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 CSR, 사람 > “정직함을 팔고, 희망을 적립해드려요”

“정직함을 팔고, 희망을 적립해드려요”

“참여 소기업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지만,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해야 가능한 일 아닌가요?” “네에. 저희야 배가 고프더라도 나눠먹자는 게 지론인지라, 하하.”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가 보기좋게 한 방 맞았다. 머릿속으로야 늘 생각했던 바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떠들어대지 않았던가. 나눔이란 주머니가 넉넉해서 베푸는 게 아니라고. 당연하고도 평범한 이 진리가 내겐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심장까지 내려오진 못했나보다.

이로운몰은 이처럼 머릿속에 모셔둔 생각들을 직접 실천하고픈 사람들이 모여 만든 e쇼핑몰이다. 이경숙(36) 대표 설명대로라면 ‘나눠먹는 e쇼핑몰’이다. e쇼핑몰이라니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건 알겠는데, 뭘 나눠먹겠다는 걸까.

이경숙

“지역 소상공인, 사회적기업, 희망소기업 등이 만든 좋은 상품들을 소비자와 나누는 겁니다. 좋은 사람들이 만든 좋은 상품들을 널리 나누고, 수익도 생산자에게 합당하게 돌려주는 식이죠.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고, 정직함과 질서를 존중하는 사회적 쇼핑몰이라고 할까요.”

여느 e쇼핑몰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로운몰은 정부가 인증한, 품질 좋고 몸에 좋은 친환경·유기농 먹을거리들을 판다.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상품 등 선한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만든 질 좋은 상품들도 진열대에 널려 있다. 판매 수수료도 일반 e쇼핑몰보다 싸다.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이익을 착한 생산자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에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위캔쿠키’는 유기농 재료만으로 만든 착한 먹을거리다. 쿠키는 붕어빵 찍듯 기계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반죽하고 모양을 떠서 굽는다. 만드는 사람들도 지적장애인부터 자원봉사 도우미까지 다양하다.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에서 생산한 유기농 먹을거리다.

‘풀무우유’도 사연은 비슷하다. 유기농 사료만 먹고 잘 자란 젖소가 짜낸 신선한 젖으로 우유와 요구르트를 만들어 판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인지도 높은 유기농 유가공식품 브랜드다. ‘유기농 배’는 또 어떤가. 착한농부 박노식 씨가 손자를 먹이는 마음으로 정성껏 기른 배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국제유기농업연맹(IFOAM) 인증을 받았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100% 유기농 과일이다.

하지만 제품만 좋다고 만사가 해결될까. 이들은 대개 지방에 기반을 둔 소규모 생산자들인 탓에 판로를 뚫지 못해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직하고 좋은 제품들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에 무너지고 마는 셈이다. 이로운몰 같은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12년차 기자에서 사회적 쇼핑몰 운영자로

이같은 어려움을 남보다 일찍 눈치챌 수 있었던 건 이경숙 대표의 개인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이경숙 대표는 이로운몰 촌장이자 12년차 베테랑 기자다. 월간 <말>,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등을 거치며 경제전문기자로 입지를 다졌다. 2005년에는 <머니투데이>로 옮겨 사회책임투자 전문 사이트 ‘쿨머니‘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왔다. 국내에선 첫손꼽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전문기자이기도 하다.

10년 넘도록 펜대만 잡았지만, 해갈되지 않는 목마름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이를테면 삶의 숙제 같은 것 말이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좋은 자본을 널리 뿌리고 나누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로운몰은 이같은 고민에 대한 이경숙 대표식 실천인 셈이다.

“쿨머니 사이트를 운영하던 시절이었어요. 연해주 청국장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취재했는데요. 제품은 훌륭한데 브랜드 홍보나 마케팅, 판로 개척에 너무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대개 이 분들은 민첩하게 수익을 챙기는 잔꾀를 부리지 않고 곧이곧대로 물건을 만들고 파시기 때문에, 오히려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환경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이 모인다면 힘이 생기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착한 사람들이 모여 착한 상품을 파는 것이죠.”

2007년부터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본격 나섰다.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들을 만나 뜻을 모으는 한편, 뜻 있는 투자자들을 모으는 일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초 머니투데이와 희망제작소를 비롯해 개인 및 기업 투자자들이 참여해 3억7500만원을 밑천으로 모았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을 무렵 이로운몰 구상을 듣고 기꺼이 컨설팅을 해준 곳도 있고, e쇼핑몰 상품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치들을 직접 만들어준 이도 있다. 이들 ‘사회적 투자자’를 모아 이로운몰 공동설립 조인식을 갖고 법인을 설립한 게 지난해 7월. 7개월여 준비 끝에 올해 2월초, 마침내 이로운몰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다.

