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오지(Ray Ozzie). 2006년까지 그루브네트웍스를 이끈 CEO이자 전설적인 SW 아키텍트다. IBM의 유명한 협업 SW ‘로터스 노츠’를 비롯해 ‘로터스 심포니’, 세계 최초의 전산 스프레드시트 ‘비지캘크’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레이 오지를 단념할 수 없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2005년 그루브네트웍스를 아예 인수했다. MS가 그루브네트웍스 주요 SW들에 눈독을 들였을까, 아니면 레이 오지란 인물을 데려오고 싶어서였을까. 어쨌거나 MS는 목적을 이뤘고, 레이 오지는 이후 MS CSA(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로 일하게 된다.

MS에 둥지를 튼 뒤에도 레이 오지는 그루브네트웍스 시절부터 진행해온 SW 개발을 계속했다. 그의 구상은 협업과 공유에 줄곧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MS 오피스 그루브’와 ‘MS 오피스 라이브 워크스페이스’다.

‘마이크로소프트’ 문패를 달고는 있지만, ‘그루브’는 이를테면 배다른 자식이다. ‘그룹웨어의 아버지’이자 전설적인 SW 아키텍트의 철학이 그루브로 구현됐다. ‘MS 오피스’ 제품군들이 걸어온 길과는 조금 다른 갈래로 뻗어나간 제품인 셈이다.

그루브가 ‘MS 오피스’에 포함된 것은 ‘MS 오피스 2007’부터다. 지난해 3월 ‘MS 오피스 2007’이 출시되면서 ‘MS 오피스 그루브 2007’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엔 영문판만 출시된 탓에 국내에선 지금껏 이용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올해 8월 한국어판이 정식 출시되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루브는 한마디로 정보 공유와 협업을 돕는 도구다. 가장 큰 특징은, 정보 공유를 위한 서버를 따로 두지 않고 개인간 PC를 직접 연결하는 P2P 방식이란 점이다. 이승식 한국MS 지식근로사업부 차장은 “온라인 공유를 위한 서버를 따로 구입할 필요 없어, 소규모 부서나 팀 단위 협업 도구로 제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루브의 핵심은 ‘연결’과 ‘공유’다. 안전한 연결을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손쉬운 공유를 위해 네트워크 연동 기능을 갖췄다. 그루브는 안전한 연결을 위해 설치 단계에 이용자 인증 과정을 거친다. 이용자가 e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각 e메일 주소에 대한 개인 인증키가 생성되고 개인 정보들이 암호화된다.

암호화된 파일들은 네트워크에서도 암호화된 상태로 전송된다. 만약 누군가 파일을 중간에 가로채더라도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적다.

서버 없이 P2P 방식으로 여럿이 문서·일정 공유

그루브는 웹서버 없이도 누구나 P2P 방식으로 쓸 수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공용 서버를 따로 두고 있다. MS가 그루브용 공용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는 서버를 따로 살 필요 없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따로 서버를 사지 않고도 인스턴트 메신저로 실시간 대화를 나누고 파일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공용 서버 외에도 그루브는 온·오프라인 파일 연동을 위한 ‘릴레이 서버’를 따로 두고 있다.

‘MS 오피스’ 제품군 가운데 서버 없이 제품 자체로 실시간 공유를 지원하는 건 그루브가 유일하다. 공용 서버에는 그루브를 설치할 때 입력한 e메일 주소 외엔 어떤 개인정보도 저장되지 않는다.

기업이 필요한 경우 특수 목적에 맞게 서버를 따로 사도 된다. 예컨대 내부 직원만 접속해 쓰려 한다면, 따로 서버를 구매한 뒤 특정 도메인만 로그인할 수 있도록 설정해 쓰는 식이다. “굳이 서버를 사지 않아도 500여명 정도까지는 그루브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이승식 차장은 설명한다.

그루브는 협업 SW답게 정보전달과 공유를 위한 다양한 도구를 담고 있다. 단순한 파일공유 기능 외에도 게시판과 토론, 인스턴트 메신저와 갤러리, 일정관리와 간단한 게임 등이 제공된다. P2P 방식이므로 네트워크 속도가 낮더라도 끊김 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오프라인 상태에선 데스크톱용SW처럼 쓰다가 네트워크가 연결될 때 곧바로 공유 상태로 전환해 데이터를 최신 상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MS 오피스 그루브 2007’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자. 그루브 2007은 크게 ▲실행창 ▲작업영역 ▲도구 등 3부문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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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브 2007은 협업 도구다. 혼자 쓸 때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기본 작업을 시작해보자. ‘작업영역’에서 ‘새 작업영억’을 누르고 적당한 작업명을 적어주면 된다. 작업영역은 다시 ‘파일’과 ‘토론’ 두 공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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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보를 공유할 이용자를 그룹 구성원으로 초대할 차례다. 이용자를 초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메뉴의 ‘파일→초대를 파일로 저장’을 선택한 뒤 초대할 이용자에게 보내고,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팀원으로 등록된다. 상대방이 이미 그루브를 설치한 상태라면 작업영역 메뉴에 있는 ‘작업영역으로 초대’를 활용해도 된다. 그루브에서 내부적으로 지원하는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그루브 내부 메시지 시스템을 활용해 문자 뿐 아니라 음성 메시지도 전송할 수 있다.

