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무개 신문 1면 머릿기사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고라 3명 ‘인터넷 여론’ 조작”. 꽤나 선정적인 제목이지만, 말머리부터 의구심이 들게 한다. 평범한 누리꾼 3명이 정말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까. 진중권이나 조갑제쯤 되면 모를까. 처음부터 이름이 알려지거나 딱히 말 한마디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신문은 이들 3명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고 한다. 혹시 ‘아고라 여론’이라고 하면 그나마 덜 생뚱맞겠다. 이 신문은 ‘아고라’를 ‘인터넷’과 동의어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렇다 치자. ‘아고라 여론’은 그렇다면 정말로 조작됐을까. 기사 내용이 참 요상하다. 경찰이 아고라에 글을 올린 누리꾼 3명의 집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띄운 뒤 조회수가 많아지도록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주된 ‘혐의’는 반정부 성향의 글을 인위적으로 조회수를 끌어올려 아고라 ‘베스트 글’에 올려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죄가 될 일인가. ‘반정부 성향의 글’ 자체가 문제라면 법 좋아하는 정부이니만큼 법대로 따져 처벌하면 될 일이다. 글 내용이 문제였다면 굳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조회수 조작 여부를 조사할 필요도 없다.

허면, 조회수 조작이 위법인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순 있어도 법으로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들이 조회수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취했는가, 아니면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는가. 당최 모를 일이다.

물론 경찰이 내세우는 ‘혐의’는 따로 있다. ‘(다음에 대한) 업무방해죄’란다. 조회수를 기계적으로 끌어올려 다음의 업무를 방해했단다. ‘여론 조작’이나 ‘반정부 성향 글’이 죄가 아니라.

법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좀 찾아봤다. ‘업무방해죄’는 형법 제314조에 규정돼 있단다.

제314조 (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허위사실유포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게다가 업무방해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를 봐도 처벌된단다. 요컨대 다음쪽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경찰은 이들 3명이 다음에 대한 업무방해를 저질렀음을 입증하기 위해 다음을 압수수색하기까지 했단다. 막무가내로 쳐들어가서 마음껏 휘저어놓고 ‘너 도우려고 그랬어’란다. 도와주기 위해 엉덩이 걷어찬 꼴이다.

뭐, 좋은 뜻으로 ‘오버’했다고 치자. 이들 3명이 정말로 ‘허위사실유포’나 ‘위력’을 행사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허나 정작 의심이 드는 대목은 따로 있다.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된 ‘배경’ 말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쯤 일부 네티즌들이 아고라에 반정부 성향의 글을 올린 뒤 조회 수를 조작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아고라 게시 글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IP(인터넷 주소) 8개를 통해 조회 수 조작이 이뤄졌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우선 4개의 IP(사용자 3명)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렇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9월부터 이미 내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벌써 7개월째 수사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의문이다. 조사 대상이 ‘반정부 성향의 글’이 아니었다도 이렇게 ‘조회수 조작’을 문제삼고 오랫동안 수사를 했을까. 진짜 조회수 조작은 그것이 직접 이익으로 환원되는 곳에서 더 치밀하고 노골적으로 이뤄져왔는데도 말이다. ‘돈’이나 적어도 ‘유명세’와 같은.

예컨대 검색광고를 둘러싼 ‘부정클릭’이 그렇다. 검색광고에 대해 이 자리에서 새삼 길게 설명하진 않겠다. 요지는, 광고를 붙이는 쪽에서나 광고주 입장에서나 ‘클릭수’와 ‘IP 확보’에 따라 큰돈이 오가는 사업 모델이란 점에서 클릭수 조작이 심심찮게 개입되는 곳이란 뜻이다.

이 또한 법을 갖다대자면 충분히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게다. 경찰처럼 호기롭게 정황까지 파악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내막은 인터넷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다 안다.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포털 검색창에 ‘부정클릭’을 쳐보시라.

법질서를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잘못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허나 지금처럼 의도가 의심스러운 수사는 법질서를 세우기는커녕 군내만 풍길 뿐이다. 가뜩이나 MB 정부의 ‘인터넷 대못질’에 시선이 곱잖은 시점에서 ‘아고라 내 부정클릭’을 꼭 집어 수사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더구나 군내 나는 이번 경찰 수사에 냉큼 숟가락을 얹는 언론을 보라. ‘인터넷 여론 조작’이란 이름으로 일찌감치 가두리를 쳤다. 마치 아고라가 인터넷 여론인 양 떠들며 ‘여론 조작’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써댄다. 아고라에서 베스트글에 몇 번 올랐다고 해서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른 여론수렴 사이트는 존재 이유가 없다. ‘여론 형성’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미네르바 사건처럼 다수 온·오프라인 공론장이 관심을 가지고 적잖은 기간동안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아고라 베스트글에 갇혀 있을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타고 온·오프라인으로 실핏줄처럼 퍼지고 확대 재생산돼야 한다. 이들 ‘부정클릭범’ 3명의 글이 정말로 이런 식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이후 조사에서 경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그래야 생각 없는 언론이 ‘인터넷 여론 조작’ 운운하며 본질을 호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이 언론, 최근 ‘판을 바꿨다’며 떠들썩하게 제자랑을 하는 곳이다. 판만 갈면 뭐하나. 불판 위 고기는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새 판에 맞는 신선한 질료를 올리길 바란다. 진짜 ‘언론판’은 바뀌고 있는데, 홀로 새까만 재로 사그라들지 않으려면.

Comments

  1. 핑백: tuna's me2DAY
  2. 핑백: Inuit Blogged
  3. 그게요.

    인터넷이 뭔지 아고라가 뭔지

    그런거 모르는 바보들을 향한 공작입니다.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바보취급당해도

    멍청한 국민들을 더욱 바보로 만들기 위한 수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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