이로운몰은 상품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 홍보도 대신해주고, 상품에 담긴 뒷얘기도 함께 소개한다. 이경숙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이로우너’들은 품질 좋고 착한 물건을 발견하는 날이면 한달음에 만든이에게 달려가 직접 얘기를 듣고 제품을 눈으로 꼼꼼히 살핀다. 그러다보니 상품 뒤에 담긴 만든이의 땀과 노력도 자연스레 가슴에 담아온다. 착한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흘린 땀과 정성들은 이로우너들 손을 거쳐 이로운몰 진열대에 고스란히 쌓인다. ‘상품과 함께 가치를 판다’는 설명이 빈말은 아닌 셈이다. 현재 45곳 안팎 기업들이 1천여개 상품을 이로운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erounmall

이로운몰에는 그 흔한 배너광고 하나 없다. 오로지 판매 수수료만으로 운영된다. 그나마도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 실제 마진은 꽤나 적은 편이다. 그 대신 만든이들이 수익을 자연스레 기부와 연계하도록 중매를 선다.

“옥수수를 재료로 식기와 장난감을 만드는 업체가 있어요. 어린이용 제품을 주로 만드니까, 수익 일부를 아이들을 돕는 데 쓰자고 제안을 했죠. 제작자가 흔쾌히 동의한 덕분에, 수익 일부를 아름다운재단 다솜이기금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어요. 지금은 협약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기부연계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셈이죠.”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고, 수익과 기부를 선순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곧 ‘이로운약속기업’이란 제도를 선보일 겁니다. 친환경 상품을 만드는 소기업과 이로운약속을 맺는 건데요. 이들 소기업엔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경영컨설팅도 하는 등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현재 7곳 소기업을 선정하고 협약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궁금했다. 소비자들은 이로운몰의 취지를 사심없이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이경숙 대표는 “원칙을 지키면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로운몰이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건, 소비자들이 모르는 상품과 뒷얘기를 우리가 알려준다는 자부심 때문이에요. 실제로 일하다보면 이로우너들이 ‘이건 우리가 꼭 팔아줘야 한다’고 우기는 상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상품을 만든 분의 땀과 노력을 알기 때문이죠. 이런 게 이로운몰이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고요.”

위젯기반 ‘소셜쇼핑’ 4월께 선보여

좋은 상품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도 곧 내놓는다. 오는 4월께 선보일 ‘소셜쇼핑’은 위젯 기반 e쇼핑몰 서비스다. 누구나 소셜쇼핑 위젯을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붙여놓고, 상품이 팔릴 때마다 수익 일부를 나눠갖는 방식이다.

“소셜쇼핑에도 기부 프로그램을 접목할 생각이에요. 단순히 중개수수료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수수료를 기부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겁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위젯을 우리가 만들어 뿌리고, 그 수익을 몽땅 그 사람에게 기부하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어요. 경제위기 때마다 공동체가 해체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우리는 e쇼핑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싶은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 시대에 대응하는 녹색쇼핑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곧 내놓는다”고 이경숙 대표는 귀띔한다. 위젯기반 소셜쇼핑과 더불어 이 2가지 e쇼핑 모델은 현재 BM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로운몰도 ‘지속가능한 e쇼핑몰’이 되려면 수익을 마냥 외면할 순 없는 처지다. 이경숙 대표는 ‘정직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눈치다. “혜택만 쏙쏙 빼먹고 가는 ‘체리피커’는 고맙지만 사양하고 싶어요. 우리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꾸준히 믿고 구매해줄 소비자가 있어야 생산자도 함부로 꼼수를 못 부려요. 소비자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아야 생산자도 정직한 원료와 유통과정을 지킬 테니까요. 이로운 소비자가 늘어나면 이로운몰 힘도 세질 것이고, 공급자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로운몰은 정직한 가치를 팔고, 정당한 대가를 돌려주고, 건강한 희망을 적립해준다. 이같은 이로움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힘은 다름아닌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다. 이경숙 대표와 이로운몰을 만든 사람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1.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1. 2009-02-16 @22:38 | #1
    bluespy’s me2DAY
    낭만거미의 생각... 이로운몰 “참여 소기업들에게 이익을 돌려준다지만,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해야 가능한 일 아닌가요?” “네에. 저희야 배가 고프더라도 나눠먹자는 게 지론인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