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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국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하기로 한 결정이 화젯거리다. 헌데 이에 대한 청와대 반응이 더욱 관심을 끈다.

지난주 <블로터닷넷>에선 이명박 대통령 연설을 유튜브에 올리기로 한 청와대 발표의 헛점을 꼬집은 바 있다. 유튜브의 영리한 ‘우회경로’ 채택안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로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논리적 오류를 짚어본 글이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하루평균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이용자가 컨텐트를 올리기 전에 본인 확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사안을 처음 접한 독자들을 위해 맥락을 짚어보자. 유튜브코리아는 4월9일, ‘인터넷 실명제보다는 이용자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한국지역 유튜브 이용자의 서비스를 제한했다. 유튜브코리아의 결정대로라면 앞으로 한국 거주 이용자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지도, 덧글을 달지도 못한다. 남들이 올린 동영상을 관람만 할 수 있을 뿐이다. 4월1일부터 적용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유튜브식 대답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껏 라디오 전파로 내보냈던 이명박 대통령 연설을 앞으로 유튜브에도 올리겠다’던 청와대 약속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명을 내놓았다.

요컨대 이명박 대통령 연설 동영상은 애당초 해외 홍보를 염두에 두고 유튜브 한국 서비스가 아닌 유튜브닷컴으로 올렸기에, 유튜브코리아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동영상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 공식 입장이다. 정리하자면 ①유튜브닷컴은 한국내 서비스가 아니므로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받지도 않고 ②유튜브코리아의 서비스 제한 조치와도 무관하므로 ③대통령 연설 동영상을 올리고 홍보하는 데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해명이 참으로 궁색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하루평균 10만명 이상 찾는 국내 웹서비스들은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 유튜브 이용자는 실명제를 적용하는 게 정당하지만, 나라 밖에서 접속하면 문제 없다는 게 유튜브쪽 결정이다. 청와대도 딱히 반박하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청와대는 ‘해외홍보’를 이유로 “유튜브 한국 서비스가 아닌 유튜브닷컴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제 입으로 밝혔다. 유튜브 한국 서비스로는 글로벌 홍보가 안 된다고 본 게다. 한마디로 ‘유튜브 한국 서비스=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고 규정한 꼴이다.

우습다. 언제부터 인터넷 서비스가 오프라인 영토처럼 국경을 무 자르듯 구획지었던가. 웹서비스가 외국 거주 이용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신용장이라도 개설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비자라도 만들어 허락받고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했던가. 그럼에도 청와대는 애써 사이버 공간에서 국경을 나누며 해명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물론 언어 장벽은 엄연히 존재한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라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바이두닷컴보다는 네이버나 다음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 당연하다. 허나 유튜브는 다르다. 언어와 이용 국가가 분리돼 있다. 거주 지역이 한국이든 유럽이든, 언어를 ‘한국어’로 선택하면 얼마든지 한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가 한국지역 이용자들의 동영상 업로드와 덧글 달기를 막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외홍보? 좋다. 그런데 궁금하다. 청와대는 ‘해외홍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 동영상을 어떤 식으로 유튜브닷컴에 올리고 있는지. 한국땅에서 접속하면 유튜브 한국서비스가 먼저 뜰 텐데, 청와대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 동영상을 유튜브닷컴으로 올리는지. 접속 지역을 바꾸는 지, 아님 아예 해외 서버를 거쳐 접속하고 있는지. <한겨레> 기사대로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원본 동영상을 전송해 올리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진 않으리라 믿고 싶다. 명색이 실용정부 아닌가. 그러니 바라건대, 고백해주시라. 해외홍보를 위해 국적을 ‘전세계’로 바꿨다고. 유튜브에선 ‘한국’으로 커밍아웃하면 한국인들만 동영상을 볼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고.

말하고픈 건 이거다. 국내에 서버를 둔 웹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실명제’ 규제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허약하고 얄팍한 정책인지 곱씹어볼 때란 얘기다. 제도 자체의 헛점도 클 뿐더러, 그 의도 또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엔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살펴볼 일이다.

웹서비스는 PC 모니터를 넘어선 지 오래다. 휴대폰과 가전기기, 심지어 손목시계까지 지구촌 전체가 언제 어디서나 실핏줄로 연결돼 있는 세상이다. 국경이나 피부색, 접속 지역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구촌을 겨냥해 남다른 서비스를 내놓는 자가 경쟁에서 승리한다. 서버가 어떤 물리적 영토에 귀속돼 있는지에 연연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엔 e누리는 너무 빨리 융화돼 버렸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 청와대는 진정 뒤쫓고 있는가. 허술한 해명으로 실책을 덮을 일이 아니잖은가. 청와대가 할 일은 애써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세계 시민입네 할 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수뇌부로 떳떳이 전세계 네트워크에서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Comments

  1. ①유튜브닷컴은 한국내 서비스가 아니므로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받지도 않고
    ->
    가 아니라 “동영상 연설 동영상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홍보가 목적이므로 접속계정이 ‘전세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구굴의 실명제 거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 것입니다.
    즉, 자신들의 계정은 애시당초 ‘한국’이 아닌 ‘전세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유튜브에서 국가/언어 설정과 대상서비스는 별개문제 인데도 말이죠.

    1. 꾸냥님 말씀이 맞습니다. 청와대의 정확한 공식 입장이 그것입니다.
      저는 “동영상 연설 동영상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홍보가 목적이므로 접속계정이 ‘전세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구굴의 실명제 거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 “유튜브의 실명제 거부 조치가 청와대 동영상 게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음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

  2. 청와대 홍보 채널이라면서 채널명을 대통령 이명박 (presidentmblee) 로 하는 것보면, 지금 청와대에 계신 분들은 참 근시안적이신 것 같군요.

  3. 핑백: Cyber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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