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오늘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560돌 한글날이자, 한컴 16주년 창립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한컴에 잘 어울리는 날이란 느낌입니다.

그런데 오늘 기자간담회에선 한컴에 왠지 낯선 듯한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크레팟'(www.crepot.com) 서비스가 대중앞에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 날입니다. 

크레팟은 한컴이 2년동안 야심차게 준비해 온 디지털 콘텐츠 신디케이션 서비스입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텍스트나 동영상, 음악이나 사진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유통·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6년만에 인터넷 사업 재도전

이 크레팟이 ‘말 많고 탈 많은’ 이유는 대부분 아실 겁니다. 지난 2000년초 화려하게 출범했다 쓸쓸하게 퇴장한 ‘예카’ 사업 때문입니다. 당시 한컴은 117개 업체를 묶는 거대한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상했지만, 500억원이란 거금만 쏟아붓고 8개월만에 두손 들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사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호되게 덴 셈이죠. 그래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크레팟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도 호의적일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컴은 2년동안 크레팟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서비스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김재훈 전략사업본부장(상무)은 "수많은 시장조사를 거쳤으며 기획에 또 기획을 거듭했다"고 말했습니다. 옛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투자도 최대한 자제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한컴이 지난 2년동안 크레팟 프로젝트에 투입한 돈은 20억원. 그것도 올해 말까지 배정된 8억여원의 마케팅 예산을 다 쓴다는 전제아래 추산한 규모입니다. 전담 직원이래야 18명. 그나마 넷한글 등 다른 웹 관련 서비스까지 함께 맡고 있어 ‘전담’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전체 직원 253명에 자본금 610억원, 연간 매출이 400억원을 넘는 한컴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몸을 사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컴측은 조심스러운 가운데서도 은근한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손익만 따진다면 지금 상태로도 투입한 돈은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모양새는 갖췄다는 게 한컴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진화 방향을 보더라도 크레팟은 장차 한컴을 먹여살릴 ‘캐시카우’로 손색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모듈화된 콘텐츠 공유 및 거래 플랫폼

그렇지만 주변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에도 불구하고 크레팟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이기 때문입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일단 서비스만 놓고 본다면 꽤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핵심은 ‘스타일록'(Stylelog)인데요. 한컴측은 한마디로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보완서비스’라고 표현합니다.

스타일록은 겉보기엔 미니홈피를 빼닮았습니다. 조그만 개인공간이 팝업창으로 뜨고, 갖가지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스크랩하도록 돼 있습니다. 

한컴측은 여기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꽤 다양하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단순한 텍스트에서부터 이미지와 동영상, 음악과 웹진 형태 등. 다양한 형식의 테마를 덧붙여 해당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올리도록 했습니다. 각각의 테마는 모두 ‘모듈화’돼 있습니다. 모듈화는 텍스트나 이미지 중심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는 없는 기능입니다. 나름대로 차별화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장터’ 기능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한컴은 크레팟이 이용자끼리 디지털 콘텐츠를 주고받는 플랫폼일 뿐 아니라, 값어치 있는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이 밖에 자신이 올린 사진들을 모아 앨범 형태로 맞춤 제작하거나, 내 글을 모아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이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크레팟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우선 회원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의 문제입니다. 

한컴은 크레팟을 가리켜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보완서비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선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어찌 보면 기존 서비스를 뒤쫓는 입장"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뒤쫓겠다는 것일까요.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개인의 사이버 공간 속 집과 같습니다. 여유와 열정이 있어 여러 곳에 집을 마련해두고 모두 관리하면야 좋겠지만, 대개는 한 곳에 정착하게 마련입니다. 이미 싸이월드나 이글루스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들을 크레팟의 ‘스타일록’이란 새 집으로 데리고 오려면, 나름의 당근을 제시해야 합니다. 미니홈피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서고 있는데, 새 주민을 받기 위한 포석은 아직 뚜렷이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크레팟 서비스는 아직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뭔가 특이한 기능과 메뉴가 잔뜩 붙어있긴 한데, 막상 회원가입을 하고 나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느낌입니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기본적인 주거공간인 스타일록을 만드는 단계부터 좌절하곤 합니다. 이는 한컴측도 수긍하는 대목입니다. "10월 말까지 이용자들이 좀더 직관적이고 쉽게 스타일록을 생성하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 한컴측의 답변입니다. 두고 볼 대목입니다.

한컴, "5.0 버전까지 이미 준비돼 있다"

어찌 보면 크레팟은 차세대 싸이월드 서비스인 ‘C2’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C2 또한 아직 정식으로 서비스하진 않았지만 개발 과정은 공개되고 있는데요. 역시 이용자의 구미에 맞게 모듈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기본 생각입니다.

C2가 공개되면 크레팟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1800만 미니홈피 회원을 보유한 싸이월드와의 맞대결은 분명 힘겨운 싸움일 것입니다. 7년간 운영하며 쌓은 인터넷 서비스의 노하우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크레팟으로선 선점효과에 기대는 게 가장 확률 높은 싸움일 듯합니다. 초기 연착륙 여부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입니다. 그래야 한컴측도 내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과감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을 테고요.

김재훈 상무는 "지금의 크레팟이 1.0 버전이라고 할 때, 기획은 이미 5.0 단계까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당분간 18명의 크레팟 담당 직원들은 눈코뜰 새 없이 숨가쁘게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의 싸늘한 반응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김재훈 상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쓴소리를 들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내비쳤습니다. 이들이 마음을 다잡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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