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수퍼 바이러스 탈출기
2주 전께인가요. 밀린 외신을 읽느라 오랜만에 인가젯(Engadget) 사이트로 접속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멀쩡하던 PC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웹사이트들이 한꺼번에 탭으로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마우스를 눌러 꺼도 웹사이트 화면은 손놀림보다 빨리 창을 띄워댔습니다. 급한 대로 PC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훗, 오랜만에 보는 바이러스 증상이군.’ :-)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그게 기나긴 고난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요.
그 다음부터 PC에서 미세한 이상현상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자판을 눌러 문자를 입력하는도중 갑자기 입력이 먹통이 되거나 엉뚱한 줄로 커서가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손을 잘못 놀려 마우스 터치패드를 건드렸나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조심스레 자판을 두드리는데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었어요. 급기야는 제대로 글을 작성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커서가 움직이는 겁니다. 미칠 노릇이었죠.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평소 쓰는 ‘바이러스 체이서’를 제일 먼저 돌렸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전혀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하더군요. 다른 문제인가 싶어, 안철수연구소의 온라인 보안서비스로 접속했습니다. 온라인 바이러스 진단과 스파이웨어 진단 엔진을 잇따라 돌렸습니다. 의심되는 레지스트리 정보를 몇 개 잡아내더군요. 잡아낸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예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PC를 재부팅하는 게 낫다고들 하더군요. 그대로 했습니다. 역시 소용없었습니다. 레지스트리 정보를 지웠음에도 여전히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원인을 파악하고자 다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이번엔 ‘애드어웨어se’(ad-aware se)란 애드웨어 제거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한참을 검색하더니 40여개의 악성 프로그램 용의자를 골라내더군요. 한꺼번에 지웠습니다. ‘네까짓게 아무리 숨어봤자, 이 정도면….’
이 생각이 자만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PC 상태는 여전했고, 오히려 더욱 심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글 한 줄 쓰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커서가 춤을 추는데, 머리 끝까지 더위가 몰려오더군요. 안철수연구소의 ‘빛자루 데스크톱’도 실행해보고, 거의 써본 일 없는 ‘맥아피’ 30일 체험판이나 ‘PC클리어’같은 프로그램까지 설치해 돌려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만 깔았다 지웠다 반복하는, 소득 없는 노동이었죠.
평소 바이러스나 웜 같은 악성 종양들은 안티스파이웨어와 백신 SW로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엔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봐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백신이 잡아내지 못할 정도라면 바이러스가 아닌 PC 설정의 문제가 아닐까 의심이 들더군요. 딱히 시스템을 건드린 적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우스와 키보드 드라이브를 지우고 다시 설치해봤습니다. 역시나. PC 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을 만져본 끝에 어렴풋이 증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제 PC의 증상은, 키보드의 특정 자판을 반복해서 두드리면 자동으로 마우스가 클릭되는 현상입니다. 특히 ‘T’와 ‘J’ 키를 반복해서 몇 번 두드리면 어김없이 마우스 커서가 있는 곳이 자동 클릭됩니다.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인지, 바이러스인지….
그 때 퍼뜩, 윈도우에 포함된 ‘시스템 복구’ 기능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나도 모르게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PC에 설치됐다면, 멀쩡하던 시점으로 시스템을 되돌려놓으면 해결될 일 아닐까.’ 이거다 싶었죠.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는데요. 이번에는 시스템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시점을 아무리 바꿔가며 복구해도 ‘복구가 불완전하게 됐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뜨더군요. 이쯤이면 거의 포기 상태….
후배 녀석은 ‘asadal이 바이러스 따위에 쩔쩔 맬 줄 몰랐다’며 놀려대고, 속은 터지고…. 뚜렷한 대책은 없고. ‘최후의 백신’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포맷→재설치’입니다.
e메일과 개인 데이터를 백업하고, C드라이브를 포맷하고, 윈도우를 새로 깔고, 필수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입맛에 맞게 시스템을 설정해주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제야 한숨 돌리는군요. 결국 시스템을 복구하긴 했지만, 울트라 초강력 바이러스에 두손 든 꼴이 됐습니다. 에궁~!
누구, 제 PC와 비슷한 현상으로 고생하거나 진단법을 아시는 분, 안 계신가요? 여전히 바이러스때문인지, PC 이상인지조차 오리무중인 상황인데요. 저같은 패잔병이 또 나오지 않도록 정보라도 공유해주심이 어떨지….



asadal님의 해당 포스트가 8/10일 버즈블로그 메인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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