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에는 ‘국민기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토종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 덕분이다. 지난 1989년 첫선을 보인 ‘아래아한글’은 올해로 꼭 스무돌을 맞기까지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토종 워드프로세서로 자존심을 지켰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148억원에서 94억원으로 곤두박질쳤던 한컴 매출을 극적으로 반등시킨 것도 ‘아래아한글’이었다. ‘토종 벤처를 살리자’는 구호 아래 1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한글97 815버전’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이듬해 매출은 314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민 정서로 보나, 한컴 역사로 보나 ‘한글과컴퓨터=아래아한글’이란 등식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한컴이 지나친 ‘아래아한글’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지난 1년동안 ‘아래아한글’과 ‘한컴오피스’에 집중됐던 수익 구조를 분산하고 부실 사업을 정리하는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가 2월18일 공개됐다. 요컨대 4대 중점 사업을 중심으로 2009년 재도약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김수진 대표

한컴은 2월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2009 사업전략 발표회’를 갖고 올해 경영목표와 새로 선보일 제품들을 소개했다. 뼈대는 ‘선택과 집중’이다. 그 동안 수익성이 낮았던 오픈소스 OS 기반 SI 사업을 대폭 정리하는 대신 한컴이 지닌 강점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한컴이 내세운 강점이란 ▲한글·오피스 가치 강화 ▲모바일 비즈니스 성과 창출 ▲SaaS 비즈니스 모델 구축 ▲오픈소스SW 사업 강화 등 4개 부문이다. 이를테면 한컴 미래를 책임질 ‘4대 금맥’인 셈이다.

한컴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지난해 344억원보다 14% 늘어난 535억원으로 잡았다. 예상 영업이익도 지난해 145억원보다 조금 늘어난 15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8%까지 늘려잡았다.

■ ‘한컴오피스 8.0′ 4분기 출시…호환성 높이고, 원격블로깅 지원

올해도 블루칩은 ‘아래아한글’과 ‘한컴오피스’다. 하지만 두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보다 대폭 낮췄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82%를 차지하던 두 제품 매출 비중은 올해 73%로 줄었다. 그 틈새는 오픈소스SW 부문과 ‘씽크프리’ 중심의 웹오피스 사업이 메운다. 두 사업분야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각각 80억원·60억원이다.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사업군을 재편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렇다고 아래아한글이나 한컴오피스에 쏟는 정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한컴은 올해 4분기께 신제품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8.0′(코드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OOXML과 오픈도큐먼트 진영의 ODF, 어도비 PDF 등 다양한 표준 문서형식을 지원하는 등 문서 호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 풀다운 방식 대신 ‘MS 오피스 2003′에서 처음 선보였던 ‘리본메뉴’를 도입해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MS 리본메뉴는 사용성이 불편하지만, 한컴은 한국 이용자들이 가장 쓰기 편리한 이용자화면(UI)을 적용해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강홍구 마케팅그룹 담당 이사는 설명했다.

특히 ‘아래아한글 8.0′에선 ‘원격블로깅’ 기능이 새로 덧붙는다. 아래아한글로 작성한 문서를 그 자리에서 자기 블로그 글로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MS 워드 2007′이나 ‘윈도우 라이브 라이터’ 등이 제공하고 있는 기능으로, 앞으로 원격블로깅SW 부문에서 아래아한글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 밖에 ‘한컴오피스 8.0′에선 한글을 보다 세련되고 미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글꼴 17종류가 탑재되고, 한컴슬라이드의 경우 3D 투명 차트 기능이 덧붙는 등 성능과 UI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한컴쪽은 새로 선보일 ‘한컴오피스 8.0′을 기존 ‘YESS’ 프로그램과 연동해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YESS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존 업무 시스템에 한컴오피스 주요 제품들을 연동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한컴오피스 기반 맞춤 사무용SW와 업무 시스템, 컨설팅 서비스 등을 기업과 공공기관에 한꺼번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와 함께 아래아한글과 MS 오피스를 함께 쓰는 개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점차 한컴오피스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haan01

■ NHN 제휴 종료3월께 웹오피스 독자 서비스 시작

2009년 주목받는 또다른 성장동력은 ‘웹오피스’(SaaS) 부문이다. 한컴은 기존 ‘씽크프리 오피스’ 제품군을 세분화해 기업용 맞춤 오피스SW를 제공하는 한편,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웹오피스 서비스를 독자 제공할 계획이다.

