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분들을 자주 뵙는다. 이것도 직업병일까. 아쉽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신념과 의지는 올곧되, 그 추진 방식에서 허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새 기술과 서비스들이 쏟아지는 현실이다. 늘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다. 이런 새 기술, 새 서비스를 활용할 곳은 넘쳐난다.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라면 특히 그렇다. IT를 신념과 의지를 펼칠 도구로 활용해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여러 ‘도우미’들을 찾아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예컨대 비영리재단인 다음세대재단은 비영리단체를 위한 웹 플랫폼을 무료로 내주고 있다. 사회를 변화하고 공익적 정보들을 축적할 수 있는 공간과 도구를 제공하거나, IT 자산들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해피빈‘이나 ‘IT 캐너스‘, ‘사이좋은세 상‘은 풀뿌리 시민단체나 공익단체 재정에 힘을 보태는 누리꾼 모금 장터를 열어두고 있다. 네이버 개발자센터다음 DNA는 보다 많은 이들이 자사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진 IT를 도구삼아 비영리단체가 뜻을 널리, 두루 확산시키도록 소개하는 데 주력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떨까. 사회를 바꿀 아이디어를 모으고, 모양새를 다듬고, 이를 직접 서비스로 구현하는 일 말이다. 그것도 한두 전문가가 아닌,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손발을 보탠다면.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이 그런 행사다. 여기서 ‘소셜’(social)은 중의적 표현이다. 사람과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회적(social) 공간인 동시에, 그 혜택을 두루 누릴 수 있도록 공익(social)에 복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사회 변화와 혁신(innovation)에 한발 더 다가서도록 만든 터(camp)가 곧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이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2008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방식이 흥미롭다. 공익적인 아이디어를 시민들로부터 공모받아 선정하고, 스스로 참여한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등이 제한된 시간 동안 이를 실제 웹사이트나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으로 직접 구현한다. 이미 공개돼 있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 결과물까지 완성하는 행사다. 실제 영국에선 ▲조깅하는 젊은이들이 홀로 사는 노인 집에 신문을 배달하거나 방문하여 말벗이 되도록 지원하는 웹사이트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펀딩 기금을 지역 주민에게 모금하는 웹사이트 등이 구현돼 운영되고 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스코틀랜드, EU, 호주, 슬로바키아 등으로 확산됐고, 올해 4월과 6월에는 그루지아, 뉴질랜드에서도 캠프가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이번에 처음으로 기술과 사회 변화의 친화력을 실험하는 셈이다.

먼저 4월3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 서 아이디어와 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게 된다. NGO·NPO·사회적기업 등을 비롯해 일반 시민 누구나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접수할 수 있다. ▲공익성, ▲실현가능성, ▲창의성 등 평가 기준에 따라 모두 8개가 선정되며, 누리꾼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아이디어도 함께 선정된다. 이렇게 선정된 아이디어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할 웹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등 캠프 참가자 모집도 함께 진행된다.

5월15일에는 아이디어 제안자들과 캠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아이디어 제안자들은 캠프에 참가할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들에게 자기 아이디어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성공적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사전 만남을 갖는 자리다.

행사 하일라이트는 마지막에 준비돼 있다. 공모를 거쳐 선정된 아이디어를 6월18일 자정부터 6월20일 정오까지 36시간 동안 웹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들이 실제 웹서비스나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을 구현한다. 그런 다음 ▲구현 방식의 적합성, ▲확장성, ▲완성도 등 기준에 따라 3개의 결과물을 선정해 시상한다. 캠프를 통해 구현된 모든 웹·모바일 응용프로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실제로 운영되며,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은 이후 운영 과정까지 지원하게 된다.

되물을 지도 모른다. 36시간동안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찾아보면 많다. 지역사회에 쌓인 현안들, 바람직한 복지 정책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보면 어떨까. 정보가 부족한 비영리단체에게 조금만 발품을 팔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만든 서비스를 다듬고 치장하는 디자이너에게도 캠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웹 기획이나 개발, 디자인에 소질 없다면 완성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힘을 보태도 된다.

멋지지 않은가. 사회 변화를 이끌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우고, 꾸준히 성장하도록 돕는 일까지… 어느 한두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손발을 보태는 모양새다. ‘기술’은 이 과정에 토양과 에너지를 대는 자양분이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에서 나온 모든 결과물들은 CCL을 적용해 누구에게나 공개된다. 저작자를 표시하고(BY),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NC), 가져다 쓰더라도 똑같은 CCL 조건을 적용(SA)하면 기획 자료든, 디자인 작품이든, 개발 소스든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다. 다만 특정 정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포교 활동 같은 종교적 목적으로 쓰는 건 제한된다. 사회적기업처럼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들에겐 영리 목적으로 쓰는 것도 일부 허용할 예정이란다.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이 좋은 기회다. 그 동안 어렴풋이 생각만 했던 서비스, 실제 구현할 엄두가 안 나 가슴속에 묻어뒀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의 문을 두드려볼 일이다. 내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으면 또 어떤가. 그게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든, 사회적 가치가 쌓이도록 힘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바뀔 테니까.

이 행사는 희망제작소·다음세대재단·해피빈재단이 공동 주최·주관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NHN·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한다. ‘블로터닷넷’은 캠핑장이 문 닫을 때까지 주요 과정을 되도록 자세히 소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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