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집에 가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앨리스는 이 사실을 알고 슬픔에 빠졌다. 지갑을 어떡하면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앨리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길에서 우연히 앨리스 지갑을 주워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앨리스와 연락이 닿아 나타난 것이다. 앨리스는 말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하죠?”

남자는 종이 한 장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어떤 종이일까. 앨리스는 궁금했다.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약 당신이 선행을 받았다면, 아래 웹사이트를 방문해주세요’ 앨리스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종이에 적힌 일련번호를 입력했다. 그랬더니 종이가 세상을 돌아다닌 발자취가 나타났다. 앨리스는 감동을 받았다. ‘나도 이 종이를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지.’

앨리스가 되고 싶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선행을 널리 퍼뜨리고 나누는 ‘착한 앨리스’를 꿈꿨다. 모름지기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던가. 그들이 모여 거대한 선행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이 나누는 선행이 세상을 보다 따스하게 만들면 어떨까.

선한 앨리스가 만드는 따뜻한 SNS를 상상했더니, 꿈이 이뤄질 모양이다. ‘워너비 앨리스’(Wanna Be Alice). 올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 2010′에서 차세대 웹 어워드 부문 우승을 거머쥔 한국팀이다. ‘기술이 우리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라.’ 최시원·김정근·김성부·김하나, 인하대학교 학생 4명으로 꾸린 팀이 전세계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을 제치고 이같은 꿈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

이매진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003년부터 전세계 16살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다. 8회째를 맞은 올해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7월3일 본선 대회가 열렸다. 과제는 UN이 정한 8개 분야 밀레니엄 과제를 기반으로 ‘기술을 통해 난제를 해결하라’는 것. 전세계 69개국 212개팀 400여명 학생들이 경합을 벌였다. 워너비 앨리스는 이 가운데 차세대 웹 부문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미국에선 10여년 전 ‘Wheres George?’란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1달러 지폐의 일련번호와 소지자 우편번호를 이용해 지폐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였죠. 우리에게 영감을 준 건, 자신이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과 돌려보는 프로젝트였는데요. 다 읽은 책을 버리지 않고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자는 취지죠. 그 프로젝트를 처음 소개해 준 친구 이름이 앨리스였어요.”(최시원)

선행 네트워크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는 이렇게 태어났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기 아바타가 만들어진다. ‘등록’ 버튼을 눌러 자신이 받은 선행 종이의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종이를 받은 사연이나 소망을 글로 남기면, 그 종이가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 정보가 뜬다. 누구에게서 시작돼 어떤 경로를 거쳐 나(앨리스)에게 전달됐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식이다. 화살표를 누르면 종이가 전달된 경로가 이용자들이 남긴 소망과 더불어 뜨고, 이용자를 누르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소셜 커넥트 정보가 재정렬된다. 선행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동하는 지 추적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셈이다.

최시원군과 김정근군은 이번이 이매진컵과 첫 인연은 아니다. 둘은 지난해 비슷한 아이디어로 ‘SW디자인’ 부문에 문을 두드렸다가 본선에서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실패를 거울삼아 올해엔 팀원을 더 꾸리고 웹 부분을 강화해 차세대 웹 부문에 도전했다가 대상을 거머쥐게 됐다.

“아무래도 시각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웹 정보전달 방식이 텍스트 기반이 많은데, 우리는 플로우(흐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실버라이트 기술을 이용한 소셜 그래프 시각화 기술인데요. 임의의 앨리스를 원하는 위치에 드래그앤드롭하면 정보가 퍼지는 효과를 주고, 글씨도 겹쳐지지 않게 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다른 아이템을 누르면 빠른 시간에 제 위치를 잡고 보기 편하게 정렬되는 게 우리 팀 주된 기술인 셈이죠.”(최시원)

“실제 개발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렸는데요. 준비 과정에서 웹사이트가 여러 번 바뀌면서 좀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최종 결과물은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기술과 난제를 조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인데, 아무래도 공대생인지라 어려운 기술을 쉽게 보여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상상한 걸 실천에 옮길 수 있다는 동기를 준 ‘이매진컵’이란 타이틀도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어요.”(김정근)

“선행이란 주제가 마음에 끌렸어요. 참가팀 대부분이 UN이 제시한 8대 난제에 매달렸는데요. 우리는 그 외에도 중요한 난제가 하나 더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람들 근본에 자리잡은 선행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선행을 연결해 보여주면 세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거란 믿음 말입니다.”(김하나)

선행이 한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고 SNS를 타고 퍼지고 커진다는 아이디어. 말 그대로 선한 앨리스들의 참여로 이로운 SNS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매진컵 대회를 총괄한 마이크로소프트 존 페레라 전무도 워너비 앨리스팀을 두고 수많은 참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SNS를 활용해 차세대 웹 부문에 프로젝트를 내놓은데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잘 구현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쪽은 귀띔했다.

“지금은 종이를 매개체로 선행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종이가 훼손될 수도 있고, 일일이 종이를 발행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요. 굳이 종이가 아니라도 가상 매개체를 이용해 선행을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예컨대 트윗으로 릴레이가 전달되거나 휴대폰 QR코드,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전송 방법 등이 있겠죠. 선행이 웹사이트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다양한 SNS로 확장될 수 있는 방법도 구현해볼 생각입니다.”(최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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