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정예군’들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개발하고자 뭉쳤다. 휴레이포지티브 얘기다. 최두아·이나무(NHN), 박재범(다음커뮤니케이션), 류재성(엔씨소프트). 30대 중반 사내 넷이 뜻을 모아 올해 초 회사를 만들었다. ‘사람(Human)을 비추는 빛(Ray), 그 중에서도 따뜻하고 긍정적인(Positive) 빛’이 되겠단다.

이들이 첫 번째 ‘따뜻한 빛’을 비추려는 모양새다. ‘생활개선 게임’(Lifestyle Enhancing Game, LEG)을 내세웠다. 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RPG)도, 전략시뮬레이션도, 일인칭 슈팅(FPS) 게임도, 심지어 요즘 뜨는 소셜 게임도 아니다. ‘생활개선 게임’이라니, 뭘까.

이나무(37) 휴레이포지티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설명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건강 정보와 게임을 연동한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필수 요소로 꼽는 ‘건강’에서 해답을 찾고 싶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가상 캐릭터와 함께 미션을 완수하면서 자연스레 건강 정보를 얻는 식이죠.”

그렇게 건강과 행복의 나라 ‘피오니아’ 왕국을 만들었다. 피오니아에선 다양한 주민(캐릭터)이 등장한다. 각 주민들은 각자 스토리와 개성, 무엇보다 건강과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다. 예컨대 곤경에 처하면 바람처럼 나타나는 매 ‘로베르트’는 20대 초반 정의남이지만, 악성 변비와 치질에 늘 시달리고 있다. 로베르트가 건강해지려면 비행 연습을 꾸준히 하고 과일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 변비와 치질에 시달리는 이용자는 피오니아 왕국에서 로베르트와 함께 실제로 과일을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

“대개 이용자의 액션은 게임 안에서 일어나지만, ‘피오니아’에선 이용자가 현실 세계에서 취하는 액션이 게임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용자가 자극적 음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 사자의 소화장애가 점차 나아지는 식이죠. 게임 무대는 가상세계지만 실생활에서의 액션을 통해 전달되고, 심리적 만족감 이상의 실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생활개선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처음부터 게임 형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원래 일하던 분야대로 웹서비스 형태를 우선 고려했어요. 이를테면 ‘건강가계부’ 같은 형태인데요. 회원가입도 받고, 알림 기능도 넣고, 추천도 하는 식으로요. 헌데 그건 한계가 뚜렷했어요. 남의 건강 습관을 대신 만들어주려면 꾸준히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데, 웹서비스는 피부에 와닿기 어렵고 금세 지루해질 것 같았죠.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 재미까지 줄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다 게임에서 해답을 찾게 된 겁니다.”

피오니아 왕국 태동기엔 6가지 캐릭터가 등장한다. 빨리 날지만 변비와 치질에 시달리는 매 ‘로베르트’를 비롯해 게으르고 만성 피로와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나무늘보 ‘랄라포포포’, 50대 초반 이 시대 남성 가장의 모습을 대변하는 당나귀 ‘파트라슈’, 20대 중반에 미용을 전공한 남성 사자 ‘윤복씨’,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10대 후반 여성 강아지 ‘아리’와 아토피로 고생하는 장난꾸러기 세 살배기 펭귄 ‘아기’ 등이다. 이용자는 평소 증세나 나이 등에 맞는 캐릭터를 고른 다음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함께 치유하고, 공감하고, 건강한 습관을 얻도록 노력하게 된다.

얼치기 건강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혹 떼려다 붙이는 꼴이 되면 어떡할까. 휴레이포지티브도 이 점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한다. 주요 건강상식 정보는 전문기관과 협력해 제공한다. 질병에 대한 치료가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을 알려주고 상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피오니아 왕국은 게임 바깥 세상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의료계에선 개인 건강정보 관리를 위해 ‘개인건강기록’(PHR) 형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일상생활관찰(ODL)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어요. 어쩌면 의사들은 ‘피오니아’를 통해 환자 일상을 관찰하고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행동 처방도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건강전문가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엄마라면 스스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피오니아’는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열린 시스템인 셈입니다.”

‘피오니아’는 9월1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리는 ‘2010 경기기능성게임 페스티벌‘에서 공식 소개된다. 10월20일께면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용자와 캐릭터가 일대 일로 즐기는 게임 형태인데요. 내년께면 다른 캐릭터와 더불어 즐기는 피오니아 왕국 모습을 제대로 갖출 예정이에요. 주제별 마을도 만들어 관심사가 비슷한 캐릭터끼리 정보도 나누고 게임도 함께 즐기도록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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