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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강박증

‘주연 강박증’의 진면목은 갈등·대립·적대 관계에서 나타난다. 자신에게 우호적이거나 적어도 중립적인 사람에겐 대범하고 관대하지만, 자신과 갈등·대립·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응징한다. 편집증적인 응징이다.

[…] 그런데 ‘주연 강박증’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걸 가진 주인공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주인공의 좋은 점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연’을 하는 한 조연과 엑스트라에게 우아하고 온화하고 너그럽고 겸손하고 인간성 좋은 멋쟁이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주연’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거다. 그게 성공의 동력이 되니 좋긴 한데, 자신의 ‘주연’ 자리가 위협받으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표변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 강준만, 이문열과 ‘상류 지식인’의 기품(<한겨레21> 제647호) 중에서

강준만은 이문열이 자신의 출중한 문재(文才)를 논쟁 상대에 대한 혐오감이나 증오심을 표출하는 도구로 비뚜름히 사용하는 태도를 가리켜 ‘주연 강박증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주연 강박증 소유자는 자신이 늘 모든 분야에서 주연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남에게 대범하고 관대하며 헌신적이다. 그러나 자신과 갈등하거나 대립하는 ‘적’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처절히 응징한다. 주연 강박증에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없다. 그들은 ‘재능’은 있되 ‘품격’이 없는 ‘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블로거를 생각해본다. 모든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 안에서 주연이다. 내 블로그는 곧 나만의 튼튼한 성채다. 이들은 성문을 열고 다리를 건너 문간을 기웃거리는 객들에게도 친절하고 헌신적이다.

그러나 누군가 넌지시 충고라도 건넬라치면 거짓말처럼 주연 강박증이 발동한다. 이른바 ‘악플’이라도 등장하는 순간, 증세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상처입은 주연에게 남은 것은 처절한 응징이다. 이제 나는 비운의 햄릿이요, 상대는 철없는 ‘찌질이’일 뿐이다. 이 가련한 나르시시즘은 블로고스피어 확성기를 통과하며 확대되고, 왜곡되고, 과장되고, 재생산된다. 정작 힘 없는 자는 길 가던 ‘지나가다’일 텐데 말이다.

재능 있는 블로거일수록 좀더 관대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성채에서 내 맘대로 떠드는데 누가 뭐랄까 싶겠냐만은, 변명이다. 진정 성채로 남고자 한다면 아예 문단속부터 철저히 하든지. 이곳 저곳에 확성기를 달아놓고 사사로이 마녀사냥의 나팔을 불어대기 시작하면, ‘품격’은 사라지고 저열한 ‘주연 강박증’만 활개치는 이문열식 칼럼과 뭐가 다르겠는가.

 

  1. 다산
    2007-03-09 @18:35 | #1
  2. NoSyu
    2007-03-10 @15:02 | #2

    반갑습니다. 윤종수 판사께서 적으신 ‘블로그 포스팅 논쟁에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사실’글에 나온 링크를 타고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저 자신이 그런 ‘주연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능 있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그런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좀 더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Reply]

  3. asadal
    2007-03-10 @15:16 | #3

    자기 반성과 다잡기를 위한 일기였습니다. ^^;

    [Reply]

  1. 2007-03-26 @11:01 | #1
    익명
    주연 강박증이란 재미난 ...
  2. 2007-03-26 @9:40 | #2
    익명
    李뚯쭏?닿? ?명꽣?룹뿉 ?덉쓣 ??諛뽰뿉 ?녿?..
  3. 2010-11-03 @23:38 | #3
    Tweets that mention 우공이산 » 주연 강박증 — Tops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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