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PC홈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야후에 이어 대만 2위의 포털사이트로 자리매김했지만, 성장폭은 눈에 띌 정도로 둔해져 있었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키 쳉(Vicky Tseng) PC홈 마케팅 매니저는 훙지젠(Hung Tze Jan) CEO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이봐 비키, 우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해요. 당신이 스카이프의 국내 사업을 검토해보세요.”


느닷없는 사장의 전화에 놀란 비키가 대답했다.


“네? 스카이… 뭐요?”


대만 제1의 인터넷전화 사업자 아이페보의 탄생은 따지고 보면 우연과 순진함이 만들어낸 결과일 지도 모른다. 비키는 “당시만 해도 스카이프는 물론, 인터넷전화란 용어조차 몰랐다”고 뒤늦게 웃었다.


무모함과 순진함이 빚어낸 도전, 일을 내다


PC홈은 사실 일찌감치 인터넷전화 시장 진출을 비밀리에 타진했다. 대만에선 이미 야후가 ‘BB폰’이라는 브랜드의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서비스를 PC홈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하려면 얼마쯤 들까?’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나온 금액은 우리 돈으로 최소 600억원. 당시엔 그 엄청난 돈을 투입할 가치가 없었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드는데 통화 품질이나 편리성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신사업 추진을 미뤄뒀던 PC홈은 그러나 스카이프를 만나고선 무릎을 쳤다. 통화 품질도 우수한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스카이프 제휴 사업을 하는 기업이 없었다. 값비싼 초기 투자금도 필요 없었다. 스카이프 SW를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만 제공해도 우선은 되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담당자인 비키는 스카이프나 인터넷전화에 대해선 까막눈이었다.


다행이라고 할까. 그 무렵엔 스카이프도 직원 20여명의 작은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니콜라스 젠스트롬 스카이프 CEO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했죠. ‘우리는 대만의 이러저러한 포털인데, 이 곳에서 스카이프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고. 그랬더니 대뜸 미스터 젠스트롬이 되묻더군요. ‘그런데, 대만이 어디 있는 나라에요?'”


우여곡절끝에 스카이프 창업 멤버인 제프리 프렌티스(Geoffrey Prentice)가 대만으로 날아왔다. 제프리는 스카이프 창립 이후 첫 파트너십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다. PC홈도 스카이프도 순진함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로이스 홍 아이페보 CEO

로이스 홍 아이페보 CEO


2004년 7월 PC홈 내 스카이프 사업부로 출발할 당시 전담 인력은 3명이었다. 이들이 스카이프 사업 제휴를 맺은 뒤부터 첫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주. “서비스 출범 당시 얘길 하면 누구도 믿지 않더군요. 스카이프는 복잡한 시스템 비용이 들지 않고 다운로드 서버만 준비해도 시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였기에, 이런 짧은 기간동안의 준비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카이프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3개월만에 다운로드 수는 100만을 넘어섰고, 4개월째엔 ‘PC투폰’ 서비스인 ‘스카이프아웃’을 내놓으며 유료화를 단행했다.


이들의 질주에 다시금 채찍을 가한 사건은 이듬해 1월에 일어났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이용해 스카이프 음성통화를 했어요. 그러다보면 불편하기도 하고 귀가 아플 때도 있었죠. 목소리가 울릴 때도 있었고요. 좀 더 편리하게 스카이프를 쓸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일반 전화기같은 스카이프 전용 단말기를 내놓기로 결정했죠.”


비키는 로이스 홍(Royce yc Hong)에게 도움을 청했다. PC홈 초기 멤버였던 로이스 홍은 당시 독립해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PC홈측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본격적인 스카이프 전용 단말기 디자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놓은 것이 세계 최초의 스카이프 전용 USB폰 ‘아이페보 프리1’이다.


편의점 공략-단말기 보급 통해 생활 속 서비스로


아이페보 프리1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으로 통화할 땐 불편하기도 하려니와 통화음성이 울리는 ‘하울링’ 현상도 골칫거리였다. 아이페보 프리1은 USB에 꽂기만 하면 일반 전화기처럼 인터넷전화를 쓰도록 설계해 무엇보다 편리했다. 또 입과 송신부가 너무 가까우면 통화 목소리가 울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전화기 아랫쪽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울림 현상을 없앴다.


아이페보 프리1은 나오자마자 지구를 한바퀴 빙 돌며 30만대를 순식간에 팔았다. iF 디자인, 레드닷, I.D 등  등 유수의 디자인 전문 미디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상을 안겼다. 


2007년에는 기존 프리1에 LCD창을 단 ‘아이페보 프리2’ 모델을 선보였다. 원터치 녹음기능을 더해 중요한 회의나 통화 내용을 쉽게 PC에 저장하도록 했다. 기업용 회의공간을 위한 스피커폰 형태의 ‘아이페보 징’과 ‘아이페보 트리오’도 내놓았다. 올해 7월에는 아예 PC홈에서 분사해 로이스 홍을 CEO로 ‘아이페보’란 독립 법인을 꾸렸다. 스카이프 서비스와 관련 단말기 서비스에만 주력하겠다는 뜻에서다.


대만은 전세계에서 스카이프 비즈니스가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인구 2400만명 가운데 680만명이 스카이프를 쓴다. 인구 4명 중 1명이 쓰는 셈이다. 대만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아이페보의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페보 솔로

아이페보 솔로

유독 대만에서 스카이프가 유달리 성공한 데는 오프라인 판매 전략도 한몫했다. 아이페보는 2006년 5월부터 ‘패밀리마트’나 ‘하이라이프’ 같은 24시간 편의점에서 스카이프 통화시간을 충전할 수 있는 쿠폰을 판매했다. 사람들은 껌이나 담배를 사듯 스카이프 통화 쿠폰을 사갔다. 스카이프 전용 전화기도 전국 전자기기 매장 어디서나 손쉽게 살 수 있었다. 많이 보이고 손쉽게 쓸 수 있으니 이용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올해는 또 다른 변화에 도전한 시기였다. 아이페보는 아예 집전화와 인터넷전화의 경계까지 허무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일반 집전화 모양의 인터넷전화 단말기 ‘아이페보 솔로’를 선보인 것이다.


아이페보 솔로는 아예 PC 없이도 스카이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말기 자체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내장했다. 인터넷 선만 연결돼 있으면 일반 전화를 걸듯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러 상대방과 통화를 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는 스카이프를 이용한다. PC 이용에 익숙치 않은 노인이나 아이들도 손쉽게 전화를 걸듯 스카이프를 이용하도록 하자는 뜻에서 내놓은 야심작이다. 별매되는 무선랜 커넥터를 장착하면 집에서 여러 대의 유·무선 전화기로 스카이프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거실에는 솔로 유선전화기를, 안방과 건넌방에는 휴대폰처럼 생긴 무선 전화기를 놓고 스카이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업계의 애플 되고파”


로이스 홍 아이페보 CEO는 자신들의 꿈과 목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페보가 추구하는 바는,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만지지 못하는 것들을 실제로 만지면서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단지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애플처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전세계 스카이프 파트너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생각처럼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저희를 떠올려보세요. 3년 전만 해도 아이페보의 스카이프 전담 인원은 3명에 불과했어요. 지금은 250명을 거느린 대만 제1의 인터넷전화 기업이 되었답니다.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로이스 홍은 지금 대만 최고의 부자 기업인 가운데 한 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이페보는 PC 모니터 속에서 마주하던 인터넷전화를 사람들의 손에 쥐어준 기업이다. 인구 250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출발한 그들의 발걸음은 이미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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