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초창기를 생각해봅시다. 모뎀과 포트를 이용해 허락 없이 연결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를 보고 무정부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잖았습니다. 정치적인 색채도 없잖았었죠. 허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에 인터넷은 승리했습니다. 지금 인터넷은 혁신을 위한 토대, 즉 인프라로 간주됩니다. CC도 이와 비슷한 진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앞으로 CC는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CC는 인프라로 진화한다.’ 조이 이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CEO 얘기다. 조이 이토는 6월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CC 아시아 퍼시픽 커먼즈’ 행사 기조연설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가 CC 관련 행사로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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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2008년에 이어 CC코리아가 개최한 두 번째 국제 컨퍼런스다. 조이 이토 CEO를 비롯해 로렌스 레식 CC 설립자(미국 하버드대 교수), 존 필립스 CC 비즈니스 개발 및 커뮤니티 선임연구원 등 주요 CC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미아 갈릭 호주 디지털 경제부 차관보, 아이삭 마오 소셜브레인재단 상무, 송정희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 등은 CC와 합리적 콘텐츠 공유 사례들을 소개하러 나섰다. 콘텐츠 개방이 가져다주는 혁신의 물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였다. ‘개방을 위한 혁신’이란 부제가 무척 잘 어울릴 정도로.

조이 이토 CEO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를 바탕으로 한 CC의 열린 문화 보급 운동을 ‘표준화된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CCL은 4가지 이용 규약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했습니다. 저작자 표시(BY), 비영리(NC), 변경금지(ND), 동일조건 변경허용(SA)입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 4가지 규약을 조합해 저작물을 개방하고 나누면서 혁신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공공 데이터를 CCL로 개방하고, 알 자지라 방송이 자신들의 방송물을 전세계 이용자에게 공개하면서 명성을 얻고 성장하는 것처럼요.”

그는 인터넷 발전과 CC 혁신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인터넷은 표준화된 기술과 프로토콜을 만들어 더 많은 연결과 나눔을 이룩했습니다. CC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돌을 줄이고 연결과 공유 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죠. 보십시오. 정부기관이 아니라 개인들이 연결과 나눔을 통해 제도를 바꾸고 혁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처럼 다양하고 거대한 혁신을 만들고 싶은 게 CC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CC는 요즘 새로운 ‘표준’을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CCL이 붙은 정보를 보다 ‘똑똑하게’ 찾을 수 있는 메타데이터 규약 ‘ccREL‘(CC Right Expression Language)을 널리 쓰도록 알리는 일이다.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CCL 콘텐츠는 웹브라우저나 검색엔진에도 잘 노출되고, 이를 복사해 붙인 콘텐츠도 좀 더 쉽고 똑똑하게 찾아쓸 수 있다.

“핑거프린트와 DRM은 강제 조항입니다. 콘텐츠 이용자를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CC 메타데이터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나누고 표현하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이용자들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는 기술인 셈이죠.”

여전히 콘텐츠를 손에 붙들고 변하려들지 않는 전통 미디어들에 대해서도 충고를 덧붙였다. “지금의 미디어 그룹은 뉴스 비즈니스이지,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미국 방송은 아프리카나 팔레스타인 소식을 싣지 않습니다. 입맛에 맞는 뉴스만 전달하죠. 지금은 실시간 웹 시대입니다. CNN에서 알려주지 않는 소식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쏟아집니다. 브랜드와 프로 저널리스트, 기술이 있으면 콘텐츠를 개방하고 SNS로 더 많이 연결하고 소통해보세요. 더 큰 비즈니스 기회가 올 것입니다.”

2010년 6월 현재 전세계에 CCL이 적용된 콘텐츠 수는 1억8500만여 개로 추정된다. 지구촌 53개 나라에 CC 지역 조직이 공식 설립돼 있으며, 준비중인 곳까지 합하면 80여개국에 이른다. 미국 백악관과 한국 청와대, 위키피디아와 알자지라 방송 등이 CCL을 공식 도입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3월 한국정보법학회 프로젝트 형태로 CC코리아가 탄생했으며, 지난해 정식 사단법인으로 거듭났다.

“어떤 사람들은 걱정하기도 합니다. 알자지라 방송더러 CCL을 적용하게 내버려두면 어떡하냐고요. 알자지라 방송에 CCL이 붙어 있다고 해서, CC가 알자지라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CCL이 붙은 콘텐츠를 두루, 널리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지지하는 겁니다. CC는 콘텐츠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지지입니다.”

조이 이토는 일본 벤처캐피털 ‘네오티니’ 설립자 겸 회장을 맡고 있는 CC 활동가이자 사업가다. 일본 식스어파트재팬 회장과 테크노라티 국제사업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 4월부터 로렌스 레식 옛 CEO 뒤를 이어 CC CEO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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