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PC? ‘Evolve’쯤은 돼야!
많은 PC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델은 유독 친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기업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 골몰하는가 하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재활용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엔 제품을 팔 때마다 일부를 떼네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그 돈으로 녹지를 조성하는 ‘나를 위한 나무 한 그루‘(Plant a Tree for Me) 프로젝트도 띄웠다.
‘지속가능한 컴퓨팅’은 델 제품을 관통하는 숙제이자 화두다. 올해 1월 띄운 ‘ReGeneration‘은 이런 고민을 채우기 위해 델이 내놓은 프로젝트다. ‘ReGeneration’은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컴퓨팅 환경 조성에 힘쓰려는 사람들이 모여 운영하는 국제 운동이다. 이 곳에선 환경보호 펀드를 운영하고 재활용 운동을 펼치며, 에너지 절약 팁이나 관련 응용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지난 5월에는 ‘국제 친환경 컴퓨팅 디자인 경진대회’(International Green Computing Design Competition)를 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들이 쏟아졌고, 우승후보 5개를 추려낸 끝에 지난 5월19일 ‘Evolve‘를 최종 우승작으로 선정했다.
모듈형 PC, ‘데스크톱도 되고, 노트북도 되고’
Evolve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컨셉트부터가 남다르다. Evolve는 때에 따라 PC도 되고, 노트북도 된다. 이른바 ‘모듈형 PC’로 제작한 덕분이다. ‘모듈형’이란 말은 주요 부품을 독립적으로 제작해 서랍처럼 끼웠다 빼는 방식을 뜻한다.
모듈형은 장점이 많다. 업그레이드할 때도 필요한 부품만 사서 끼우면 그만이다. 그러니 조립과 분해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모듈은 크기가 작아 포장이나 배송 비용도 적게 든다.
Evolve는 또 친환경 제품이다. 모듈과 본체는 옥수수 성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으로 제작됐다. 배터리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전력을 만들어내는 LEES 축전기다. 하드디스크는 적은 전력으로 오래가는 SSD를 달았다. PCB 기판도 케라틴 섬유와 콩 소재 접착제를 썼다. 모니터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도 긴 OLED를 채택했다. 부품을 연결한 경첩은 가볍고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소재다.
PC 포장재는 종이에 대나무 합판을 덧댄 ‘에코팩’이다. 배송받은 PC를 꺼낸 뒤 남은 ‘에코팩’은 PC 받침대로 활용된다. 제품소개서나 품질보증서 같은 문서들은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에코팩 표면에 인쇄했다.
재활용 기능도 눈에 띈다. PC 수명이 다 되면 재활용센터로 반송하면 되는데, 이 때는 에코팩을 반송용 포장재로 쓰면 된다. 모듈을 덮고 있는 패키징 셀은 모듈을 우편으로 반송하거나 받을 때 포장재로 쓰인다. 델은 수명이 다한 모듈이나 PC를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발송하는 고객에게는 새 제품을 살 때 값을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PC 기능 속에도 친환경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핵심은 ‘파워 슬라이더’란 기능이다. 파워 슬라이더는 이용자가 하는 작업에 꼭 필요한 전력량을 스스로 조절해 공급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문서 작업을 할 때와 고화질 동영상을 볼 때 소비되는 전력량은 다른데, 파워 슬라이더는 해당 작업에 필요한 전력량을 자동 조절해준다.
기능도, 부품도 버릴 것 없는 친환경 제품
제작자는 애당초 전원공급장치로 태양에너지를 고려했다가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 기술로는 태양에너지가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한 탓이다. 그 대신 제작자는 직류 전원을 채택했다. 일단 쓰면 재생이 불가능한 교류전원과 달리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제품 자체로 매력이 없으면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한다. 그래서 제작자는 Evolve 디자인에 특히 신경썼다고 한다. 에너지 절약의 핵심인 파워 슬라이더를 잘 보이고 조작하기 편리한 곳에 배치했다. 키보드는 분리 가능하도록 했고 모니터도 벽걸이와 스탠드형으로 자유롭게 배치하도록 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배려한 조치다. 광학 드라이브도 외장형으로 만들어 휴대시 짐을 줄이도록 했다. 키보드 손목 받침대는 쓰지 않을 때 서랍식으로 키보드 속으로 집어넣도록 했다.
Evolve는 전력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블루투스 기능을 빼고 전력소모가 적은 USB 포트를 채택했다. 제작자는 “제품이 시판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이용자 요구를 반영해 블루투스를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volve는 버릴 것 없는 PC다. 소재와 부품은 재활용되고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다. 파워 슬라이더는 무심결에 흘려버리는 전력까지 틀어막아준다. 고장나거나 수명이 다한 부품은 그것만 떼내 교체하면 된다. 교체 방법도 쉽고 돈도 적게 든다. 뜯어보고 들여다볼수록 매력 넘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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