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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이용자에겐 지극히 불리한 절름발이 법입니다. 길게 보면 저작권자에게도 독약이지요. 변화하는 기술 환경과 고객 수용 태도를 못 쫓아가게 만들어, 끝내는 저작권자를 말려죽일 겁니다.”

문용식(50) 나우콤 사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그는 지난해 6월18일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이었다. 검찰은 촛불집회 생중계를 이끈 아프리카가 불법 파일 공유를 방치하고 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여론 재갈물리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검찰은 구속 기소 한 달여 뒤인 7월29일 문용식 대표를 보석 석방했다. 문용식 대표는 올해 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문 대표는 이에 반발해 항소한 상태다.

1년4개월이 지났지만, 문제는 그대로다. 문용식 대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당시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입건되고 기소됐죠. 그것까진 좋아요. 헌데 검찰이 구속 수사한 건 정치적 혐의가 짙은 사안입니다. 담당 검사도 구속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하루 전날 전격 구속영장이 청구된 거죠.”

아픈 기억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문용식 대표는 누구보다도 저작권 문제에 관심과 애착이 짙었다. ‘열정’이나 ‘사명’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왜 이리도 저작권 문제에 천착하는 것일까.

“저작권은 사적 비즈니스 이해다툼 문제가 아니에요. 인류가 지식을 생성하고 습득하는 차원의 문제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지식문화 강국이 돼야 하는데, 과거처럼 삽질만 해서 과연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지식문화 산업을 튼실히 할 때만이 미래 비전이 보이는데, 이를 위해 반드시 정비돼야 할 것이 저작권 문제입니다.”

그는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저작자의 권리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게 문용식 대표 생각이다. 무리하게 법에 반기를 들 마음도 없다. 나우콤이 운영하는 웹창고 서비스 ‘피디박스‘와 ‘클럽박스‘, 실시간 인터넷방송 서비스 ‘아프리카‘ 모두 방송·영화·음악 컨텐트에 대해 주요 단체와 저작권 보호 협상을 마쳤다. 기술적 보호 장치도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저작물을 떳떳이 유통하고 수익을 나누는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문용식 대표는 멀리 내다보고 저작권의 권리 범위나 행사 방식을 새로이 정비해야 한다고 틈날 때마다 주장한다. 미래를 내다볼 때, 지금의 저작권 틀 안에선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테면 발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디지털은 이미 무한복제, 무한전송입니다. 칸막이 치고 규제할 게 아니라, 널리 향유하고 제대로 보상하는 게 해결책이죠. 소비자가 마음껏 디지털 문화를 누리게 하는 대신, 소비한 만큼 저작자에게 대가를 돌려주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분배 책임은 신탁단체에 맡기면 될 테고요.”

문용식 대표에겐 ‘학생운동 출신’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이던 80년대,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가 5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김근태 전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다. 그러다보니 문 대표를 둘러싸고 ‘정치 입문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정치인은 온전한 봉사 정신이 필요합니다. 어항속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노출돼 있는 게 정치인이죠. 공적인 걸 위해 개인 욕심은 버려야 하는데, 그런 길을 선택하려면 깊은 실존적 고민과 결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그런 선택을 할 만큼 제 고민이 깊은 지는 더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문용식 대표는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건 지금의 저작권법을 21세기에 맞게 바로잡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바른 저작권 문화를 정립하기에 한국만큼 좋은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처럼 디지털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드물죠. 인프라도 잘 깔려 있고, 디지털 문화 향유 속도도 빠릅니다. 그러니 한국이 여기에 맞는 법을 제대로 정비하면, 전세계가 뒤따라올 겁니다. 그게 지식강국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지, 4대강 정비로 무슨….”

■ 문용식 대표는

문용식 나우콤 대표는 1979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 입학했다. 80년대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의장으로 ‘깃발’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5년1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1990년 대학을 졸업했다. 1992년 뜻 맞는 동료들과 한국출판정보통신을 설립, 국내 첫 민간 자본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의 물꼬를 텄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서비스 흐름이 넘어가던 2001년, 나우콤 대표이사로 취임한 문용식 대표는 본격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2002년 개인용 웹창고 서비스 ‘피디박스’를 선보이고, 2004년 커뮤니티 기반 웹창고 서비스 ‘클럽박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2006년에는 개인용 인터넷방송 서비스 ‘아프리카’와 새로운 홈페이지 서비스 ‘오피’를 선보였다. 특히 ‘아프리카’는 2008년 전국을 휩쓴 촛불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채널로 큰 주목을 끌었다. 촛불집회가 절정으로 치닫던 2008년 6월, 문용식 대표는 불법파일 공유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올해 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나우콤은 현재 인터넷과 게임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8년 보안업체 윈스테크넷과 인수합병한 뒤 회사명을 나우콤으로 바꿨다. 현재는 게임과 인터넷사업부문은 문용식 대표가, 보안사업부문은 김대연 대표가 이끄는 각자대표제로 운영되고 있다.

나우콤이 운영하는 ‘아프리카’는 동영상 UCC 서비스로는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서비스로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는 광고에 의존하는 대신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아이템 판매로 거둬들이고 있다. 매출 비중은 아이템 50%, 광고 30%, 솔루션 판매가 20% 정도다.

문용식 대표가 취임한 이후 나우콤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흑자를 냈다. “알뜰살뜰 아끼고, 큰 욕심 안 내고, 허황되게 대박을 꿈꾸지 않았던 덕분”이라고 문용식 대표는 배경을 밝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10억원이다.

■ 문용식 나우콤 대표 약력

– 1990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졸업
– 199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외교학과 졸업
– 1992년 한국출판정보통신(옛 나우콤) 입사(창립멤버)
– 1994년 나우누리 서비스 시작
– 2000년 나우콤 서비스 총괄본부장
– 2001년 나우콤 3대 대표이사 취임
– 현재 나우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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