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한 ‘2009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출석했습니다. 지난해엔 개인 사정으로 오전 발표만 듣고 자리를 떴는데요. 그래서인지 올해 체인지온 행사엔 더욱 욕심을 부렸습니다. 집중하고, 많이 보고, 열심히 듣고 오겠노라고요.

욕심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과 정보가 터졌으니까요. 집중력을 흐트릴 일도 없었습니다. 눈과 귀가 저도 모르게 반짝이고 쫑긋이고 있었거든요. 대개 컨퍼런스나 세미나가 초반에 몰입하다 갈 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이번 체인지온은 정말 달랐습니다. 오히려 갈 수록 재미가 더했습니다. 하루종일 진행된 컨퍼런스였는데도, 마지막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운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한마디로 ‘대박’이었습니다. :)

반가운 분들도 여럿 만났습니다.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이나무(@enamu)님과는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행사를 듣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저녁 식사와 맥주까지 나눠마셨더랬죠. 미디어오늘 이정환(@leejeonghwan) 기자 역시 옆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고 점심식사도 함께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행사 마무리 직전 자리를 먼저 떴습니다.

CC코리아에서도 활동가분들이 대거 오셨습니다. 어슬렁(@netstrolling), 제니퍼(@hskang), 양파(@jungpyo), 오주영(@jyoh0131)님을 한꺼번에 만났거든요. 끝나고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는 게스후(@iwillbe99)님도 뒤늦게 동참하셨고요. 모두들 나눔과 창조의 저작권 ‘CCL’을 알리는 전도사분들입니다. :)

그 밖에도 요즘들어 부쩍 자주 뵙는 보리(@boribook)님, 새로운 도전으로 분주하신 쥬니캡(@junycap)님, 이런 자리엔 빼놓지 않고 드나들며 배움엔 끝이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는 고정현(@jeonghyeun)님도 반가웠습니다. 지역 미디어 실험에 분주하신 김주완 기자님을 뵌 것도 큰 소득이었고요.

누구보다 조명받을 주인공은 멋진 행사를 만드느라 수고하신 다음세대재단 식구분들입니다. 현장에 나와 분주히 참가자들을 챙기고 다독인 문효은 대표님, 행사 밑그림을 그리고 당일 재기발랄한 사회자까지 자청한 사계절산타(@4season_santa)님, 행사 살림꾼으로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조아신(@asincho)님과 일당백 개발자 엔클라우드(@ncloud) 님, 그리고 모든 재단 식구분들 덕분에 멋진 배움 장터가 열렸습니다. 행사 끝나고 참석자들이 보여준 폭발적인 반응은 이런 땀과 발품의 결과이겠죠.

발표 내용도 짧게 옮겨봅니다. 반짝이고, 쫑긋 세우고, 웃고, 박수치느라 정작 발표 내용은 제대로 받아쓰지 못했더랬어요. 다음세대재단이 전체 발표 자료를 웹에 공개한 덕분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분들도 분위기 정도는 어렵잖게 솎아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기조 연설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님과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 두 분이 맡으셨습니다. 두 분은 각각 사회학자와 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재열 교수님은 “네트워크는 이미 우리가 흘러넘길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고, 중요한 자원 동원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네트워크는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포착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정재승 교수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키노트를 맡으셨는데요. 지난해처럼 솔직담백한 어법에 유머를 섞은 발표로 청중들을 사로잡으셨더랬죠. “소셜 네트워크는 복잡계와 비슷하며, 복잡계의 창발성을 적극 활용하자”는 대목에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제이미(@jamiepark) 특유의 생기발랄한 발표도 여전했습니다. 트위터 전도사답게 다양한 트위터 활용법과 이를 통한 사회변화를 소개했습니다. ‘트윗’ 1개당 1원씩 기부하는 ‘트윗나눔’이나 특정 회사 특정 물품을 사면 수익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레드’ 사례도 흥미로웠고요.

금동우 다음 모바일커뮤니케이션 팀장님은 일본을 중심으로 모바일 SNS 사례들을 다양한 지표를 섞어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QR코드’를 활용한 사회공헌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QR코드는 휴대폰 카메라로 코드를 읽어들이면 해당 웹주소로 곧바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QR코드를 해변에 모래로 만들어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한 뒤, 자연스레 휴가철 공공질서의식 촉구 이벤트로 연결하는 식입니다.

오후 발표들은 그야말로 빵빵 터졌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시작된 정진호(@phploveme) 야후코리아 차장님의 강의부터가 그랬죠. 정진호 차장님은 ‘온라인으로 가치 나누기’란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요. 개인 경험들을 엮어서 멋진 얘기 한 편을 완성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본인의 사회 입문부터 가족여행, 비영리 행사 진행기 등을 유머있게 전달하면서 자연스레 온라인으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식이었죠. 정진호님 스스로도 발표 자료나 사진 등을 대부분 웹에 CCL을 적용해 무료로 공개하며 ‘가치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공유할 수록 더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란 결론이 매우 감명깊었습니다.

