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닷넷> 독자라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에 대해 새삼 설명드릴 필요는 없으리라 여깁니다. CCL은 정보공유 시대의 새로운 저작권 규약입니다. CCL은 저작권법에 기반한 국제규약으로, 합법적인 공유와 소통을 지향합니다. CCL에 관한 소식들은 <블로터닷넷> CCL 관련기사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SW에 CCL 메뉴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 공식 커뮤니티 회원으로서 <블로터닷넷은> 오늘 CCL을 이용한 새로운 제안을 드릴까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CCL 메뉴 달기’입니다.

이미 꽤 많은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CCL을 도입·적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면 아래와 같은 로고를 붙여둔 블로그를 심심찮게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조건으로 자신의 저작물인 블로그 글을 자유롭게 갖다쓰도록 허락해둔 저작자(블로그 주인)들입니다.

이런 열린 공유의 정신을 SW에도 옮겨심어보면 어떨까요. 특히 저작물(콘텐츠)을 생산하도록 돕는 SW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자신이 생산하는 저작물에 CCL을 붙일 수 있는 메뉴를 해당 SW에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식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 한글을 이용해 문서를 작성합니다. 이들은 모두 자기 문서의 저작권자입니다. 이용자가 문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CCL 조건을 달 수 있도록 한글과컴퓨터가 아래아 한글 SW에 ‘CCL 달기’ 메뉴를 덧붙이면 어떨까요. 문서작성자가 이 메뉴를 선택하고 ‘비영리’, ‘변경금지’ 등의 CCL 조건을 선택하면 커서가 있는 위치에 해당 CCL 로고와 바로가기 주소가 자동으로 걸리는 식입니다.

물론 지금도 한글 문서에 CCL을 달 수는 있습니다. CCK 홈페이지를 방문해→CCL 조건을 선택하고→링크 주소를 복사하고 이미지를 PC에 내려받아→한글 문서의 원하는 위치에 CCL 이미지를 삽입하고→하이퍼링크를 걸어주면 됩니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입니다. 이런 여러 단계의 과정을 예컨대 한글의 ‘파일→CCL 달기’ 메뉴로 한번에 처리하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무용 SW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가 이미 CCL을 품에 안은 사례가 있습니다. MS는 지난해 7월 CC재단과 손잡고 ‘MS 워드·파워포인트·엑셀 2003’에 CCL을 달 수 있는 플러그인을 MS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플러그인을 직접 내려받아 설치해도 지금은 제대로 메뉴가 추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테스트한 MS 오피스가 한글 버전이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MS 오피스 2003용 CCL 플러그인이 나온 사실조차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SW업계는 CCL 도입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제가 만나본 기업 담당자들이 CCL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입니다. 첫째, CCL을 도입했다가 불법 공유의 책임을 뒤집어쓰지는 않을까. 둘째, CCL을 붙여 콘텐츠를 개방하면 나중에 그걸로 돈을 벌 수 없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오해입니다.

누군가 마음먹고 남의 문서를 무단으로 내려받아 변경하거나 출처도 밝히지 않고 제 것인양 공개하면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해당 문서에 CCL이 달려 있든 아니든, 이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훌륭한 논문을 발견하고, 원저작자의 출처를 밝히고 논문을 인용하고 싶은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 사람은 혹시 논문 주인이 허락없이 인용한 사실을 문제삼을까봐 두고두고 마음이 불안할 것입니다. 이 경우 논문 저작자가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의 CCL을 미리 달아두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출처를 밝히고 논문을 가져다쓸 수 있을 것입니다. CCL은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저작물을 가져다쓴 사람이 CCL을 지키지 않았다면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 경우에도 분쟁의 당사자는 저작권자와 불법 사용자입니다. SW업체는 CCL 조건을 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었을 뿐입니다. 선택은 저작자의 몫입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CCL을 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오히려 해당 SW업체는 칭찬을 받을 일입니다. 보다 명확한 저작물 사용허락 규정을 표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입니다.
 
CCL을 달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오해일 뿐입니다. 대부분 ‘비영리’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인데요. 누군가 자신의 논문에 CCL을 달면서 ‘비영리’ 조건을 내걸었다고 합시다. 이 때의 ‘비영리’ 조건은 해당 논문을 가져다쓰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조건입니다. ‘비영리’ CCL 조건을 내걸었다고 해도, 논문 저작자는 자신의 논문을 얼마든지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있습니다.

오히려 CCL을 달면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는 게 옳겠습니다. 전체 10곡으로 이뤄진 음악CD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음반사는 첫 2곡에 대해서만 CCL을 적용해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합니다.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자연스레 음반 구매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합법적으로 공짜 음악을 듣고, 합법적인 구매행위를 이끌어내는 ‘CCL 이코노미’의 세계입니다. 

발상만 전환하면 어렵잖은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전세계 PDF, DOC, HWP 문서에 CCL을 다는 일을 시작합시다. SW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CCL을 보다 손쉽게 달도록 관련 메뉴를 만들어주시길 당부합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같은 그래픽SW도 동참합시다. PC 기반 SW 뿐만이 아닙니다. 씽크프리 오피스·구글 워드프로세서 & 스프레드시트같은 웹오피스, 판도라TV·엠군같은 동영상 UCC 서비스도 CCL을 달 수 있는 메뉴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CCL 조건들

<블로터닷넷>은 승인된 기사에 대해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의 CCL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조건만 지키면 누구나 <블로터닷넷>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퍼나르거나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 설치형 블로그 저작도구인 태터툴즈는 블로그에 CCL을 붙일 수 있는 플러그인을 기본으로 내장하고 있습니다.

사례는 일일이 열거히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인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JCO)는 웹사이트에 CCL을 도입해 회원들이 저작물을 허락된 범위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만든 언론사 사진 공동유통 사이트 뉴스뱅크도 CCL을 지키는 조건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가져다 쓰도록 개방했습니다. 다음세대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미디어 창작지원 사이트 유스보이스는 청소년들이 올리는 모든 창작콘텐츠에 대해 ‘저작자 표시-비영리’ 조건으로 마음껏 공유하고 재창조하도록 했습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태그스토리도 이용자가 동영상을 올릴 때 CCL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참여, 개방, 공유의 시대입니다. 웹은 이미 개방에 꼭 맞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CCL은 열린 웹을 위해 준비된 만국 공통의 저작권 규약입니다. 아직도 CCL 도입을 망설이신다고요? 이제 SW업계가 나설 때입니다. 

전세계 정보지식의 양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넘쳐나는 지식콘텐츠들이 제 지식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하고 저작권법의 우물에 갇혀 있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SW업계 여러분, CCL로 이들 갇힌 지식콘텐츠에 날개를 달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나누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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