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없는 비영리는 환상이고, 비영리 없는 영리는 지옥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의 이 한 마디보다 영리·비영리의 상호 가치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비영리단체와 미디어가 2008년 세밑, ‘따뜻한 소통’을 시작했다. 너무 늦었나? 아니다. 시작으로 이미 절반은 가까워졌다. 어렵고 고된 비영리단체의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가는 이 땅의 활동가들을 위해 다음세대재단이 12월12일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2008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ChangeOn‘. 비영리재단이 온라인으로 좀더 효과적으로 소통하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 수녀님, 대학생과 교수 등 영리 너머 가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활짝 개방된 마당이었다.

이미 접수때부터 열기는 달아올랐다. 평일 하루종일 열리는 행사임에도 400여명이 미리 줄을 섰다. 행사장인 서울 양재동 EL타워는 앞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일찍부터 북적였다. 푸짐한 점심식사와 간식거리, 간단한 필기도구와 메모장에는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스며 있었다.

changeon_logo

“과거가 소유를 중요시하는 양(量)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존재를 중요시하는 질(質)의 시대입니다. 앞으로는 느낌을 중요시하는 감(感)의 사회로 옮겨갈 것입니다. ‘필링 소사이어티’에선 얼마자 주어진 시간을 압축적으로 의미 있게 사느냐가 중요한 사회적 목표가 되겠죠. 소유의 시대에서 ‘공리적 결속’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뜻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비공리적 결속’이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기조 연설을 맡은 김문조 교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의 사회적 책임성과 공익성’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청중에게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 교수는 “비영리의 가치는 경제적 인간에게서 생태적 인간으로 바뀌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부자되세요”라고 건넸던 인삿말이 앞으로는 “행복하세요”로 바뀌는 식이다.

접촉과 나눔의 시대일 수록 비영리의 가치는 커진다. 김 교수의 전망에 따르면,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적절히 나누는 사회는 현재의 모습이지만, 미래는 바뀐다. 칼과 저울로 재단하는 분배에서 벗어나 교감과 존중, 협력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초석이 바로 ‘비영리’다.

김문조 교수는 비영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도 지적했다. “먼저 모든 길은 비영리로 통한다는 식의 물신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독단과 오만, 적대감을 자초할 수 있는 비영리 거품을 제거하는 것도 비영리 리더가 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겠죠. 영리와 비영리의 협력체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비영리 진영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김문조 교수가 비영리 진영의 미래를 이론적으로 조명했다면, 뒤이어 나온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재미있는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비영리의 가치를 피부에 와닿게 설명해 청중으로부터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사람은 기부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모두들 중독되고 쾌락을 느낀다고 합니다. 기부도 마약처럼 중독성을 띄는 것이죠. 특히 외부 환경때문에 꼭 해야 하는 기부를 실천할 때보다 남몰래 자발적으로 선행을 펼칠 때 사람들은 더욱 큰 만족과 쾌감을 느낍니다. 과학자들에겐 인간의 뇌는 정말 영원한 연구대상인가 봅니다.”

정재승 교수는 ‘따뜻한 기부’가 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준다는 ‘마더 테레사 효과’도 소개해 청중의 이목을 끌었다. 평생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며 87살까지 건강히 살다 간 테레사 수녀를 예로 들며 “남을 도우면 즐거움을 얻고 곧 장수로 이어진다는 ‘마더 테레사 효과’가 실제로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청중들의 눈이 일제히 반짝이기도 했다. “인간은 생각만 열심히 해도 신체에 필요한 칼로리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게 되므로, 열심히 운동했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고 고민하는 분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뇌과학자다운 농담으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요컨대, 나눔과 기부는 곧 개인의 만족과 행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비영리 가치’에 대한 정재승 교수의 해답이었다. “기부를 했을 때와 키스를 했을 때 뇌가 느끼는 황홀함이 똑같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기부를 많이 해서 키스의 황홀함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또한 국내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활용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해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뜻깊었다. 이를 위해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와 박소라 한양대 신방과 교수가 국내 주요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이를 공개했다. 황용석 교수는 “국내에서 이같은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조사는 비영리단체 현황에 대한 기초 자료를 만든 것만으로 의미를 느끼는 만큼, 앞으로 이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연구와 조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행사장

오후 행사는 공익적 가치를 나누려는 주요 기업들의 활동과 주요 변화들을 소개하는 사례 발표 중심의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CJ나눔재단, 한국마이크로소프트, NHN, 야후코리아 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진행하는 주요 활동들을 소개했다. 미디어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참여와 공유의 웹을 만들 수 있는 개방적 저작권 CCL, IT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고민해보는 순서도 함께 준비됐다. 오전에 비해 더욱 생생한 얘기들이 기대됐는데, 아쉽게도 오후 행사를 듣지 못했다. 주최측인 다음세대재단에서 전체 발표자료를 곧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니, 아쉬우나마 그걸로 대신할 수 밖에.

이번 행사는 여러 기업들이 조금씩 힘을 보탰다. 주요 협력사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재단, 함께일하는 재단 등의 비영리기관 ▲CJ,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야후코리아 등의 기업 ▲블로터닷넷, 올블로그, 미투데이, 오마이뉴스 등의 미디어가 참여했다. 인컴브로더는 행사 홍보를 도맡아 뒤를 받쳤다. 비영리와 미디어의 소통을 데운 분들이다.

<업데이트> ChangeOn 행사 관련 발표 자료가 ITCanus에 올라왔다. 받으러 가기~!!

Comments

  1. 핑백: Now, here I am.
  2. 설문작성만해서 메일보내고 컨퍼런스 참여는 못했는데
    간접적으로 내용을 접하게되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뇌 운동은 못의 산소 70% 사용하는 유산소운동이다.’
    ‘잔머리 많이 굴리면 살안찐다’ 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증명된 건가요^^

  3. 저도 오후 세션을 못 들은 게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다시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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