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장 주목받는 IT 분야 가운데 하나는 ‘뜬구름 잡는’ 사업입니다. 입 달린 기업이라면 너도나도 ‘뜬구름 잡는’ 얘기에 분주합니다. 하늘 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클라우드) 뒤에 숨은 거대한 성공의 기회를 잡아라! 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얘기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바야흐로 IT업계 화두라는 데 대해 부정하는 이는 드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뭔가요’라고 물어보았더니, 저마다 대답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이는 구글처럼 하드웨어 없이 웹 세상에서 서비스만 빌려주는 걸 보며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하고, 다른 이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뭔가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블로터닷넷>은 궁금해졌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무엇일까. 난무하는 용어들 때문에 더 혼란스럽습니다. ASP, SaaS(Software as a Service), 유틸리티 컴퓨팅, 그리드 컴퓨팅에 가상화까지. 뭐가 다르고, 어떤 게 중요한 걸까요.

그래서 새해 첫 ‘블로터 포럼‘ 주제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정했습니다. 전문가분들도 모셨습니다. 지난해 ‘윈도우 애저'(Windows Azure)를 발표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에 발을 담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기업 인트라넷 구축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HP입니다. 한국MS 개발자 플랫폼 전략자문을 맡은 김재우 부장과 한국HP 기술컨설팅본부 한인종 부장이 안갯속처럼 오리무중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세계를 맑게 열어주셨습니다.

  • 날짜 : 2009년 1월22일(목) 오후 4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가자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재우 부장(개발자 플랫폼 사업총괄/플랫폼 전략자문), 한인종 한국HP 부장(테크니컬 솔루션즈 그룹/기술컨설팅본부)

블로터 포럼

블로터 :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해를 넘겨서도 뜨겁다. MS에선 지난해 9월 ‘윈도우 애저’를 발표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불길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MS쪽에서 바라보는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과 시장 동향은 어떤가.

김재우 : MS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은 ‘소프트웨어+서비스'(S+S) 전략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단일하게 ‘윈도우 애저’만 얘기하자면, 다른 데도 비슷한 게 많다. 우선 SW 산업 배경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SW산업이 성숙한 산업인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SW산업은 이제 태동기일 뿐이다. 어떤 산업이든 숙성기에 들어서면 안정적인 수익모델과 모험적 수익모델이 형평을 맞추며 예측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SW산업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SW를 팔아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조업을 벗어나 서비스 산업으로 넘어와야 한다.

어떤 제품이든 필수 SW가 되고 나면 더 이상 고객은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기업 선택은 두 가지다. 완전히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거나,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할 수 밖에.

서비스 비즈니스는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서비스 사업을 가리켜 ‘3C 비즈니스’라고 한다. 컨텐트, 커뮤니티, 커머스다. 문제는 이마저도 그다지 일반화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검색광고가 그나마 유일하게 검증된 모델이다. 이건 사람과 돈의 관계이지, 기술과 돈의 관계가 아니다.

블로터 : 그래서 ASP나 SaaS 같은 모델이 나온 것 아닌가.

김재우 : ASP도 있고, SaaS도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도 있다. ASP는 라이선스 문제도 있지만, 정치·문화적 한계에서 출발했다. 이용자는 싼 값에 SW를 공유하고,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져가는 형태였지만 당시만 해도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했다. 그 다음 SaaS가 나왔는데, ASP는 소규모 움직임이지만 SaaS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생태계가 조성되고, 유사 경쟁자가 생겨난 것이다. 헌데 문제는 신축성과 다양성이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서비스 형태의 SaaS만 쓸 게 아니라 어떤 건 SW 형태로, 어떤 건 서비스 형태로 연동해 써야 한다.

모든 게 SaaS 비즈니스 형태로 가지는 않는다. 그건 모두가 택시를 타기 때문에 자가용을 타지 않을 것이란 말과 같다. 외국 출장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비행기를 타지만, 공항까지 갈 교통수단도 필요하다. 그건 비행기만큼 강력하고 비싼 게 아니라, 적당한 성능의 탈것이면 된다.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갈 거란 얘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은 소비자 선택의 문제다.

MS의 ‘S+S’ 전략이 이것이다. SW와 서비스의 균형을 유지하며 사업 환경이나 목적에 맞게 유리한 것을 선택해 양쪽을 붙여 쓰라는 얘기다. MS 제품이 1천여개가 넘는다. 이들을 레고블럭처럼 조립해 클라우드 컴퓨팅 수준까지 구축해도 되고, SaaS 정도로 충분하면 그렇게 쓰시라는 뜻이다. SW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보면 사용권을 파는 것이고,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에겐 광고를, 기업엔 이용요금과 가입비를 받는 것이다. 적당히 맞게 고르고 플랫폼을 선택하면 된다. 관심사는 둘을 어떻게 붙이느냐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덧셈 사업’이다.