‘씽크프리’ 브랜드는 4개 부문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PC에 설치해두고 웹과 연동해 쓰는 패키지 형태의 데스크톱용 ‘씽크프리 오피스4′ ▲휴대폰이나 MID, 스마트폰 등으로 접속해 쓰는 ‘씽크프리 모바일’ ▲중앙 서버에서 사내 이용자들을 위한 각종 설정과 권한을 제어할 수 있는 ‘씽크프리 서버’ ▲언제 어디서든 웹에 접속해 쓰는 ‘씽크프리 오피스 라이브’ 등이다.

데스크톱용 ‘씽크프리 오피스4′와 ‘씽크프리 서버’를 한데 묶어 ‘씽크프리 엔터프라이즈’란 컨셉으로 기업 대상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이 중앙 서버 관리 아래 씽크프리 오피스를 사내 업무용 SW로 쓰면서 문서공유나 웹창고 등 다양한 협업 솔루션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씽크프리 온라인’으로 제공해온 웹오피스 서비스도 ‘씽크프리 오피스 라이브’란 이름으로 새단장한다. 김수진 대표는 “3년 전부터 NHN에 독점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해온 씽크프리 기반 ‘네이버 오피스’ 제휴가 양쪽 의견차로 지난해 11월자로 종료됐다”며 “이에 따라 오는 3월께 한국어 서비스를 포함해 영어·일본어·중국어를 지원하는 ‘씽크프리 오피스 라이브’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안에는 ‘씽크프리 오피스 라이브’ 지원 대상을 15개국 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플랫폼도 개방형으로 바꾼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주요 문서들을 체험하고 공유하도록 하고 문서포털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문서 뷰어나 에디터 등 주요 기능들은 API를 공개해 다양한 웹서비스와 연동하도록 하는 한편, 트위터같은 글로벌 SNS와도 서비스를 연계할 방침이다.

강홍구 이사는 “MS가 구현하겠다고 내세운 ‘소프트웨어+서비스’ 모델을 한컴은 씽크프리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이미 제공하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면서 가볍고 유연하다는 장점을 살려, 고객지원 부서나 현장 영업사원처럼 오피스SW의 모든 기능을 쓰지 않고 특정 기능만 필요로하는 곳을 틈새시장으로 삼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영업 전략을 설명했다.

haan03

■ 넷북·MID·스마트폰 겨냥 모바일 OS 공급 확대

OS 부문에서는 그동안 중국·일본과 공동 추진해온 ‘아시아눅스’ 기반 데스크톱OS 부문 비중을 줄이는 대신, 모바일OS 지배력 확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한컴은 지난해 아시아눅스에서 모바일OS 부문만 따로 떼내 ‘한컴 리눅스 모바일’이란 독자 OS 브랜드로 개발·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날로 무섭게 성장하는 넷북·스마트폰·모바일 인터넷 단말기(MID)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을 민첩하게 공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현재 MID와 넷북용 제품군을 확보한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 안에 스마트폰용 OS도 공개할 예정이다.

한컴은 현재 LG노텔과 손잡고 유럽 주요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MID용 ‘한컴 리눅스 모바일2′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업자와 OS 개발 사업협상을 진행중이며, 가정용 인터넷전화 단말기에도 OS를 공급하기 위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강홍구 이사는 “구글의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도 따지고 보면 리눅스 기반”이라며 “안드로이드에 새로운 OS를 얹어 한컴의 독자적인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기존 ‘씽크프리 모바일’도 모바일시장 쌍끌이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이미 인텔, 퀄컴, ARM 등 주요 칩셋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개발계약을 마친 상태이며, 퀄컴과는 스냅드래곤 기반 ‘씽크프리 모바일’을 오는 2분기 출시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2월19일 국내 첫 리눅스 기반 MID를 내놓는 UMID에도 ‘한컴 리눅스 모바일2′와 MID용 ‘씽크프리 모바일’을 공급한 상태다.

대표 제품인 아래아한글도 모바일 버전으로 거듭날 태세다. 강홍구 이사는 “PC 제조사나 통신사업자와 공동사업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거나, 애플 앱스토어같은 모바일 장터를 활용한 다운로드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haan04

■ 오픈소스SW 기반 디지털교과서 사업 참여

올해 8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오픈소스SW 기반 사업은 아직까지 공공영역 의존도가 높은 모양새다. 한컴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2차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한컴 리눅스 데스크톱’을 앞세워 참여해, 매출도 늘리고 자사 리눅스 OS도 확산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이 밖에 기존 글로벌 제휴사와 협력을 통해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 가상화SW, DMBS 등 오픈소스 기반 솔루션 제품군을 확대해 기업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생각이다.

김수진 대표는 “지난 2년동안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안정성 중심으로 부실사업과 자산을 정리한 결과, 올해 드디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며 “올해엔 그동안 미뤄뒀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신제품 홍보에도 적극 나서, 시장에서 의 지위를 확고히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haan02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