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는 디지털 컨텐트의 창작과 공유를 위한 새로운 저작권 규약이다. 국제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가 2002년 첫선을 보인 CCL은 6년여동안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전세계 9천만건이 넘는 컨텐트들이 CCL을 도입했다. 자발적으로 결성된 수많은 CC 커뮤니티들이 CCL 기틀을 다지고 채웠다. 구글과 야후, 플리커는 CCL 컨텐트만 골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따로 선보였고 다음·파란·네이버 등 국내 포털들은 카페나 블로그 글에 CCL을 달 수 있는 메뉴를 덧붙였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 3월, 국내 SW 기업으론 처음으로 ‘한컴 오피스 2007’에 CCL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자유로운 창작과 공유를 위한 생태계도 그만큼 풍성해졌다.

이처럼 CCL을 도입한 주요 사례들만 모아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CC가 전세계 CCL 도입 및 성공 사례들을 한데 모아 연구·공개하는 ‘사례 연구(Case Studies) 프로젝트‘를 6월24일 공식 띄웠다.

CC호주와 함께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이름대로 CCL이 도입된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전세계 사례들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Case Studies

CCL은 이를테면 저작권자가 내거는 ‘저작물 사전이용 허락 표시’인데,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CCL=무단 공유’로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는 CCL을 기술적 저작물 보호 조치인 DRM과 비슷한 기술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CCL을 적용한 저작물은 누구나 합법적으로 가져다쓸 수 있기 때문에 ‘CCL을 달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도 일반화돼 있는 실정이다.

도입 사례 프로젝트는 이런 인식들을 넘어 ‘CCL 바로잡기’에 기여하고자 출범했다. 예컨대 보잉보잉 공동 편집장이자 공상과학 소설가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는 자신의 소설 <Down and Out in the Magic Kingdom>을 CCL을 붙여 온라인에 공개했지만 실제로 그의 책은 기대보다 훨씬 빨리 팔려나갔다. ‘책 전문을 무료로 공개하면 누가 돈 주고 책을 사보겠느냐’는 세간의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은 대표 사례다. CC 설립을 주도한 로렌스 레식 교수도 <자유문화>, <코드> 등 주요 저서들을 출간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CCL을 적용해 PDF 파일로 전문 공개했다. 그리고는 책 판매 부진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책을 사서 읽거나 온라인으로 내려받아 보는 건 개인 자유다. 하지만 책 전문을 인쇄해 읽느니, 직접 사서 읽는 게 저렴할 것이다.”

CCL을 적용한 서비스들은 전세계에 널려 있다.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세계 최대 사진공유 서비스 플리커, 음악공유 사이트 자멘도 등이 그렇다. 국내에선 블로터닷넷, 티스토리, 태그스토리, 뉴스뱅크이미지 등이 CCL을 도입·적용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프로젝트는 이같이 수많은 CCL 관련 사례들을 모으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CC는 “예컨대 동영상 공유 서비스 ‘블립TV‘, 오픈 필름 프로젝트 ‘A Swarm of Angels‘ 등이 성공 사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례 연구 프로젝트는 CC 커뮤니티 기반의 열린 프로젝트다. ‘위키’ 시스템을 적용해 누구나 참여해 내용을 작성하고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참가 커뮤니티들의 추진 일정도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고 업데이트된다. 커뮤니티간 연락은 CC 메일링 리스트를 활용한다.

프로젝트 사이트에선 CCL 도입 프로젝트명이나 CCL 종류, 컨텐트 종류 등 다양한 옵션별로 CCL 작업물들을 검색할 수 있다. 이 가운데는 ‘구글 섬머 오브 코드’ 프로그램이나 블렌더 재단이 제작한 두 번째 오픈소스 3D 애니메이션 <Big Bug Bunny>, 소니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 ‘EyeVio‘ 등에 소개된 작품도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CC호주는 출범일인 6월24일에 맞춰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호주·아시아 커먼즈 설립 컨퍼런스‘(Building an Australasian Commons Conference)를 열고, CCL 성공사례 일부를 모은 소책자도 제작·배포했다. 이 책자에는 영화제작, 음악, 시각예술, 도서관, 박물관, 정부, 교육, 조사기관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60여개 CCL 성공사례들과 호주지역 자유문화 운동들이 소개됐다. 사례 연구 프로젝트는 이 소책자를 시작으로 CCL 성공 사례와 배경을 다룬 다양한 출판물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국제 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호주·아시아 커먼즈 설립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6월30일~7월1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Communia/CC 유럽’ 회의, 10월25·26일 스웨덴 고덴부르크에서 열리는 FSCONS, 7월29일~8월1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아이서밋 등이 대표적이다. 각 행사별로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공개한 프로젝트 진척 사항들이 소개된다.

CCL은 ‘일부 권리 보호'(Some Rights Reserved)를 지향한다. 저작권의 완전한 보호(All Rights Reserved)와 조건 없는 무한공유(No Rights Reserved) 사이에서 저작자 권리와 합법적이고 자유로운 공유란 두 가치를 모두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CCL 모델은 전세계에 의미심장한 영향을 미쳤다. 사례 연구 프로젝트는 ‘창작과 공유로 함께하는 열린 문화를 만든다’는 CCL의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는 새로운 시도다.

조이 이토 CC CEO는 사례 연구 프로젝트의 가치를 이렇게 평가한다. “CCL을 오랫동안 적용해온 커뮤니티 회원든 처음 도입한 회원이든, CCL을 이용해 영감을 얻고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사례 연구 프로젝트는 CCL을 도입한 구글, 나인 인치 네일즈, 소니 등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전방위 플랫폼을 아우르는 사례를 제공할 것이며, 누구나 자신만의 CC 성공 스토리를 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각 사례들은 CCL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그저 깜찍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성공 스토리의 핵심임을 보여주리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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