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드디어 한국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월 10일 한국에서 열린 구글의 첫 기자간담회 얘기다. 

구글이 어떤 곳인가. 전세계 검색업계를 단숨에 제패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전세계 대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으로 떠오른 절대강자 아닌가. 그렇기에 오늘은 참으로 특별한 날이다. 구글이 오랜 ‘잠수’를 끝내고 드디어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날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데뷔 무대에는 산업자원부와 KOTRA가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구글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이 국내에 R&D센터 설립한다는 얘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이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는 많은 언론들이 ‘구글의 한국내 R&D센터 설립이 임박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이번 센터 설립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이번 구글의 발표 자체가 깜짝 놀랄 뉴스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역시 ‘알맹이’다.

뼈대는 이렇다. ▲구글이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국내 우수 인재들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것 ▲최소 투자규모는 1천만달러(약 100억원)이며, 인력풀이 충분하면 투자규모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 ▲KOTRA는 ‘외국 R&D센터 유치를 통한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2년간 12억5천만원의 재정지원 및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번 발표를 위해 방한한 앨런 유스타스 구글 엔지니어링 및 연구담당 수석부사장은 한국내 R&D센터의 구체적인 연구개발 과제나 인력규모 등에 대해선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R&D센터 규모에 대해서는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많고 잠재력이 무한한 시장"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으며, 구체적인 연구계획에 대해서도 "광대역망이나 이동통신 뿐 아니라 지도나 글로벌 인프라, 검색엔진, 검색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뭉뚱그려 대답했다. "구글은 투자를 할 때 목적을 구체화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할일을 지정한다면 우수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기까지가 구글 수석부사장과 산자부, KOTRA 등이 내놓은 ‘구글 R&D센터’의 밑그림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은 무엇일까. 

첫째, 이번 구글의 한국 R&D센터가 KOTRA의 ‘외국 R&D센터 유치를 통한 인력양성사업’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선 ‘외국 R&D센터 유치를 통한 인력양성사업’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 사업은 2004년 10월 산자부 공고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내용을 보면 ▲신규 설립 또는 확대·투자 예정인 R&D센터에 대해 연구인력 100명까지 1인당 연간 3천만원 한도 안에서 인건비의 80%까지 2~5년간 지원하고 ▲지정 기관에 파견돼 국내 교육을 담당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최대 10명까지 연간 5천만원 한도 안에서 인건비·체재비의 최대 5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표> 참조)

<표> 외국 R&D센터 유치를 통한 인력양성사업

구분 내용
사업대상 신규 설립·확대·투자 예정인 외국 R&D센터
지원대상 – 2년 이상 고용계약 체결한 국내 이공계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연구인력)
– 주관사업자로 지정된 기관에 파견된 외국인 교육요원(국내 교육훈련 담당자)
지원내용 – 연구인력은 연봉의 최대 80%, 1 사업자당 100명 한도, 1인당 연간 3천만원 한도
– 외국인 교육요원은 국내 체류기간 동안 인건비·체재비의 최대 50%, 1 사업자당 10명 한도, 1인당 연간 5천만원 한도
지원기간 2년 원칙, 만료 후 재평가 거쳐 추가 3년 연장 가능

홍기화 KOTRA 사장은 "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향후 2년간 12억5천만원의 재정지원과 함께 행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원프로그램의 최소 지원기간과 일치한다. R&D센터의 인력규모가 100여명이 될 것이란 얘기도 이 지원프로그램과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원래 이 지원프로그램은 올해 4월 중순부터 5월말까지 접수를 받아 진행됐다. 하지만 투자금액 500만달러 이상의 R&D센터일 경우 접수기간에 상관없이 수시 접수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구글이 지원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는 곧 투자금액이 최소한 500만달러 이상이라는 걸 뜻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구글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투자금액이나 R&D센터 규모, 운영계획 등에 관해 앨런 유스타스 부사장은 어떠한 구체적인 언급도 피했다. 오히려 비슷하게나마 수치를 짐작케 해준 곳은 함께 참석한 산자부와 KOTRA 관계자들이다. 100여명의 연구인력이나 1천만달러 투자 등은 말하자면 이들의 ‘희망사항’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구글의 한국내 R&D센터는 사실상 정책적인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최소한의 구색만 갖췄다는 인상을 준다.

다음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R&D센터의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앨런 유스타스 수석부사장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개발자들이 얼마나 몰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단서를 슬며시 달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채용 웹페이지까지 친절하게 소개한 대목이 예사로이 뵈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있을까. 전세계 어떤 기업이 연구 목적도 정하지 않고 R&D센터부터 만든단 말인가. 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몰리냐에 따라 연구주제를 정할 것"이란 얘기다. 이건 대놓고 국내의 잠재적인 경쟁사들에서 우수 인력을 빼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우수한 검색엔진 개발자가 오면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모바일 기술관련 개발자가 오면 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이 대로라면 "구글이 R&D센터를 앞세워 국내 우수 개발자들을 빼가려 한다"는 국내 포털업계 관계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실제로도 앨런 유스타스 부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우수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상을 줬다. "우리는 최대한 훌륭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거나 "전세계에 25~30개의 R&D센터가 있고 연구인력도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다양하다. 지리적 조건이나 우수인재를 얼마나 가용하느냐에 따라 R&D센터의 성장속도가 다르다"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우수 R&D센터를 유치해 선진 기술인력을 양성하자는 산자부와 KOTRA의 구상도 삐걱거릴 공산이 높다. 선진기술을 이전받기는커녕, 국내 우수인력들만 고스란히 빼앗길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의 한국내 R&D센터 설립 발표는 북한의 핵실험 성공 뉴스가 나온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 국내 안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뤄진 외국인 투자유치 발표이기에 주식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장에서 보여준 구글의 모습은 "하긴 하겠는데, 좀 지켜보면서…" 하는 식으로 읽혔다.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속담이 언뜻 생각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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