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CCL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미 웨일즈 위키피디아 설립자 겸 위키미디어 재단(WMF) 이사회 이사는 지난 11월3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위키미디어·아이커먼즈 파티’에서 “위키피디아가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의 CCL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발표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What I’m happy to announce tonight is that just yesterday the Wikimedia Foundation board voted to approve a deal beetween the FSF and CC and Wikimedia. We’re going to change the GFDL in such a way that Wikipedia will be able to become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license.

발표 내용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키피디아는 지금까지 따르던 GNU 자유문서사용허가(GFDL) 대신 앞으로는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BY-SA)의 CCL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형식면에서 보면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WMF가 이사회를 거쳐 내놓은 모양새지만, 실은 WMF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그리고 GFDL을 관리하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이 협의를 거친 결과다.


GFDL과 CCL의 차이점과 특징을 먼저 따져보자. CCL은 CC에서 선보인 새로운 저작권 규약이다. 규약은 저작자 표시(BY), 비영리(NC), 변경금지(ND), 동일조건 변경허락(SA)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작자는 이들을 조합해 자신의 저작물에 CCL을 적용하고, 이용자는 이 CCL을 따르는 조건으로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배포·공유할 수 있다.


GFDL은 CCL에 비해 적용·배포 조건이 까다로운 대신, 저작자가 좀더 세심한 조건까지 지정할 수 있는 편이다. 예컨대 영리든 비영리든 GFDL은 저작물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2차 저작물도 똑같이 GFDL을 적용해야 한다. CCL의 ‘동일조건 변경허락'(SA)과 비슷하다. 그 대신 GFDL은 ‘변경불가 항목’이나 ‘표지 구절’ 등을 지정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저작물의 자유로운 사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 입장이나 개정 이력 등을 바꾸지 못하도록 명기하는 식이다.


‘표지 구절’이란 2차 저작물을 만들 때 글의 앞·뒤 구절에 반드시 넣도록 저작권자가 규정해둔 문구이다. 이를테면 원저작자명을 표지 구절로 지정해 2차 저작물 이용자들에게 원저작자명을 좀더 잘 노출시키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역시 CCL의 ‘저작자 표기'(BY)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GFDL은 그 까다롭고 세밀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CCL의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BY-SA)과 가장 호환성 높은 규약으로 알려져 왔다.


GFDL을 적용한 저작물로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면 똑같이 GFDL을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GFDL 저작물 기반의 2차 저작물에 다른 저작권, 예컨대 CCL을 적용하기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CCL을 적용받는 2차 저작물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기도 어려웠다. 반대로 CCL은 GFDL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지금까지 GFDL을 적용한 최대의 프로젝트로 알려져왔다. 그러므로 위키피디아에서 생성·수정·재생되는 저작물들도 원칙적으로 GFDL의 울타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 때문에 BY-SA의 CCL 도입을 두고 WMF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동안 논란과 토론을 거듭했다고 한다.  


지미 웨일즈는 CCL 도입 발표 말미에서 “이 파티는 위키피디아의 해방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는 구속을 벗어나기 위해 GFDL을 버리고 CCL로 갈아탔다는 얘긴가.


그렇지는 않다. CC코리아 프로젝트 리더인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는 “위키피디아가 GFDL을 버리고 CCL로 갈아탄다기보다는 CC의 BY-SA 조건으로도 라이선스한다는 뜻으로, 앞으로는 위키피디아의 컨텐트를 CCL이 붙은 컨텐트와 결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컨대, 위키피디아가 BY-SA의 CCL을 도입한 것은 위키피디아에서 만들어지는 방대한 컨텐트들을 CCL 조건의 컨텐트와 결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찾겠다. 이를 통해 위키피디아 컨텐트 이용 범위와 생산성을 더욱 높이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번 결정이 현실이 되려면 몇 가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WMF는 위키피디아가 BY-SA의 CCL 조건과 호환되도록 GFDL을 수정해달라고 FSF에 요청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위키피디아 주요 커뮤니티와의 토론과 투표를 거치겠다고도 밝혔다. FSF가 GFDL 수정을 거부하거나 위키피디아 커뮤니티가 끝내 반대표를 던진다면 이사회의 결정은 무효가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위키피디아도 CC 커뮤니티에 공식 입성할 날이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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