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개자료실’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새천년이 막 열릴 즈음이었다. 심파일, 보물닷컴, 앳파일, C넷 자료실, 투카우…. 마이폴더넷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엔 얼마나 인기가 치솟았던가. 대표 주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젠 도해용(40) 마이폴더넷 대표에겐 그 시절이 ‘희미한 옛 영광의 추억’일 뿐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인터넷 자료실을 들락거리지 않아요. 예전과 달리 PC를 살 때 어지간한 기본 프로그램은 설치돼 있고, 웹서비스가 PC용 SW들을 대체하는 경우도 흔하니까요. 웬만한 SW는 굳이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를 가지 않아도 포털에서 곧바로 내려받을 수 있으니, 휴.”

마이폴더넷은 인터넷 자료실 서비스의 맏형이다. 1997년 ‘넷퀘스트’란 웹에이전시에서 출발해 2000년 5월 정식 법인으로 뿌리를 내렸다. 법인 설립부터 지금까지 꼭 10년을 도해용 대표가 줄곧 이끌어왔다. 굴곡 많은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벤처붐이 절정에 이를 때였어요. 마이폴더넷도 수혜를 많이 입었죠. 법인 설립 전부터 꽤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시작했으니까요. 2001년 웹사이트를 회원제로 바꿨는데, 꼭 1년만에 회원수가 300만명을 넘어서더군요. 조그만 웹사이트에서 300만명이라니. 꿈같은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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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폴더넷은 컨텐트와 서비스 면에서 단연 튀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SW가 나오면 마이폴더넷에 들어가 리뷰를 읽고 SW를 내려받았다. 마이폴더넷 리뷰는 ‘권위’를 인정받는 알짜 정보였다. 포털사이트와 신문, 잡지 등이 앞다퉈 리뷰를 받아 실었고, 제휴 문의도 줄을 이었다.

“제가 철이 없었던 거죠. 호시절이 이어질 걸로 믿었고, 배짱도 많이 부렸으니까요. 의욕은 앞섰는데, 요령을 부릴 줄 모르고 고지식하게 서비스를 꾸려나간 겁니다.”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벤처 열기는 이내 식었고 시장에 넘쳐나던 돈도 금세 가물었다. 인터넷 자료실 서비스를 노리던 업체들은 재빨리 웹창고 서비스로 돌아서며 위기를 피해갔다. 도해용 대표도 고민에 싸였다. 어떡하나.

“웹창고 서비스들에서 SW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던 시절이었어요. 시장은 웹스토리지 서비스를 원하지만, 그런 식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인수 제의도 수차례 받았는데, 막상 결심하려니 손이 안 떨어지더군요. 자식처럼 10년을 키운 마이폴더넷이 다른 사람 손에서 망가지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기울어지던 마이폴더넷에 치명상을 입힌 건 다름아닌 ‘블로그 시대’였다. “마이폴더넷 전문 리뷰어가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글이 많아야 50여건 안팎인데요. 블로그가 보급되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리뷰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거에요. 깊이 면에서도 돋보였고, 숫자도 비교가 안 됐죠. 저희 리뷰어 몇 명이 따라가기엔 도저히 역부족인 겁니다. 마이폴더넷 리뷰의 ‘권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죠.”

10년 동안 이것저것 손 안 대 본 게 없었다. SW에서 시작해 게임, 뉴스 등 다른 서비스에도 발을 뻗었다. 한동안은 서울 용산에 직접 매장을 내고 조립PC도 팔았다. 지식검색 서비스도 일찌감치 운영해봤고 모바일 서비스도 뛰어들었지만, 다들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이폴더넷이 흔히 말하는 ‘좀비 회사’입니다. 재무상으로 보면 진작 문을 닫았어야 하는 회사인데, 대표이사 임보증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숨을 끊지도 못하고 겨우 연명해나가고 있으니까요. 어떤 이유에서건, 결국은 제대로 직원들에게 보상해주지 못한 대표이사의 책임이지요.”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최근에는 아이폰 전용 자료실을 열고 재기를 모색중이다.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이란 게 애플 스토어를 통해 내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폴더넷이 직접 관여하기엔 어려운 모델이긴 합니다. 그래도 마이폴더넷이 10년간 쌓은 리뷰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아이폰 자료실을 시작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좀 더 현실적인 대안도 준비중이다.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레스토랑 정보를 모아 보여주고, 회원끼리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란다. 이용자들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을 직접 평가하고 서로 정보를 나누고, 해당 음식점에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홍보도 할 수 있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많은데요. 똑같은 걸 만드는 건 의미가 없겠죠. 기존 서비스가 못하는 것, 예컨대 평가 방식을 차별화하는 걸로 승부해보려 합니다. 제 전공이 호텔경영학이에요. 알고 지내던 지인들도 좀 있고요. 서비스를 시작하려 마음먹은 이상 제대로 좀 만들어보고 싶어서, 지난해부터는 대학원에서 외식경영학도 본격 배우고 있어요.”

도해용 대표는 대화 도중 입버릇처럼 자신을 ‘어리석다’고 되뇌었다. 허나 지나온 10년을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단다. 오히려 벤처기업 대표로 남보다 많은 경험을 한 걸 자랑스레 여기고, 새로운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이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저는 10년동안 사업을 하면서 노하우와 지혜가 많이 쌓였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걸 실패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해도 사람들이 10년 경력을 자산이 아닌 부채라고 보는 거에요. 저는 지금 하는 새로운 도전이 자신있어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 믿음대로 당당히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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