블로터 : MS의 ‘S+S’ 전략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그러면 이 전략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관계는 무엇인가.

kimjw김재우 : 기술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리드컴퓨팅, 가상화, 유틸리티 컴퓨팅, 분산컴퓨팅, 고성능컴퓨팅 등 무수히 많다. 쉽게 말하면, 이들 모두를 합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든다고 이해하면 된다.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솔루션에 따라 거대한 구름속에서 필요한 것만 선택해 쓰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한마디로 ‘고성능 SaaS 플랫폼'(High Performance SaaS Platform)이라고 정의한다.

윈도우 애저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이를 가져다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만약 그걸 내부에서만 쓴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니다. 그저 슈퍼컴퓨팅일 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SaaS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다. SaaS가 왜 널리 퍼지지 못했는지 생각해보라. 도메인 기반 SaaS만 그나마 퍼졌다. 세일즈포스닷컴은 CRM으로 플랫폼 사업도 한다. 그렇지만 세일즈포스닷컴은 누군가가 똑같은 CRM 플랫폼을 만들도록 지원하지는 않는다. 구글도 SaaS인 건 맞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인지는 모르겠다. 예컨대 메일 API를 공개하고 있지만, 누군가 그걸 가져다 구글 플랫폼을 안 쓰고 똑같은 웹메일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 생태계 플랫폼은 아니다. SaaS 플랫폼은 자사와 경쟁할 수 있는 동일한 플랫폼을 허용해야 한다. 그게 생태계다.

MS, “생태계, 생태계, 생태계!”

블로터 : MS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렇다는 뜻인가. 누구든 가져다 똑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모델이라는?

김재우 : 그렇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모델은 세 가지다. 인프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제일 밑단에 인프라스트럭처 클라우드가 있다. 백업이나 컴퓨티 리스 형태다. 초창기 아마존 인프라스트럭처 모델이 대표 사례다. 그 위에 플랫폼 클라우드가 있다. 미들웨어 서비스인데, 일반 소비자 대상도 있고 기업고객 대상 서비스도 있다. 가장 위에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가 있다. 이들을 묶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한다. 세 단계를 단독으로 서비스할 수도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계층화돼 있다는 뜻이다.

저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항공산업에 자주 비유한다. 항공 산업을 위한 요소들을 보자. 공항이 있고, 비행기가 있고, 승무원도 있어야 하고, 관련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항공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이 모두를 직접 사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공항은 빌려 쓰고, 비행기만 사서 운영할 수도 있다. 아예 공항과 비행기 모두를 임대하고, 인력과 서비스만 직접 운영해도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공항에 입주해 사업하는 많은 항공사가 생겨날 것이다. 플랫폼처럼 개발 환경은 빌려주되, 곧바로 비즈니스할 수는 없다. 과금 모델도 없고 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할 지도 모른다.

윈도우 애저는 인프라 클라우드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중요한 건 서비스만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안 나온다. 그래서 통신을 담당한 게 웹지향아키텍처(WOA)다. SaaS가 클라우드 형태로 올라가려면 쉽고 단순해야 한다. WOA는 REST 프로토콜 기반의 단순하고 쉬운 통신 아키텍처다. 여기에 과금 모델을 위해선 한 번 로그인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싱글사인온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MS에선 이를 위해 윈도우쪽에서 ‘카드스페이스 제네바’를, 윈도우 서버쪽에서는 ‘제네바 서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box01블로터 : 정리해보자. 요컨대 클라우드 컴퓨팅은 ‘고성능 SaaS 플랫폼’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고, 아키텍처 면에선 WOA를 지향하며,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선 싱글사인온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HP가 바라보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도 궁금하다. 어떤가.

한인종 : 클라우드 컴퓨팅을 얘기하다 보면, IT 환경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거엔 기업 IT 환경이 모든 자산을 직접 구매해 썼다. 그러다가 일부 아웃소싱을 시작했고, 점차 유틸리티 컴퓨팅 형태로 진행됐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하다. 아웃소싱 형태도 세분화된다. 첫째, 운영체제를 빌려쓰는 아웃소싱, 둘째는 장비나 네트워크를 빌려쓰는 호스팅 아웃소싱, 셋째는 지금 우리가 보는 인프라스트럭처 아웃소싱으로 애플리케이션까지 외부에서 빌려쓰는 형태다. 이것이 발전하면 IT 인프라와 OS까지 모두 빌려쓰는 종량제 환경이 도래한다. 최종 단계에선 IT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와 네트워크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더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이 모든 IT 자산을 외부에서 사다 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접 운영하기엔 충분히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도 있다. 한편으론 외부에서 사서 쓰는 형태도 있고, 다른 쪽으로는 내부에서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블로터 : 말씀대로라면 우리가 머릿속에 알고 있는 SaaS 시대와 비슷한 느낌이다.

