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블로거들을 ‘모시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언론에 전달하는 메마른 ‘보도자료’를 벗어나 보다 따스하고 친밀하게 제품과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블로거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이미 일반화돼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델코리아가 4월8일 마련한 ‘블로거 간담회’는 오히려 늦은 인상마저 줍니다. 그래도 흥미롭습니다. 델 아태지역 부사장이 방한하면서 이름깨나 있는 언론사 기자들은 마다하고 ‘블로거들과 편하게 얘길 나누고 싶다’고 먼저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저 해본 말은 아닌 모양입니다. 실제로도 간담회 없이 블로거 대여섯 명만 초청해 오붓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격식도 벗어던졌습니다. 간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격의 없이 돌아다니며 의견을 듣고 얘길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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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한 델 임직원들. 맨 오른쪽이 한석호 델코리아 부사장, 그 옆이 월트 메이요 아태지역 소비재 담당 부사장이다.

자리를 마련한 월트 메이요 부사장은 델 아태지역에서 소비자용 제품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데스크톱, 노트북, 프린터 등의 제품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델’이란 기업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델 제품들에 대한 만족도와 불만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헌데, 이건 사실 저도 궁금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델’이라고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삼성’이나 ‘LG’, ‘HP’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상이 있을 테지만, ‘델’은 여전히 낯선 이용자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아는 분도 드물 테고요. 이것이 이번 자리가 마련된 배경입니다.

월트 메이요 부사장은 “델은 세계 PC시장에서 HP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라고 국내에서의 낮은 지지기반을 인정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 동안 개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제품과 판매활동을 본격 시작했으니, 따지고 보면 일반인에겐 갓 돌을 앞둔 병아리 기업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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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메이요 부사장. “회색 일변도의 투박한 노트북이 과거 델 모습이었다면, 미래의 델은 이런 모습일 것”이라며 차세대 노트북 ‘아다모’를 들어보였다.

델은 아시다시피 온라인 직접판매 모델로 크게 성공을 거둔 기업입니다. 소매점이나 대형 할인점 진열대에 PC를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대신, 전화와 웹사이트로 직접 주문을 받고 물건을 파는 데 눈을 돌린 겁니다. 똑같은 사양의 제품을 대량 찍어내지 않고,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사양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직판’과 ‘선택’은 델을 규정하는 주요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방식이 한국에선 크게 재미를 못 본 모양입니다. 할인점과 홈쇼핑, 대리점에 익숙한 고객에게 델의 판매방식은 어쩐지 불편해보입니다. 더구나 오프라인 고객서비스센터는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화나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서비스 접수를 받고 처리해줄 뿐입니다. 눈만 돌리면 어렵잖게 찾을 수 있는데다, 기술보다는 친절함이 더 자랑거리인 국내기업 고객센터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블로거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대목도 이 곳이었습니다. 요컨대 “델은 고객서비스가 엉망이고, 제품도 투박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월트 메이요 부사장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서비스가 뒤떨어져선 안 되며, 현지기업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델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내 고객들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건 변명할 여지 없이 잘못이라는 얘깁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안에 전국 5대 주요 도시에 고객서비스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점’을 우선 제공하겠다는 뜻입니다. ‘전국 5곳’이라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온라인 접수 결과만 목빼고 기다리던 지금과 비교하면 한발 나아간 모양새입니다.

델 제품과 판매 전략에 대한 얘기들도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월트 메이요 부사장은 ‘델 제품은 투박하다’는 기존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달라는 점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예전처럼 우중충한 색깔에 무겁고 투박한 노트북은 적어도 소비자용 제품에는 사라질 것이란 점도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제품들을 보면 이같은 공약이 헛된 구호는 아닌 모양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제품은 역시 ‘아다모’입니다. 델이 애플 ‘맥북 에어’를 겨냥해 내놓은 차세대 프리미엄 노트북입니다. 운좋게도, 실제 제품을 블로거 간담회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다모는 정말 얇았습니다.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한 ‘맥북 에어’와 달리, 아다모는 세련되고 반듯한 느낌을 주는 사각형 스타일을 부각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공식 출시는 안 됐지만, 역시 가격 압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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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형 프리미엄 노트북 ‘아다모’. 두께가 1.65cm에 불과하며,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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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코리아 담당자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왼쪽)과 ‘아다모’. 델의 과거와 미래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출시된 ‘스튜디오 하이브리드’나 넷북 ‘인스피론 미니’ 시리즈도 이른바 ‘델스럽지 않은’ 변화를 엿보게 합니다. 하지만 역시 근본 문제는 남습니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델이란 기업을, 델 제품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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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데스크톱PC ‘인스피론 하이브리드’.

월트 메이요 부사장은 한국인에게 친근히 다가서는 방식을 고심하는 눈치였습니다. 즉석에서 ‘한국 유명 디자이너를 델 제품 디자인에 참여시키는 방안은 어떤가’라고 제안하자 반색을 하며 반가워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3곳에 마련한 디자인센터를 통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디자인을 계속 연구하고 내놓겠다는 약속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한 터치스크린 방식의 일체형 데스크톱을 4월말에 한국에서도 공식 출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기대해볼 일입니다.

월트 메이요 부사장은 2시간여 남짓 이어진 대화 내내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예정보다 얘기가 길어지자 ‘이 자리에서 점심을 시켜먹으며 계속 얘기하는 게 어떠냐’고 즉석에서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데, 그 때문에 틈날 때마다 부인에게 잔소리를 듣는다”며 너스레를 떨 때는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면 꽤 인기있는 블로거가 될 듯합니다.

델코리아도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공식 블로그를 머잖아 열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리에 함께했던 한석호 델코리아 부사장은 “제품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함께 팔아야 한다는 지적에 백분 동감한다”며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델에서 내심 기대하는 제품들이 잇따라 쏟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와 만나는 일도, 장소도 지금보다 많아질 걸로 예상됩니다. 투박함 대신 세련됨을, 딱딱함 대신 친근함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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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있는 블로거들 노트북. 공교롭게도 델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는. ^^;

Comments

  1. 핑백: LSWCAP.COM
  2. 델이 아무리 뭐 디자인 바꾸고 그래도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는 이상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미국에서조차 서비스 받기가 힘든 실정이라..

    무슨 워렌티 없으면 이메일로 컨택조차 할 수 없으니..

    전화로 서비스 접수하려면 다른 부서로만 연결하는 실정이라…
    90분 가량을 싸우다보니 지쳐버리는군요..

    델 랩탑의 nvidia칩셋 문제 때문도 그렇고 아마 다시는 델을 사용 안할듯 합니다..

    아는 사람이 산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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