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운용성은 기술끼리 대화 물꼬 터주는 것”

상호운용성. 쉬운 듯 어려운 말이다. 서로 뭔가를 터준다는 얘긴데. 뭘 어떤 식으로 터주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까. 똑같은 기술을 쓰면 해결되는 걸까. 복제품마냥 비슷하게 찍어내면 상호운용성은 구현되는 걸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얼마전 새로 선보인 ‘윈도우7′을 비롯해 MS 주요 제품들과 기술들이 어떻게 상호운용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설명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NTO)인 김명호 박사는 상호운용성을 ‘대화’란 열쇳말로 요약했다. 요컨대 서로 다른 기술이나 기기끼리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게 상호운용성의 뼈대란 설명이다.
“이미 IT는 생활에 침투해 있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프라입니다. 스마트그리드, 재난복구, 그린IT, 분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과 컨버전스란 이름으로 결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의 전제는, 서로 다른 기술들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에 대한 해답이 상호운용성이고요.”
김명호 박사는 “상호운용성은 호환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호환성을 포괄하는 보다 큰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호환성이 동일한 규격을 갖춘 제품간 대체가능성을 일컫는다면,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기술로 이뤄진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는 설명이다.
‘표준’에 대해 지적한 대목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김명호 박사는 “표준은 양날의 칼”이라고 표준 기술을 맹신하는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어떤 표준이 상호운용이나 호환을 위해 너무 완벽히 재현되면 그걸 구현하는 제품간 차별성을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차별성을 통해 시장에서 승부하는 업체 입장에선 그 제품을 구현할 이점이 전혀 없는 셈이죠. 이는 시장에는 오히려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표준이 지나치게 느슨하게 구현되면 상호운용성이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느 수준의 표준을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죠. 표준만 있으면 상호운용성은 구현될 거라는 건 안일한 생각 아닐까요.”
김명호 박사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상호운용성에 대한 ‘입체적 접근’을 꺼내들었다. “우선 제품 설계부터 최대한 상호운용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표준안의 단점은 국제적 동의를 얻어야 할 때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기업은 표준이 나오는 걸 기다리기보다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죠. 그 가운데 하나는 기술 라이선스 상호 교환입니다. 그래서 제품에서 그런 기능을 많이 넣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기업끼리 대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MS는 이를 위해 인터롭 벤더 얼라이언스(IVA) 에 참여하고 있다. IVA는 MS 제품이나 기술간 상호운용성을 지향하는 HW 및 SW 공급사들의 연합체다. 60여개 회원사가 참여해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기술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이 밖에도 MSDN이나 코드플렉스 등을 통해 현장 개발자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정보들도 제공하고 있다.
‘윈도우7′은 앞선 제품보다 상호운용성에 특히 신경쓴 운영체제로 꼽힌다. “윈도우7에 적용된 상호운용성 개념이 윈도우7을 들어내고 대체품을 집어넣겠다는 호환의 개념은 아닙니다. 윈도우7은 두고 다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들이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느냐가 윈도우7 상호운용성의 주요 목표인 셈이죠. 응용프로그램이나 기기들의 상호운용성은 새 운영체제가 나오자마자 한꺼번에 풀리는 게 아닙니다. 이를 위해 사용자 환경개선 프로그램과 호환성 센터를 두고 고객 의견을 꾸준히 받아들이고 업데이트와 패치를 통해 개선해나가겠다는 게 윈도우7이 드리는 약속인 겁니다.”
하드웨어 부문에선 윈도우7에 내장된 ‘디바이스 센터’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기지 역할을 맡았다. “디바이스 스테이지는 자기가 설치한 기기가 무엇인지 한 곳에서 쉽게 알아보도록 만든 공간입니다.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매뉴얼 위치나 업데이트 장소, 부가기능 등을 손쉽게 찾을 수 있죠. MS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실제 디바이스 스테이지를 적용하느냐 마느냐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문제죠. 디바이스 스테이지 인터페이스에 맞추는 게 개발사 입장에선 좀 더 노력이 드는 일일 지 모르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일관성 있는 인터페이스로 기기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윈도우에 기본 내장된 ‘워드패드’ 사례도 흥미롭다. “워드패드는 DOC나 DOCX 형식 뿐 아니라 경쟁 기술인 ODF 파일 형식도 저장하거나 읽을 수 있습니다. 문서작성 도구는 워드패드를 쓰더라도 마지막 문서 교환은 ODF 파일 포맷인 ‘.odt’로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겁니다. 애플 아이폰에서 익스체인지 서버를 이용하고 OOXML 파일을 열어볼 수 있는 점, 윈도우 애저 플랫폼에서 PHP나 자바같은 경쟁 기술을 위한 개발도구를 공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개방인 셈입니다.”
MS는 ‘상호운용성 원칙’을 7개 주요 제품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윈도우 비스타와 후속 제품인 윈도우7 ▲닷넷 프레임워크 및 후속 제품 ▲윈도우 서버 2008 ▲MS 오피스 2007 ▲MS 오피스 셰어포인트 서버 2007 ▲MS SQL 서버 ▲MS 익스체인지 서버 2007 등이다. 김명호 박사 설명대로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는 제품인만큼 사소한 변화에도 많은 충격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히 상호운용성 확보에 공을 들이는 제품들이다. 나머지 제품들도 사안에 따라 상호운용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규격도, 기술도 다른 제품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물꼬를 틔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일도 아니다. “상호운용성은 목적이라기보다는 기나긴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생각이 널리 퍼져 협력사든, 경쟁사든, 정부관계자든 좀 더 의미있는 IT 제품을 개발할 때 상호운용성을 구현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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