한인종 : HP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정의한 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단히 유연하고 규모 있는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량을 기반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간편한 환경”(An enviornment where highly scalable and elastic services can be easily consumed over the internet through a low-touch, pah-per-use business model)이다. 말하고 나니, 더 어렵나? (일동 웃음)

핵심은 그거다. 이용자 입장에선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이나 인프라, 발생 가능한 위험도 서비스 공급자가 책임지는 모델이다. 몇 군데에서 내린 정의들을 모아보면 공통점이 나온다. 이용자는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되고, 서비스는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제공될 수준이어야 하며, 이용자에겐 무료로 제공되는 대신 광고 비용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블로터 : 말씀대로라면 기존 기술이나 서비스를 한데 모아 빌려주는 방식 이상의 그 무엇은 아니란 느낌이다.

한인종 : 물론, 그런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예컨대 오라클 CEO인 래리 앨리슨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리켜 “이미 다 있는 것을 다시 한 군데 몰아넣고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재정의했다”며 “내가 바보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box02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한 아키텍처를 두 가지로 본다. 스케일아웃 클라우드와 서버 클라우드다. 스케일아웃 클라우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게 주 목적이다. 위키 프로젝트같은 방대한 웹 프로젝트에 제격이다. 구글의 웹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일반 기업엔 이런 대규모 모델이 적합하지 않다. 서버 클라우드는 일정한 양의 워크로드가 항상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방식에 적합하다. 이런 관점에서 HP는 인텔, 야후와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리서치 테스트베드’를 결성해 공동 작업중이다.

블로터 : 그렇다면 HP쪽에선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인종 : 클라우드 컴퓨팅은 새로 부상하는 현상이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고,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 단계에선 개인 사용자나 중소·신생기업들이 먼저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엔터프라이즈를 자극해 위험이 낮은 부문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해본 뒤, 내부 평가를 거쳐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할 전망이다. 이 단계부터는 대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요컨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되며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블로터 : 두 분 말씀 잘 들었다. 헌데 솔직히 두 분 설명을 듣고 나니 더 헷갈린다. 똑같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놓고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설명을 들었는데도 머릿속은 구름으로 가득 찼다.

김재우 : 개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용어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요한 건 생태계다. 기업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성능 빠른 컴퓨터를 갖추거나 IT 부서를 통합하는 게 생태계는 아니다. 그럼 오히려 생태계가 파괴된다. 플랫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뭘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위에서 마음껏 경쟁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플랫폼의 존재 의미다.

MS 생각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어 누구나 아마존이 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쉽진 않지만 해볼 가치가 있다. 그걸 펼쳐보이는 게 우리 꿈이다. 국내에선 플랫폼 논의가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관련 협회도 최근 결성됐고 정부도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 개념정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중요한 게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공 관건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술 논의는 오래전에 끝났다. 중요한 건, 이걸 서비스했을 때 뭘 얻을 수 있느냐이다. 구글 어스나 MS 버추얼어스로 비즈니스하기가 쉬울 것 같나. 안 그렇다. 과금은 달러로 해야 하나 아니면 현지 화폐로 해야 하나, 지도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중재해줘야 하나 등등. 산적한 문제가 산더미다. 아무 것도 준비돼 있지 않다. 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줄 수도 있지만, 첫 시작은 사업자 중심이 아니라 생태계 중심이어야 한다.

hanij한인종 : 그러려면 클라우드 컴퓨팅의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기업들이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데, 아직은 여러모로 미흡한 느낌이다.

블로터 : MS도 윈도우 애저 발표 이전부터 ‘S+S’ 전략을 얘기해왔다. 김재우 부장님은 윈도우 애저를 깜짝 발표한 2008 전문 개발자 컨퍼런스(PDC 2008) 현장에 계셨다고 들었다. 행사 현장에서 본 느낌은 어땠나.

김재우 : 깜짝 놀랐다. MS는 생각 이상으로 큰 회사다. 개인 느낌으로는 MS 자체가 거대한 생태계다. 그 안에서도 비슷한 제품끼리 경쟁한다. 이전까지는 PDC 행사 이전에 주요 발표 내용이 어느 정도 공개됐는데, 이번엔 정말 깜짝 발표였다. 제일 윗단인 서비스 단계 정도만 발표할 줄 알았는데,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몽땅 공개해버렸다.

