 거듭할 수록 IT 종사자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성과이자 자산이다. IT 영역과 오픈 컬처, 비영리재단 종사자 등을 두루 걸치고 엮어본 게 블로터닷넷이란 플랫폼의 장점 아닐까.

기형도 시인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나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일말의 빚이 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뭔가 기여하고 보답하고픈 막연한 부담감. 그걸 블로터닷넷이란 플랫폼을 빌려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서 고맙다. 그런 공간을 기꺼이 내준 블로터닷넷에 고맙다.

김상범 | 대표 입장에서 가장 기억나는 게 두 가지 있다. 2007년 말께, 비장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회사가 경영상 중대한 고비를 맞았던 때다.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 4주년을 맞으니 새삼 그 때가 떠오른다.

또 다른 일은, 1년 뒤 상황이 바뀌어 블로터닷넷에 꼭 광고를 하고 싶다고 광고주가 직접 찾아온 적이 있다. 나름 큰 충격이었다. 블로터에 광고를 걸어달라고 광고주가 직접 찾아오다니… 그 때와 2007년 어려웠던 시절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천당과 지옥의 경험이랄까.

이희욱 | 지금까진 성과와 추억을 얘기했으니, 이제 자아비판을 좀 해보자.

도안구 | 저는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블로그의 옷만 걸치고 왜 글은 전통 미디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느냐. 더 블로거스럽게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나, ‘블로터TV’ 같은 것도 큰소리만 치고 아직까지 시도 못하는 것도 그렇고. (웃음)

이희욱 | 꼭 형식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전문지 기자에서 전문기자가 되자고 해서 만든 게 블로터닷넷인데, 과연 우리는 전문기자인가. 아직 반성할 대목이 많다. 4주년 시점에서 반성하는 것보다 5·6주년때 반성할 부분이 줄어든다면 그걸 진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다.

도안구 |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미디어이자 플랫폼인데, 스스로 시도를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이희욱 | 좀 더 냉혹하게 말하면 우리 스스로 더 극단적인 모험을 할 수 있는 결정을 차마 못내렸다. 그게 형식이든 내용이든, 좀 더 모험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발 더 나가지 못했다. 형식과 내용이 기존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의 교집합 언저리에서 머무른 건 아쉽고 반성할 일이다.

김상범 | 나도 비슷한 의견이다. 좀 더 블로거스러운 미디어로 갔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동의를 많이 한다. ‘블로터’가 ‘블로거’와 ‘리포터’를 합성한 말인데, 살림이 좀 나아졌다는 이유로 블로거보다는 리포터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듯한 점이 안타깝다. 사실 10년이상 기자생활을 해온 우리에게 리포터는 쉬운 일이다. ‘블로터’가 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도안구 | 살림살이면에선 좋은 일이지만, 외부 미디어나 포털 등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게 되면서 스스로 제약이 생긴 면도 있다. 콘텐츠 공급 조건을 지키기 위해 질적 향상보다는 양을 채우는 데 급급한 면도 솔직히 적지않았다. 인력을 충원하고 스스로를 다잡는 노력을 기울이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상범 | 정확한 지적이다. 예를 들어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기존 미디어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는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자 출범한 블로터가 그 전통 시스템에 따라가려니 버거운 측면도 있다.

bloter4th_ezoomin 하지만, 자꾸 핑계를 대지 말자. 어차피 우리는 힘든 길을 택했다. 블로터가 처음부터 꿈꾸었던 전문지, 전문기자의 길로 가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형식과 내용 면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IT 기술과 비IT 영역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적극 진행하고 IT 영역의 이슈파이팅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도안구 | IT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제도나 문화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영역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정부2.0′ 관련 기획기사 같은 시도를 꾸준히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자면, 블로터닷넷 내부 기자들이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다뤄줄 외부 필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든다. 지금도 여러 필자들이 글을 올리고 있지만, 필진들을 말 그대로 블로터 식구로 보듬는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김상범 | 대표로서 정책적으로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반성한다. 필진 뿐 아니라 독자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행사나 모임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겠다. ‘블로터 오픈하우스’ 같은 행사를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고려중이다.

이희욱 | 옛날 얘기 하다보니 셋만 떠들고, 주민영 군은 듣기만 하고 있다. 블로터 생활 10여개월째인데, 소회를 듣고 싶다.

주민영 | 블로터에 갓 와서 취재 다니면서 많이 들은 얘기가 있다. 인력도 부족하고 교육 시스템도 부족해서 내부 훈련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입사 한달도 채 안 돼 첫 인터뷰를 가서 얼떨결에 기사를 썼는데 바로 기사가 나갔다. 두 번째부터는 혼자 인터뷰를 갔다. 다른 데선 인턴이다 뭐다 해서 초기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데, 블로터에선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즐거움이 있었다. 막내 입장에선, 전혀 스타일이 다른 두 선배 밑에서 일하면서 각각의 장점을 배우게 돼서 좋았다. 기자 개인 브랜드를 확실히 키워주는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다.

김상범 | 4년을 돌아보고 비판과 반성을 해보고자 마련한 자리인데, 대체로 ‘자뻑’이 많아서 낯간지럽다. 애당초 블로터닷넷을 초창기부터 지켜본 외부 손님들을 함께 모시려 했는데, 여러 사정상 그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에 기회 되면 따로 자리를 마련해 따가운 질책을 받도록 하겠다. 솔직한 비판과 따가운 충고가 블로터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외부에서도 더 많은 격려와 채찍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