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강화된 인터넷 규제 정책의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 요구에 따라 포털 사업자가 게시물을 일시 차단하는 ‘임시조치’나, 행정기관이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는 ‘시정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부 비판글이나 의사표현 게시물까지 일시 차단하는 무차별 임시조치 사례가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가 공개한 자료를 보자. 그는 지난 5월15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 공술인 자격으로 참석해 지금의 인터넷 규제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지 열거했다. 새정부 들어 고삐를 늦추지 않던 인터넷 옥죄기가 곳곳에서 생채기를 내는 모양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규제 강도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누리꾼 ‘꿈꾸는별’은 지난 2008년 10월20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주성영퇴진’이란 말머리와 더불어 ‘만취한채 민폐끼치는 주성영의 싸이월드입니다‘ 란 글을 올렸다. 주성영 의원 미니홈피 주소와 ‘방명록에 글 남기고 왔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 글은 주성영 의원의 고소로 임시 차단됐다. 굳이 문제삼는다면 ‘민폐끼치는’이란 단어일 뿐인데, 이 정도 주관적 평가가 게시물을 차단할 정도인지 모를 일이다.

01_joosy

올해 5월 노동절 거리 시위 장면도 비슷한 사례다. 시위대에 진압봉을 휘두른 경찰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이를 비판한 다음 블로그, 아고라 글들이 ‘임시조치’란 이름으로 삭제됐다. 임시조치를 요청한 사람은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경찰 간부다. 이런 식이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공무 내용도 인터넷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공무 당사자에게 씁쓸하다는 이유란 건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또다른 누리꾼 ‘Arti’의 사례는 실명제의 ‘악용’을 더욱 극명히 보여준다. 누리꾼 Arti는 지난 2월 다음 블로그에 ‘인터넷 영화예매 사이트 티켓무비. 어떤 사이트일까 궁금했다.‘ 란 글을 올렸다 20여일 지난 3월6일 임시조치를 당했다. 글에서 언급한 티켓무비쪽이 다음에 요청해 30일동안 게시물 접근을 임시로 막은 것이다. 문제의 글은 티켓무비의 예매 과정과 서비스의 불편함을 개인 관점에서 서술한 글이다. 욕설이나 비난도 없고, 사실을 왜곡하지도 않았다. 티켓무비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글은 ‘임시조치’란 이름으로 30일동안 막혀 있었다. 맥스무비쪽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삭제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명예훼손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최장 30일까지 임시조치가 발동된다는 점이다. 나중에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더라도 그 때까진 방문자가 게시물을 읽을 수 없다. 누군가 자신과 관련해 읽기 거북한 글이 생기면 실제 명예훼손 여부와 관계없이 당장은 해당 글을 내릴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장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정부가 내놓은 실명제다. 누리꾼 Arti의 해당 글도 30일 뒤인 4월5일 임시조치는 풀렸지만, 잃어버린 30일에 대한 하소연은 어디서 해야 하나.

02_ticketmovie

그 동안 불거진 임시조치나 게시물 삭제 사례는 무수하다. 오병일 활동가가 소개한 사례만도 ▲용산참사 관련 게시물 임시조치 ▲이랜드-뉴코아 노조 관련 다음·네이버 게시물 임시조치 ▲장자연 리스트 관련 조선일보의 임시조치 요구 ▲방통위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게시물 표현 시정 요구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안들이 적잖다. 심지어는 가격비교 글이나 특정 SW의 개인정보 수집 의혹을 제기한 글에 대해서도 임시조치란 이름으로 방화벽을 쳤다. 이쯤되면 정부의 사후 규제 조치가 비판은 막고 미담만 허용하자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조자룡의 헌칼로 전락해버린 임시조치.

<덧>

오병일 활동가가 부연 설명을 남겨주셨습니다. 위 표현의 침해 사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별개로 사후 규제로 실시되는 ‘임시조치’와 ‘시정요구’에 따른 결과입니다. 글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Comments

  1. 관련 글을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어 말씀드립니다.

    제가 사례로 든 ‘임시조치’나 ‘시정요구’는 ‘인터넷 실명제’와 별개의 내용 규제 제도입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 규제로서 글을 쓰기 이전에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라면, ‘임시조치’나 ‘시정요구’는 글을 쓴 이후의 사후 규제에 해당합니다. 임시조치는 피해자가 요구해서 포털 등의 사업자가 차단 조치를 하는 것이고, 시정요구는 방통심의위라는 행정기관에서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올해 4월에 발효된 것이 아닙니다. 이미 2007년부터 도입이 된 것이었는데, 2008년 11월에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실명제 의무 대상 사업자를 기존 37개에서 150여개로 확대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유투브가 포함된 것이구요) 그 시행령 개정의 발효가 4월부터 된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