자꾸 강조하게 되는데, MS는 철저한 플랫폼 전략을 추구한다. 인프라도 플랫폼 일부이지만, 우리는 인프라 클라우드 수준이 아니라 그 위에서 뭘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MS 애저 플랫폼에선 인프라가 없어도 상관 없다. 에뮬레이터 하나만 있으면 똑같이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운영체제도 상관 없다. 누구든 3개층 플랫폼을 만들어 똑같이 쓰도록 하는 것이 우리 관심사다.

HP, “클라우드 컴퓨팅, 관심 갖고 투자해야 할 트렌드”

한인종 : HP가 인텔, 야후와 함께 연구하는 것도 인프라 관리다. 분산컴퓨팅 프레임워크인 하둡(Hadoop) 등을 올려놓고 패럴렐컴퓨팅 기반으로 사용하는 방식 등을 연구한다. 그리드컴퓨팅도 주된 관심사다. 결국 소비자는 네트워크 단말기만 있으면 모든 걸 다 쓸 수 있다.

김재우 : 옳은 말씀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건 이를테면 클라우드PC 개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벽 너머 ‘저쪽’에 있고, 일반 소비자들은 ‘이쪽’에서 쓴다. 단말기쪽이 먼저 뜰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해야 기업도 움직인다.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벤더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진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당장 구축하진 않을 것이다. 점진적으로 나갈 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어려우신가. 라이브 메시를 한번 써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라이브 메시를 이용하면 내 디바이스를 클라우드에 다 연결할 수 있다. 데스크톱 컨텐트를 그대로 올리고, 자신에게 연결된 모든 디바이스에 자동 동기화한다. 내 PC 말고도 다른쪽과도 폴더를 동기화할 수 있다. 그 자체로 플랫폼이다. 실버라이트 기반이라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잘 돌아간다. 몇몇 기업은 실제로 라이브 메시 플랫폼 기반으로 홈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블로터 : HP나 IBM은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유틸리티 컴퓨팅을 얘기하고 아웃소싱 사업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들 고객은 클라우드 컴퓨팅 얘기를 전혀 안 한다.

한인종 : 대략 두 가지 이유를 꼽겠다.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 용어가 막 뜨기 시작했지만, 구축 가능한 기술은 초기 단계다. 기업이 구축하기엔 좀 이른 시점이란 뜻이다. 둘째, 기존 고수익 사업을 포기하기에 아까운 측면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지금도 영업이 잘 되고 있는데 새로운 비즈니스 용어를 내세우긴 부담스런 면이 있다.

box03 김재우 :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는 MS 말고도 많다. 구글 앱엔진, 세일즈포스닷컴, 아마존 웹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은 도메인 기반이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화하는 형태다. MS는 다르다. 똑같은 걸 독자적으로 구축해 운영할 수 있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는 늘어나지만, 자기 땅에 어떤 킬러앱을 얹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MS는 우리 플랫폼 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좋다. 우리는 직접 SI는 안 한다. 파트너를 통해서만 한다. 그런데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땅만 늘려놓고 돈을 못 벌게 된다.

예컨대 윈도우 애저가 처음 나왔을 때 ‘그거 얼마에 구입할 수 있나요?’라거나 ‘빌려쓰려면 얼마죠?’라는 식으로 묻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윈도우 애저는 라이선스 모델이 아니라 서비스 모델이다. 서비스 플랫폼이면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복사본을 얻거나 볼륨 라이선스 형태로 사는 제품이 아니란 뜻이다. 누구든 이 위에 자신만의 서비스 환경을 얹고 테스트할 수 있지만, 가격은 CPU나 네트워크 대역폭, 스토리지 등 리소스 사용량에 따라 책정되는 방식이다.

한인종 :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많은 파트너들이 우리 땅에 와서 많이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MS는 HP와 주력 분야도 다르고, 겹치는 부문도 많지 않다. 서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웃음)

블로터 :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모양새다. 마지막으로,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관련 전망은 어떤가.

한인종 :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논의는 많아질 것이다. 마케팅 용어로 활용하는 기업도 분명히 생겨난다. 예컨대 똑같은 서비스를 예전에는 ASP라 했다가 다시 SaaS라 부르더니, 이젠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내세우는 기업도 적잖다.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box04 어느 정도 혼란은 예상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로 수익을 내기엔 아직 어렵다.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될 트렌드임에는 틀림없다. 섣불리 휩싸일 필요는 없지만, IT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고 테스트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김재우 : 저도 혼란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컨소시엄 형태가 아니라 단독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할 역량이 있는 기업은 정말 많지 않다. 지금의 SI 형태에서 하드웨어 사양만 맞추거나 가상화 환경을 구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IT 분야에선 기술이 있는 것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IT 분야에선 기술 용어가 마케팅 용어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업체 입장에선 기술력도 알리고 SW 리더십도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이해는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로운 기회인 것은 맞다.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사업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관계법도 정리해야 한다. 성숙할 때까지 차분히 진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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