상대방이 초대를 수락하면 공유를 위한 기본 환경은 끝난다. 이제 누구든지 파일을 실행창에 올리면 구성원 모두에게 실시간 전송돼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해당 파일은 서버가 아니라, 각 구성원 PC에 따로 저장된다. 여기서 역할이 나뉘는데, 초대장을 발송한 이가 ‘관리자’가 되고 초대에 응한 구성원들은 ‘참석자’나 ‘방문자’가 된다. 누구나 파일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삭제 권한은 관리자만 갖는다. 이는 기본 설정일 뿐, 관리자가 참석자별 또는 각 파일별로 권한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

기본 사용법은 윈도우 탐색기와 비슷하다. 구성원 누군가가 폴더를 만들면 온라인 상태인 그룹 구성원 작업영역에 동시에 생성되고, 드래그앤드롭 방식 등을 사용해 파일을 올리고 공유하면 된다. 문서 외에 사진이나 동영상도 공유할 수 있다. 파일은 업로드할 때 자동 암호화되고, 실행할 때 다시 합쳐져 재생된다. 암·복호화 과정을 거치는 탓에 용량이 큰 동영상은 실시간 재생할 때 시간이 좀 걸린다.

간단한 인스턴트 메신저 기능도 내장하고 있다. 메신저는 온라인 상태인 구성원끼리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는 데 유용하다. 특정 구성원과 일대일 채팅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메시지 기록이 히스토리에 남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태인 구성원이 나중에 로그인했을 때 구성원들의 채팅 기록을 볼 수 있다.

2대 이상 PC 이용 시 일정관리·자료 자동 동기화

그루브의 자랑거리는 오프라인 상태와 효과적으로 연동하는 데 있다. 모든 구성원들은 로그인하는 순간, 다른 구성원들이 작업했던 결과물들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구성원끼리 문서를 공유하고 일정을 업데이트했다면, 내가 나중에 로그인하더라도 이들이 공유한 자료나 일정을 즉시 내 PC로 내려받아 공유하는 식이다.

이는 꽤 효과적인 협업 기능이다. 예컨대 내가 PC에서 문서를 올린 다음 내 PC에서 해당 문서를 삭제하더라도, 나중에 그루브에 접속하면 그 문서를 다시 내려받을 수 있다. 2대 이상의 PC에서 번갈아 작업하는 이용자라면 따로 웹서비스나 웹서버를 쓰지 않아도 그루브를 활용해 늘 2대의 PC를 최신 상태로 동기화할 수 있다. 일정관리나 문서 공유에 효과적이다.

구성원이 모두 로그아웃한 뒤, 뒤늦게 누군가 파일을 올린 다음 PC를 끄고 퇴근했다 치자. 다음날 다른 구성원들이 접속하면 해당 파일이 자동으로 전송돼 저장된다. 재미있는 건, 용량이 큰 동영상을 걸어두고 로그아웃하거나 PC를 끄더라도 정상적으로 파일이 전송된다는 점이다. “서버에서 제공하는 스트리밍 대역폭을 이용한 것으로, 대략 50MB까지는 무리 없이 전송된다”고 이승식 차장은 설명한다. 말하자면 그루브를 켜고→50MB 동영상을 작업 그룹에 건 다음→곧바로 PC를 끄고 퇴근해도 다음 날 구성원들이 로그인하면 정상적으로 해당 동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는 식이다.

그루브는 이용자가 설치할 때 등록한 e메일 정보로 이용자를 식별하고 정보를 관리한다. 그루브를 삭제하고 새로 설치해도 예전에 등록했던 e메일 주소만 알고 있으면 기존 정보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PC가 고장나거나 하드디스크를 갈아엎어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비상시에 대비해 계정 파일을 따로 저장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아쉬운 대목도 있다. 예컨대 둘 이상의 구성원이 한 문서를 동시에 수정할 경우 그루브는 수정자 이름으로 복사본을 자동 생성한다. 문서를 여러 번 수정하다 보면 비슷한 문서가 중복 생성될 수 있다. 문서 내부에 히스토리를 관리하는 기능이 덧붙는다면 훨씬 효율적인 문서관리가 될 것이다. 그루브 일정을 MS 아웃룩과 연동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그루브는 MS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쓸 수록 재미를 느끼는 도구입니다.” ‘국내 유일한 그루브 전문 강사’를 자칭하는 이승식 차장의 소감이 흥미롭다. 다른 MS 제품이 재미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루브에 빠질 수록 그 안에 담긴 SW 거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떡하면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안전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 그루브는 이같은 지식근로자들의 고민에 대한 레이 오지의 재기발랄한 대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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