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인터넷 업계에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습니다. 어제 인터파크가 4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 오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전격 인수한다는 발표가 터졌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엠파스 인수,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우선 인수 내용을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엠파스는 오늘(19일) 박석봉 사장의 지분과 자사주를 포함한 24.4%의 지분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매각대금은 372억원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450억원 규모의 엠파스 전환사채를 추가로 인수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경우 인수금액은 820억원으로 늘어나고 지분도 최대 43%까지 커질 전망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죠.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인수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엠파스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 29.5%를 공동 인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엠파스에 검색엔진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이번 계약이 실행되면 엠파스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가 됩니다. 단, 대표이사인 박석봉 사장의 경영권이나 엠파스 브랜드, 기존 인력 등은 그대로 승계됩니다. 발표대로라면, 당분간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검색기술+UCC로 시너지 내겠다"

가장 중요한 궁금증부터 풀어봅시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왜’ 엠파스를 인수했을까요. 

이에 대해 박석봉 엠파스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시너지’를 언급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 협력할 경우 어느 사업자보다 시너지가 높아 단기간에 주도적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엠파스는 ‘검색’ 부문에서 나름의 색깔과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해 내놓은 ‘열린검색’은 정보를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가둬놓고 폐쇄적으로 서비스하는 다른 포털들에 던지는 경고이자 도전장이었습니다. 특히 구글처럼 웹문서 방식의 검색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참신하고 기발한 서비스가 제때 나오지 못했으며, 이용자들이 머물며 놀 수 있는 커뮤니티가 약했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은 이와 반대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커뮤니티 ‘싸이월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서비스들도 여럿 내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커뮤니티가 앞서다 보니, 상대적으로 포털사이트인 네이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둘을 합쳐볼까요. 엠파스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가진 이용자 기반의 풍부한 UCC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엠파스가 10년동안 축적한 검색 노하우를 손에 넣었고요. 여기에 검색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코난테크놀로지까지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사실상 코난테크놀로지마저 인수하는 것이 다음 순서로 보입니다.)

이용자는 이제 SK커뮤니케이션즈의 풍성한 콘텐츠를 엠파스의 검색플랫폼 위에서 자유롭게 뒤져보고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엠파스 또한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들을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이식해 보다 풍성하고 아기자기한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고요.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엠파스 서비스가 연동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내 포털업계의 지형도를 빠른 시일안에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몇 가지 얘깃거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엠파스 인수금액은 모두 820억원입니다. 이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미국 라이코스 인수금액(111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합병입니다. 국내 인터넷기업끼리의 인수합병 가운데는 가장 덩치가 큰 사례입니다. 사들이는 주식량은 절반에 못 미치는 43% 규모입니다.

‘써플’, 순차적으로 용도폐기?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검색사업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 9월 1일 SK커뮤니케이션즈는 ‘써플’이란 신규 검색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자체 개발한 검색엔진인데요. 두 달이 채 안돼 코난테크놀로지의 ‘검증된’ 검색엔진을 손에 넣은 모양새입니다. ‘써플’의 위치가 참으로 애매해 보입니다. 소리없이 사라질까요, 여전히 네이트 검색엔진으로 유지될까요. 두고 볼 일입니다.

올해는 엠파스가 창립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불과 한 달 여 전에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도 가졌습니다. 8월말께 박석봉 사장을 만났는데요. 박 사장은 업계의 인수합병 소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어떤 기업과도 인수합병을 의논할 수 있다. 단, 현재로서 인수합병이 논의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정말 그 때까지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이전부터 엠파스의 인수합병설은 업계에 파다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구글의 인수합병설이고요. 지난해엔 MS가, 올해 들어선 NHN이 엠파스를 인수할 거라는 얘기까지 떠돌았습니다. 물론 그 때마다 박석봉 사장의 답변은 늘 위와 같았습니다.

업계에선 여전히 구글과의 인수합병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구글이 한국시장에서 빠른 시일안에 연착륙하는 최선의 카드가 엠파스 인수합병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계약으로 이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새로운 구글의 한국 상륙 파트너가 슬슬 거론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설’이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엠파스 연합군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두드려 왔습니다. 엠파스는 아직 이렇다 할 해외진출 사례가 없습니다. 이번 인수합병은 둘이 힘을 모아 해외 검색(포털)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겠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죠? NHN이 350억원에 첫눈을 인수할 때 보여줬던 그림과 유사합니다. 쓸 만 한 검색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해 경쟁자가 커지는 것도 막고 해외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었죠. 공교롭게도 첫눈 또한 구글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다 무산된 업체입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투입한 돈이 NHN이 쓴 것의 2배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죠.

이제 포털업계의 선두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선두주자인 NHN과 다음이 SK컴즈+엠파스란 강력한 연합군과 맞싸워야 하니까요. 이들이 가진 검색기술과 브랜드 파워, 풍부한 UCC 콘텐츠를 고려하면 아주 흥미로운 싸움이 될 듯합니다. 여기에 구글까지 한국에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혈전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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