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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공이산의 슬픈 로그아웃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뒤 인터넷으로 계속 정치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무릎을 쳤다. 그래, 저것이야말로 ‘노무현다운’ 선택인 걸. 그는 소통에 거리낌이 없었고 지위고하를 두지 않았다. 계급장 떼고 한 사람의 누리꾼으로서 당당하게 사회에 외치고 싶었을 게다. 그래야 노무현스럽다. 양심 없고 쓸개빠진 일부 언론이 노골적으로 경멸을 담아 짖어대던 ‘놈현스러운’ 게 아니라, 인간 노무현다운 선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고 우직하게 나아가고 싶었나보다. 공식 홈페이지에 쓸 필명을 ‘우공이산’으로 정하고 싶었단다. 선점한 이가 있어서 ‘노공이산’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 또한 인간 노무현과 잘 어울렸다. 그는 누구보다도 소신 있고 열정이 넘치는 정치인이었으니까.

지나친 소신이 외눈박이로 변질되는 정치인을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봐왔는가. 그런 점에서 정치인 노무현은 달랐다. 그는 신념의 양탄자를 뚜벅뚜벅 걸어나갔지만, 늘 주변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여유를 지녔다. 웅덩이를 깊이 파면서도 두루 넓히는 정치인이었다. 신작로를 앞에 두고도 애써 가시밭길을 걸었던 ‘바보’였지만, 가시에 생채기를 입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했다. 자신의 목줄을 죄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소수의 부와 권력을 위해 기꺼이 양심을 팔고 여론을 왜곡하는 수구 확성기들을 거리낌없이 호통치는 뚝심있는 정치인이었다. 올곧은(政) 다스림(治)이란 이런 데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그는 매력적인 정치인이었다. 그건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하느냐 비판하느냐, 보수냐 진보냐를 가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던 노공이산이 돌연 낭떠러지 저편으로 로그아웃했다. 늦깎이로 데뷔해 누구보다 열심히,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던 그를 이제 인터넷에서 볼 수 없다. 게시판에 안부를 남겨도, e메일과 쪽지를 보내도 대답하지 않는다. e세상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소신 있고 가슴 따뜻한 누리꾼 한 명을 잃었다. 접속한 나날보다 외치고 나아가야 할 나날들이 훨씬 많이 남았기에 더욱 안타깝다. 좀 더 있었다면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에서 노공이산과 마주하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고 토론할 수도 있었을 텐데. 노공이산과 연대하고, 허물없이 소통하고팠는데. 갑작스런 허탈감과 상실감 앞에선 무력하고 황망할 따름이다.

황소걸음처럼 딸깍딸깍 나아가는 노공이산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다. 게시판 여기저기 주인 잃은 생각들이 흩뿌려져 있을 뿐. 슬픔의 심연은 여기서 발원한다. 슬픈 노공이산의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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