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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블로그’란 공간이 갖는 의미는

블로그를 만든 지 3년 갓 지났다. 방문객이 많지도, 뜨거운 반응이 오가지도 않는 조용한 공간이다. 모놀로그에 가깝다고 할까. 그래도 되도록 도움 되는 정보를 올리려 애쓰는 편이다. 때론 습작 공간으로, 가끔은 공개된 일기장으로 쓰기도 한다.

이 보잘 것 없는 공간에서도 쓰임새를 찾으려는 걸까. 가끔 외부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다. 흔한 말로 ‘리뷰’다. 이 블로그보다는, 연결된 ‘블로터’를 겨냥한 요청이리라. 그래도 좋다. 관심 있고 흥미로운 제품이면, 기기든 SW든 즐거이 만지작거리는 편이다. 기술 지식이야 애당초 부족한 인문학 전공자이니, 인상이나 느낌을 이야기 형태로 풀어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알량하지만 나름 양심이 허락하는 선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여기까진 좋다. 헌데 이따금 난감한 ‘부탁’이 들어오기도 한다. 좀 더 노골적이고 은밀한 요구다. 요청을 내민 쪽에서 아예 글감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다. 잘 만들어진 글을 조금 손질해 올려달란다. 대개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갖춰진 글이다. 굳이 손보지 않고 올려도 될 만 한.

어떡해야 할까. 덥석 받아서 블로그에 올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이런 경우 원인은 대개 하나로 수렴된다. 요청을 내미는 쪽과 블로그 주인 사이에 눈높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블로그 주인에겐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개인 공간이란 인식이 짙다. 일기장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이를테면 대중에게 노출된 개인공간이다. 누구나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일기랄까. 그렇기에 다소 독자를 의식한 글을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남이 던져준 경험을 그대로 올리는 건 다른 문제다. 그 순간 개인 공간으로서 의미는 상실된다. 그저 웹에 떠 있는 광고판일 뿐이다. 예컨대 내가 타보지도 않은 자전거의 시승기를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까. 자전거 생산업자 입장에선 그게 블로그 이용가치일 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블로그를 바라볼 뿐이다. 집주인이 갖는 복잡다단한 의미 공간은 그의 관심사 밖이다. 교통량이 많은지, 목이 좋은지만 따져볼 뿐. 나는 집으로 바라보는데, 그는 도로 위 간판으로 인식하나보다.

블로그 마케팅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돈 지 오래다. 나는 블로그가 돈과 전혀 무관한 순수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순수한’ 공간이란 게 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는 플랫폼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는 주인 마음이다. 블로그를 활용해 돈을 번다고 해서 누가 뭐랄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당신에게 블로그란 공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일기장인가, 확성기인가, 상품 진열대인가. 어떤 경우든 용도에 맞는 운영 원칙이란 걸 스스로 세워볼 일이다. 원칙을 세우기 어렵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내 블로그는 공개된 일기장이지만, 남이 대신 일기를 써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앞선 ‘은밀한 요청’은 정중히 거절하는 게 상식이다.

거창할 것 없다. 그냥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거다. 나는 왜 블로그를 만들고, 그 곳에 글을 올리는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듯 블로그를 돌아보자는 거다. 적어도 개인에게 무의미한 공간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자기 성찰 없이 내돌리는 헤픈 블로그는 개인에게도,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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