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지도’라 하면 어떤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마다 꼽는 브랜드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개 국내 ‘3강’으로는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만도맵의 ‘맵피’와 ‘지니맵’을 꼽습니다. 사용성과 편리성, 이용자 화면(UI)
등에서 이용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국내 대기업이 이들 3강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SK엔크린은
9월17일, 새로운 내비게이션SW ‘엔나비'(enNavi)를 출시하고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본격 경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SK에너지 '엔나비'(enNavi)

SK에너지 '엔나비'(enNavi)

SK에너지는 ‘SK 주유소’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지난 7월1일 SK(주)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SK에너지’란 자회사로 분리됐습니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회사가 갑자기 웬 내비게이션 지도냐고요?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분들이라면 어안이 벙벙할 만도 합니다.

휴대폰→독립 내비게이션으로 영역 확대

SK에너지는 사실 지금까지 텔레매틱스 사업을 계속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카라이프
사업부’도 따로 있습니다. 이 사업부에선 텔레매틱스, 렌터카, 모바일 서비스 등 3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억력 좋은 독자분들이라면
2000년대 초반 홍콩 액션스타 성룡이 나오는 ‘엔트랙’이란 광고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 ‘엔트랙’이 바로 SK에너지(옛 SK(주))의
1세대 텔레매틱스 사업입니다.  

독립형 텔레매틱스 단말기 형태의 엔트랙은 그러나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기술력이
이용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거니와 단말기 가격도 300만원대로 고가였기 때문입니다. SK에너지는 2002년, 휴대폰 기반 텔레매틱스 서비스로
전환을 꾀합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네이트 드라이브’입니다. 네이트 드라이브는 올해 7월, SK그룹의 브랜드 전환작업에 따라 ‘T맵’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SK에너지는 올해 1월, ‘토마토나비’란 내비게이션용 SW를 내놓았습니다.
휴대폰 기반이 아닌,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탑재할 수 있는 지도인 셈입니다. 그리고 오늘, 토마토나비의 기능을 강화하고 UI를 개선해 새로운
브랜드 ‘엔나비’로 선보인 것입니다. 이것이 ‘엔나비’의 탄생 배경입니다.

SK에너지는 ‘지도’와 ‘교통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네이트
드라이브의 경우 수도권에 1만3천대의 교통정보 수집용 차량을 운행하며 5분 단위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한다고 합니다. 네이트 드라이브용 지도와
토마토나비를 잇따라 내놓으며 내비게이션 지도 관련 노하우도 나름 쌓았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소극적으로 진행했던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초기 시장
연착륙은 문제없다는 게 회사측의 생각입니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인 모양새입니다. 엔나비의 경우 기존 성우들이 녹음한
안내음성 대신 텍스트 음성변환(TTS) 기술로 안내음성을 자동화했습니다. 실제로 들어본 음성은 기계음이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MBC와 손잡고 DMB 기반 실시간 교통정보(TPEG)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이전 토마토나비 TPEG에 비해 복잡한 교차로 정보도
다듬고 실제 사진도 곁들였다고 합니다. 시연장면만 봐서는 썩 괜찮은 지도 서비스로 보입니다.

SK 주유소 연계, 유·무선 부가서비스 제공

하지만 늘 그렇듯 시장은 역시 냉정합니다. SK에너지로선 기존 3강의 두터운 틈새를 뚫을
무기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엔나비’를 기본 지도용SW로 채택해야 합니다. SK 계열사들만 상부상조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들어서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SK에너지쪽도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카라이프 사업부를 총괄하는 문종훈 상무는
“대기업 계열사끼리 연합군을 형성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제휴를 원하는 기업은 어디든 환영”이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차별화 전략에 대한 밑그림도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SK 주유소 기반의 ‘디지털
허브’ 전략인데요. 운전자들이 가장 자주 들르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내비게이션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유·무선으로 제공하는 꿈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최근 전국 4천여개 SK 주유소에 반경 100m까지 통신이 가능한
블루투스 기반의 액세스 포인트(AP)를 설치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단 운전자는 주유하는 동안 관광정보나 주변 볼거리, 맛집정보 등을 무선으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음악이나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컨텐트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와이브로나 HSDPA, DMB 망을 활용한 서비스도
준비중입니다. 성공의 전제는 물론 내비게이션과 통신의 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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