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 사람 사는 곳, 그 궤적을 보여주고파”
‘이동형’이란 이름 뒤에는 ‘싸이월드 창업자’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그가 1999년 6월 동료 6명과 함께 싸이월드를 만든 건 IT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드물다. 하긴, 싸이월드가 이만큼 성공하지 않았다면 저런 꼬리표가 지금껏 따라다니지도 않았을 게다.
헌데도 아쉽다. 미래를 내다봐야 삶이 나아질 텐데, 사람들은 자꾸 ‘이동형’이란 이름에서 과거를 들여다보고 옛날로 돌아가려 한다. ‘싸이월드 창업자’가 아닌, ‘SNS 스페셜리스트’로서 꿈꾸는 미래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싶었다. 때마침 기회가 생겼다. 뜨끈한 대기업 아랫목을 버리고, 춥고 배고픈 대한민국 벤처로 그가 돌아왔다. ‘나우프로필‘이란 서비스와 더불어.
싸이월드=감성 교환, 나우프로필=생활 정보 공유
나우프로필은 굳이 분류하자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다. 이용자들이 돌아다니며 봐둔 맛집이나 동네 정보들을 인터넷에 올리고, 이런 정보를 쌓으며 일상을 자연스레 기록하고, 이를 친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서비스다. ‘어떤 누리꾼’이 아닌 ‘아는 사람 아무개’가 올린 정보라면 믿을 만 하다는 게 서비스를 떠받치는 지지대다. 요컨대 ‘믿을 만 한 지역정보를 중심으로 지인들과 교류하는 SNS’다.
“서비스만 놓고 보면, 포털과 다를 바 없어요. 구글 마이맵, 네이버 포스트맵, 야후 거기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용자 목적은 다릅니다. 사람들이 내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포털에 맛집 사진을 올리진 않잖아요? 플리커에 사진을 올리지만, 플리커가 싸이월드와 경쟁 서비스가 아닌 것처럼 말예요. 감성을 교환하는 곳이 SNS라고 한다면, 지인들끼리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교환하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는 나우프로필을 싸고 있는 가장 바깥 껍질에 불과하다. 이동형 대표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나우프로필은 벗겨도 또 다른 껍질이 드러나는 양파같은 서비스다.
“목적지는 결국 대중 전체를 아우르는 서비스입니다. 지금 타깃은 맛집이나 커피숍, 당구장이지만, 오프라인 장소를 등록하는 건 서비스 이해를 돕기 위한 첫 단추일 뿐입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건, 인터넷에서 가장 편리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예컨대 내가 길거리에서 발견한 맛집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방문했던 웹사이트들, 오늘 읽어본 재미있는 블로그 글, 요리 비법이 담긴 RSS 피드 등도 모두 지인들과 나눌 믿음직한 정보들이죠. 말하자면 내 ‘행적’을 기록하고 나누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이쯤되니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진 모양새다. “블로그도 느슨한 SNS이긴 하지만 본격 SNS로 들어오지 못하는 건, 재전송이란 행위를 너무 경시하기 때문일 겁니다. 원작자도 자기 글에 의견이 많이 달려 인터넷에 공유되는 걸 그리 기분나쁘게 생각하진 않을 테니, RSS 리더로 읽은 재미있는 글들을 골라 지인들에게 재발행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대개는 좋은 정보들을 친구에게 직접 말로 하거나, e메일로 알려주거나, 인스턴트 메신저로 URL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이걸 뭉뚱그리면 ‘행적’이 되는 겁니다. 이 행적을 좀더 쉽고 효율적으로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게 나우프로필입니다.”
이같은 ‘행적’들은 웹에서 주고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연히 들른 커피숍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웹으로 올리고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보고 들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으로 옮겨 친구들과 공유하는 셈이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이고, 온·오프라인 행적 구분도 사라질 것”이란 게 이동형 사장의 생각이다.
“전단지보다 믿음직한 정보 주면 지갑 열지 않겠나”
독자 눈높이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나우프로필은 위치기반 정보들을 아우르는 플랫폼이다. 정보가 뛰어노는 공간은 웹-길거리-스마트폰 속 모두다. 각 공간이 엄격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니, 서로 ‘통’하는 셈이다. 여기서 ‘정보’란 지금으로선 맛집·커피숍·당구장 등이 중심이다. 그래야 이용자들이 나우프로필이 작동하는 폼새를 이해하기 쉬우니까.
궁극엔 더 큰 정보 세상이 열린다. 맛집도, 커피숍도 좋고 내가 돌아다닌 웹사이트일 수도 있다. 매일 받아보는 블로그 글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친구들에게 보낼 때도 나우프로필 네트워크를 쓴다. 커피숍, 맛집, 블로그 글, 웹사이트… 이 모두의 공통점은 ‘내가 가고, 보고, 체험한 것들’이다. 이를 한 단어로 ‘흔적’이라 부를 테다.
이같은 생각 뒤에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포털들은 사람 없이도 문맥만 입력하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그게 시장 대세이기도 하고요. 제 생각엔 어차피 사람이 사용하는 거라면, 사람과 관련된 정보가 훨씬 낫고 사람이 찾아주는 정보가 더 신뢰가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도 사람 사는 곳이니,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이동형 사장은 그래서 웹서비스도 오프라인 사회와 비슷한 방식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정보들을 올리는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돈을 주는 방식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용자가 쓰는 가치와 돈이 직접 연결되면, 정보가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 대신 그는 광고주들에게 투자 가치가 있는 모델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신문에 끼워들어오는 전단지, 불필요하게 큰 광고판… 이런 게 모두 제겐 타깃 수익으로 보여요. 내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직접 본 정보들, 친구들에게 들은 정보들은 훨씬 정확하고 믿을 만 하겠죠. 지하철역 주변에 뿌려지는 전단지는 결국 주변 상권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들어지는 건데요. 훨씬 더 믿음직하고 정확한 정보들을 보여준다면 이른바 ‘찌라시’는 쓸모없어지겠죠. 상가들도 전단지 제작업체 대신 우리에게 돈을 낼 테고요.”
새싹 벤처 자라나도록 돕는 문화 절실해
포털 중심으로 정보가 갇혀 맴도는 한국식 유통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게 절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검색 점유율이 70%가 넘으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겁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적어도 검색 서비스는 개방하는 게 옳겠죠. 이 검색을 다음 서비스에서 경쟁 도구로 쓰는 건 공정하지 못한 일입니다.”
이동형 사장은 “많은 사람들은 지금같은 경쟁 방식으로 네이버·다음·네이트가 10년 뒤에도 선두주자로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나는 차라리 서비스 플랫폼을 개방하고 표준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구글에 베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줘야 인터넷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를 하다보면 잘 되기도 하지만, 안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벤처캐피털을 만나면 ‘투자할 데가 없다’고들 하는데, 투자를 안 하기 때문에 없는 겁니다. 싸이월드도 돌이켜보면 창업 동료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주위에서 용기를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시작할 수 있었고 성공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신규 벤처를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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