박남호(@namho)님 강의는 제 입장에선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회적 웹서비스’의 다양하고 새로운 사례들을 한꺼번에 얻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5만여개 발전소와 4천여개 전력공급 업체의 탄소배출량을 기록하는 지식공유 프로젝트 ‘CARMA.org’, 사회적 이슈를 고민하고 실행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Changemakers.com’, 공립학교 교사 기금지원 프로젝트 ‘DonorsChoose.org’ 등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관심 끄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따로 모시고 자세한 사례들을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정지훈(@hiconcep) 우리들병원생명과학기술연구소 소장님은 실물로는 처음 뵈었는데요. ‘하이컨셉 & 하이터치‘란 블로그로 유명한 분이죠. 의공학을 전공한 분 답게 ‘시냅틱 웹’(Synaptic Web)이란 개념을 선보여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TBWA코리아 크리에이터 디렉터인 박웅현님은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발표자 가운데 가장 인터넷과 친하지 않을 것 같은 1인’이었습니다. 헌데 심상찮은 외모만큼이나 경력이나 성과 모든 면에서 남다른 분이더군요.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CF 작품’들을 잇따라 만드신 분인데요. 청중들을 여러차례 감동과 울림으로 롤러코스터를 태우더니 마지막 CF에선 기어코 여럿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습니다. 감동의 밑바닥까지 남김없이 보여준 그 CF는 결국 의뢰 기업에 판매되지 못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느끼는 감동과 자본이 선택하는 감동 사이엔 온도차가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일화였죠.

표철민(@charlespyo) 위자드웍스 대표는 ‘위젯’ 얘기로 청중들을 찾았습니다. 위젯이란 게 비영리단체가 활용하기에 제격인 도구란 점을 강조해 공감을 얻었습니다. 특유의 센스 넘치는 발표도 여전했고요. 비영리단체 홈페이지에 위젯이 하나둘 등불처럼 달리는 날도 머지 않을 듯.

마지막 발표는 이동형(@koleedh) 나우프로필 대표가 맡으셨습니다. 이동형 대표님은 싸이월드 창업자로 널리 알려진 분이죠. 지금은 지역기반 SNS ‘런파이프’를 서비스하고 있고요. 싸이월드 서비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얘기해주신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새로운 참여자와 시간, 정보를 가져다줄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란 점에서 모바일 서비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는 말씀은 미래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가 되새겨볼 만 하지 않을까요.

체인지온은 하루를 온전히 채우고 끝났습니다. 자투리 시간마저 남김없이 알차게 썼습니다. 유익한 발표와 즐거운 소통,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정성어린 음식들로 풍성한 자리였습니다. 주전부리로 제공된 친환경·공정무역 먹을거리들도 훌륭했고요. 무엇보다 참석자들을 세심히 배려한 마음씀씀이에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내년에도 올해만 같아라’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요.

이 글에 포함된 사진들은 다음세대재단이 웹에 공개한 사진들입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용’(BY-NC-SA)이란 CCL 조건을 지키는 대가로 누구나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이 CCL 조건은 이 글에 포함된 사진들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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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인 서울 양재동 EL타워. 350여명의 참석자들이 드넓은 강당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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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온’ 행사는 여기서. 어서들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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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1등으로 도착한 주인공은? 바로 이나무(@enamu)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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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을 맡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소셜 네트워크’로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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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조연설 마이크를 잡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위트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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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 바로 뒷자리엔 발표자 중 한 명인 정진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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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씨는 트위터를 이용한 다양한 나눔 사례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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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는 뷔페로. 훌륭하고 맛있는 식사만큼은 ‘체인지온’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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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차장.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유머로 나눔의 가치를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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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호님이 보여주신 다양한 소셜 웹 사례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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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생각을 함께 담은 광고로 행사장 가득 감동과 울림을 보여준 박웅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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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을 이용해 메시지를 담은 테트리스를 직접 쌓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Comments

  1.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복습이 되는 듯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정리하여 내일 저희신문에 실릴 예정인데, 제가 들은 게 맞나 싶은 부분이 많아 제대로 정리를 못한 듯 합니다.
    그 내용은 내일 올려볼까 합니다.
    그런데, 여기 트랙백 주소를 어떻게 복사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1. 만나뵙게 돼 반가웠습니다, 김주완 기자님.
      이 블로그는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트랙백 주소는 덧글창 바로 위 ‘글엮기(trackback)’ 링크를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눌러 복사하시면 됩니다. :)
      현재 저희 블로터 시스템에 약간 문제가 있어 트랙백 전송이 잘 안 되고 있어요. 복구하는대로 저도 트랙백 쏘겠습니다.

    1. 덕분에 정말 재미있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표 들었어요. 이참에 CCL 전도사로 모시고 싶다는. :)
      12월에 또 뵐 기회가 있겠죠? 종종 뵙겠습니다.

  2. 핑백: ITcanus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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