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 기사 > 오두막 이야기

오두막 이야기

오두막 이야기

                                                       박성우

 

1

가늉이와 심삐댁 내외는 외따로 있는 오두막에 살았다

 

심삐댁은 으레 깔리는 새벽 안개처럼

밥 때에 맞춰 마을로 내려왔다

 

꿰맨 바가지 쭈뼛쭈뼛 내밀었다가 해죽해죽, 거두어갔다

 

마을 아낙들은 심삐댁한테서

어버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건네들은 적이 없어

식은 밥이며 나물이며 김치쪼가리며

시래기국 건더기 따위를 듬뿍듬뿍 담아 주었다

 

2

모질이 새신랑 가늉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밥 먹고 똥 싸는 일 말고 한 가지가 더 있어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오두막을 들썩이게 했다

 

쌩긋쌩긋, 심삐댁은 갓난아이 업고 나타나

마을잔치 내내 설거지를 도왔다

 

사뿐사뿐, 정골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심삐댁의 손에는 떡 보자기가 들려져 있었다

 

보자기에 인절미 챙겨주던 정양골할매가 목놓아 울던 밤,

지들이나 처먹지 지들이나 처먹지

찰떡같은 달이 목메이게 차올랐다

 

심삐댁은 젖은 베개 달래어 젖을 물렸다


가슴 아픈 편을 발견했다. 가슴 따뜻한 시인도 더불어 발견했다.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의 해설로 대체한다.


옛날 시골엔 꼭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인의 마을에도, 외딴 오두막에 가늉이와 심삐댁 내외가 살았다. 동네에서 식은 밥이며
김치쪼가리 따위를 얻어먹었다. 삼신할머니는 본래 공평하신 분인지라, 가늉이 내외도 아이를 가졌다. 갓난아기 업은 심삐댁, 생긋
웃으며 마을잔치 설거지를 도왔다. 심삐댁 일하는 모양이 기특해 정양골할매가 인절미를 챙겨준 게 그만 화를 불렀다. 모처럼 얻은
귀한 음식이기에, 부모는 모처럼 얻은 귀한 아기에게 먹였다. 찰떡같은 달 차오른 밤, 아기 잃은 엄마는 눈물로 젖은 베개에 젖을
물렸다.

시인은 아기가 죽었다고 적지 않았다. 장마에 떠내려간 아이와 농약 들고 아이를 따라간 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시 ‘장마’에서도
시인은 ‘죽었다’고 적지 않았다. 굳이 드러내놓지 않아서, 넌지시 일러주고만 있어서 시는 더 시리다.


시가 뭐 그리 새로우냐, 옛날 얘기를 시로 옮긴 건 미당의 ‘신부(新婦)’도 있지 않느냐, 이리 따질 수도 있겠다. 정히 그러고
싶으면 그리하시라. 하지만 울컥, 치받는 기운 없었다곤 말하지 마시라. 시 앞에선 혼자 울어도 된다.


A~[손민호 기자의 문학터치] 웃음 짓다가, 눈물 훔쳤다

 

  1.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1. 엮인글들이 아직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