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앤컴퍼니(TNC)가 행성이라면, 태터앤프렌즈는 대기라 하겠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없다면 ‘태터툴즈’란 나무가 자랄 수 없었겠죠."

신정규(26) 태터앤프렌즈 리더는 TNC와 태터앤프렌즈의 관계를 이 한 마디로 설명한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다양한 유기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태터툴즈가 지금까지 무사히 자라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TNC란 행성이 단단히 뿌리를 받치고, 태터앤프렌즈란 대기가 숨결을 불어넣은 덕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태터툴즈가 2004년 공개 이후 지금까지 30만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국내의 대표적 설치형 블로그 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2월말 20여명 의기투합, 9개월만에 770여명으로

태터앤프렌즈가 정식으로 닻을 올린 건 올해 2월말로,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편이다. 신정규 리더는 "흩어져 있던 개발자들이 태터앤프렌즈로 모여 원석이 됐고, 다시 TNC를 만나 보석으로 거듭났다"고 결성 당시를 회고했다. 사연인즉 이렇다.

"올해 초부터 ‘민재아빠’란 분이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모임을 만들자’는 식의 비밀덧글을 달았어요. 태터툴즈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TNC의 기술지원이나 고객서비스를 맡을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죠. 그렇게 한 스무명 정도 모였는데요. 일단 모이긴 했는데, 뭘 해야 할 지도 몰랐고 개발사인 TNC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TNC의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어요. ‘원석을 모아놓고 구경만 하면 보석이 되냐’는, 뭐 그런 얘기였는데요. 그걸 보고 노정석 TNC 사장이 장문의 답글을 달았고, 그 사건이 계기가 돼 태터앤프렌즈가 공식 출범하게 됐습니다."
신정규 TNF 리더
이렇게 20여명으로 시작한 자발적 ‘지원부대’는 9개월여 뒤인 11월 현재 770여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선인 70여명이다. 

TNC 직원들과 일면식도 없던 대학원생 신정규 씨가 태터앤프렌즈 초대 리더가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TNC와 함께 하는 첫 오프라인 모임 자리에서였어요. 제가 ‘태터앤프렌즈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이후로 사람들이 ‘교주’란 별명을 붙여주고 그 자리에서 리더로 뽑아줬어요. 제 발표가 그렇게 인상적이었나, 하하." 

태터앤프렌즈 회원들의 역할은 크게 넷으로 나뉜다. 리더인 신정규 씨를 중심으로 메인테이너, 디벨로퍼, 컨트리뷰터가 포진해 있다. 메인테이너 그룹은 태터툴즈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수많은 플러그인 가운데 태터툴즈에 포함시킬 주요 기능을 선별하는 일을 맡는다. 이를 디벨로퍼 그룹이 제품으로 완성해 내놓으면, 컨트리뷰터 그룹에선 일선 사용자들의 도우미나 스킨 및 플러그인 제작 등을 자원해서 맡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잘 짜여진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완성하는 셈이다. 

개발사인 TNC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태터앤프렌즈 열성회원 가운데는 TNC 직원도 포함돼 있고, 초창기 태터앤프렌즈 회원이 TNC 직원으로 입사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지원이나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태터툴즈 회원들을 위한 공식 오프라인 모임인 ‘오픈하우스’때 함께 참석하거나, 온라인상의 포럼(forum.tattertools.com) 운영에 필요한 서버를 지원받는 수준이다. 그저 태터툴즈가 좋아서, TNC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인 사람들이다. 
태터툴즈 기반 메타블로그 미디어 '이올린'
이들은 요즘 ‘태터앤프렌즈’ 대신 ‘TNF’를 공식 명칭으로 즐겨 쓴다. TNF는 ‘태터앤프렌즈’로도 해석되지만, 그보다는 좀더 넓은 의미의 ‘태터 네트워크 재단'(Tatter Network Foundation)을 가리킨다고 보면 더 정확하다. 지난 10월 문을 연 태터툴즈 기반의 미디어 사이트 ‘이올린'(www.eolin.com)도 TNF의 손때가 밴 작품이다. 

"태터앤프렌즈는 점차 태터툴즈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형태로 TNF속에 흡수될 것입니다. 여기에 태터툴즈 개발자 모임과 태터툴즈를 이용하는 서드파티 지원 그룹을 덧붙이면 TNF의 1단계 밑그림이 완성되는 것이죠."

정보의 자유로운 이합집산을 꿈꾼다

그렇다면 TNF가 그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신정규 리더는 "테터툴즈를 통해 개인 데이터의 독립을 이끌어낸다면, 이올린을 통해서는 집단지성의 콘텐츠 독립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TNF는 개인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압력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말은 그럴듯한데, 여전히 어렵다.

그의 설명을 풀어쓰자면 이렇다. 예컨대 현재로선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가 다음이나 엠파스 혹은 태터툴즈 기반 블로그로 이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기존 블로그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옮기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데이터를 일일이 복사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하더라도, 기존 블로그 데이터가 여전히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블로거가 특정 서비스 또는 플랫폼에 종속돼 있는 것이다. 

TNF는 이용자들이 이처럼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데이터를 옮겨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웹표준을 따르는 문서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면 된다. XML이 대표적 형식이다. 태터툴즈는 지금도 데이터를 XML 형태로 백업·복구·삭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태터툴즈를 이용자끼리는 자유롭게 블로그를 옮겨다닐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특정 이슈나 관심사에 대한 태터툴즈 이용자들의 글이 자유롭게 뭉쳤다 흩어지는 일도 어렵잖다. 개인 콘텐츠 독립이 집단 콘텐츠 독립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같은 콘텐츠의 자유로운 이합집산이 다른 블로그(또는 플랫폼)까지 확대되도록 끊임없이 압력을 넣는 단체가 바로 TNF의 미래 모습이다. 

‘태터툴즈 1.1 유니버스 패키지’ 곧 선보일 것

신정규 리더는 "지금의 이올린은 TNF가 꿈꾸는 세상의 5분의 1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많은 일들이 논의되고 있고, 조만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도 했다. 11월21일께 나올 ‘태터툴즈 1.1 유니버스 패키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유니 태터툴즈 1.1 버스 패키지에는 11월11일 선보인 태터툴즈 1.1 버전(TNC는 이를 ‘코어팩’이라 불렀다)의 기능을 확장해주는 다양한 플러그인이 덧붙었다. ‘콘텐츠 독립’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패키지라 이해하면 되겠다. 

이후로도 많은 얘기들이 오갔지만, 이들의 얘기보따리를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풀어놓기엔 무리가 있겠다. 아직은 많은 것들이 ‘그림’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그림들을 하나씩 채색해 나간다면, 아래와 같은 꿈도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신기루는 아닐 것이다.

"IT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저는 IT가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낙도나 설악산에 네트워크를 깐다고 해서 연결이 확장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길거리 꽃가게나 공원의 할아버지들을 보세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사람은 세상에 넘쳐납니다. 연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통로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자유롭게 데이터가 오갈 수 있는 세상이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꿈입니다."

Comments

  1. 1등) 와우~~ 신정규님 멋지십니다. 태터툴즈 화이팅입니다.
    좋은 인터뷰 잘 읽고 갑니다.

  2. 글을 읽다가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날 것 같은 문제. 수익, 돈 뭐 이런 것들 같은데 신정규님같은 분은 그런 것을 생각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의 성격과 가야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진 사람 같아서 매우 부럽네요. 그게 바로 열정아니겠습니까?

  3. 핑백: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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