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묵은 질문에 무 자르듯 명확히 대답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가장 그럴듯한 답변이란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일 게다. 새 디지털 카메라 출시를 알리는 배너광고를 보자. 어떤 이는 고대하던 신제품이 나온 사실을 알려준 고마운 ‘정보’로 받아들이는 반면, 어떤 사람에겐 눈을 어지럽히는 제품 ‘광고’로 비칠 수도 있을 테니까.

‘각자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무심히 말하고 넘어가도 된다면야 뭐가 문제이겠냐만, 그렇게 쉽게 지나칠 사안은 아니다. 그것이 광고냐 정보이냐에 따라 이용자에게 받아들이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요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검색결과가 그렇다. 언제부턴가 포털 검색결과는 ‘최선의 답변’이란 시스템을 깨뜨렸다. 방문자의 질문에 대해 시스템이 판단한 대답을 정확도에 따라 순서대로 뿌려주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보이지 않는 손’을 개입시킨 것이다. ‘검색광고’가 대표 사례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화면은 언뜻 봐선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다. 대개 똑같은 검색광고 사업자와 손잡고 ‘광고 결과’를 뿌려주기 때문이다. ‘꽃배달’을 치면 똑같은 꽃배달 업체 목록이 포털마다 순서까지 똑같이 뜨는 식이다. 해당 꽃배달 업체가 돈을 내고 ‘꽃배달’이란 검색어를 산 덕분이다. 서로 경쟁 입찰로 검색어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이다보니, 인기 검색어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몸값도 올라간다. 그 돈이 검색광고 거간꾼과 포털 지갑으로 들어감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는 공공연한 ‘비밀’ 축에도 못 드는 엄연한 ‘사실’이다. 한동안 이런 비즈니스 방식을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대개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한편으론 이용자들이 체념한 덕분이고, 다른 한편으론 무뎌진 탓이기도 하다. 검색결과화면 윗쪽에 뜨는 5~15개 웹사이트는 으레 광고사이트려니 생각하기 때문에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친절한 포털씨’가 ‘파워링크’니 ‘스페셜링크’니 하는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광고임을 꽤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덕분일 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e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치자. 문제는 이제부터다. 기술이란 게, 시스템이란 게 머무름을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 홍수속에 광고를 심는 방법도 정교해지고 영특해진다.

예컨대 오늘 네이버가 도입한 ‘상품 전문 검색’이 그렇다. 첫 주자로 내놓은 ‘휴대폰’ 전문검색 서비스를 보자. 휴대폰 관련 키워드를 넣으면 조건에 맞는 단말기를 찾아서 뿌려준다. 주의할 점은 휴대폰 전문 매체나 블로그 글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 등록된 제품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검색 목적 자체가 정보 확인이 아니라, 상품 검색에 있다.

‘똑똑한 상품검색’ 서비스 자체를 놓고 뭐랄 일은 아니다. 기왕이면 원하는 상품을 좀더 정확하고 쉽게 찾아준다면야 마다할 게 없다. 하지만 한정된 화면을 놓고 상품관련 정보를 우선 배당하는 건 걱정스러운 일이다. 검색결과에서 광고를 골라내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러니 딱히 구매 의도가 없는 이용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정보를 찾을 때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포털 화면이 자꾸 지름신을 띄우니, 그만큼 각오도 단단히 해야 한다. 포털 화면이 갈 수록 이용자를 피로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앞서 ‘주제별 검색’이란 전문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인물’, ‘영화’, 자동차’ 등 주제와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통합검색 결과화면에서 해당 주제 관련 탭을 따로 띄워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페라리’를 입력하면 통합검색 결과에 ‘자동차’ 탭이 따로 만들어지고 페라리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식이다.

허나 ‘주제별 검색’과 ‘상품 전문 검색’은 엄연히 다르다. 주제별 검색은 해당 주제에 대한 종합 정보를 보여주는 데 주된 목적이 있지만, 상품 전문 검색은 오로지 상품으로서의 컨텐트에만 초점을 맞췄다. 정보를 가장한 비즈니스 모델에 가깝다. 노골적으로 ‘상품’만 대상으로 삼는 것도 그렇다.

문제는, 이 둘 사이에서 가치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면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혼란의 파고는 오롯이 이용자에게만 밀어닥칠 뿐이다. 날로 진화해가는 둘의 경계를 이용자더러 가르라고 한다면, 결국 판단 비용은 이용자 몫으로 돌아간다.

요컨대 ▲해당 컨텐트가 ‘광고’이고, 그게 노출되는 장소가 ‘광고판’임을 먼저 알리고 뿌려주는 것과 ▲’정보’란 점을 내세우면서 ‘광고’ 효과를 겨냥하고 있는 것 사이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좋게 말하면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일 테고, 가혹히 말하면 이용자를 현혹시키는 속임수다.

지금, 포털더러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공자님 말씀을 하는 게 아니다. 포털 검색결과가 오롯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기계적 중립성이 객관성의 또다른 이름은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네트워크로 확장된 세상에선 그만큼 실험적인 새 수익모델이 등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헌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자꾸 속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감탄해 마지 않던 검색 서비스의 영특함이 언제부턴가 칭찬이 아닌 경계 대상으로 인식되니 말이다.

이젠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하기 위해 우리동네 맛집을 포털에서 뒤질 때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포털의 영리한 정보교란망에 걸릴 지 모른다. 이들 사이에서 활개치는 ‘입소문 낚시꾼’들에 포획될까봐도 두렵다. 검색과 광고 기술은 발달하는데, 이용자는 편리하긴커녕 피로와 불신만 쌓여간다.

정말로 믿으시는가. 새 디카 리뷰 밑에 달린 ‘남편한테 사줬는데, 정말 좋아해요’란 덧글을. 나만 신경쇠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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