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떠나 있는 동안 큰 인수합병건이 터졌다. 많은 언론과 블로거들이 관련 소식을 다각도로 알려주셨으니, 딜레땅뜨인 나까지 뒷북 치는 건 생략하고.

소회만 간단히. 두서 없더라도 양해를.

우선, 축하부터!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구글 패밀리’로 국내 벤처기업이 첫 이름을 올렸으니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박수칠 일이다. 다른 벤처기업들에게도 기대와 희망을 줄 테고, 침체된 벤처붐에도 다시금 불씨를 지필 계기가 됐을 터.

다른 한편으로,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축하와 더불어 아쉬움을 토로하는 블로거분들의 의견에도 공감한다. 다만 ‘토종 벤처로 당당히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란 의견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이미 소프트뱅크가 15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의 상당부분을 확보한 상태이니, 토종 벤처 운운은 큰 의미가 없을 듯.

정작 아쉬움은 다른 데 있다. 이를테면 TNC가 일관되게 밀고 나온 철학과 목표가 ‘Googled’한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인수합병을 공식 발표한 9월12일 자정 12시를 기해 노정석·김창원 공동대표 명의로 TNC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올린 글에선 “이번 구글과의 인수합병은 종착역이 아니라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며, 생각했던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릴 것”이란 대목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테면 구글과의 인수합병 계약은 최종 목표를 향한 징검다리란 뉘앙스다.

공동대표 명의로 올린 글임을 감안하면, 자칫 방문객에게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표현이다. 이를테면 이천수 선수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면서 “페예노르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라고 말하는 격이다. 새 둥지로 옮기며 ‘여긴 끝이 아니야. 난 다른 둥지로 떠날거야’라고 말한다면, 그를 받아들이는 곳의 기분은 어떨까.

그 때문일까. 연휴가 지난 16일 오후께 해당 문구가 바뀌었다. “태터앤컴퍼니가 옳다고 믿고 있던 철학과 그 방향이 일치하였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사용자 여러분들께 더욱더 앞선 가치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어떤 질의나 커멘트도 드릴 수 없다”는 양해 문구도 덧붙었다.

왜 지루하게 설명하는고 하니, 삭제되기 전 문구를 보며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은 정확히 말하면 영업 양수도 계약이다. TNC의 인력과 서비스가 구글 품에 안긴다는 뜻이다. 풀어 말하면 시범서비스 단계인 텍스트큐브닷컴과 TNC 인력이 구글에 인수된다.

설치형 블로그툴인 텍스트큐브(옛 태터툴즈)는 개발과 배포 주체가 TNF인 만큼, 이번 인수와 무관하다. 옛 태터툴즈 기반 서비스 티스토리는 이미 다음 품에 안겼다. TNC가 내놓은 텍스트큐브 기반의 블로그 서비스인 텍스트큐브닷컴은 아직 베타서비스 단계다. 성공스토리가 없는 신생 서비스란 뜻이다.

계약 조건이야 비밀이라니 알 수 없지만, 인력과 서비스를 확보한 구글코리아로선 원하는 방향대로 이들을 끌고다닐 게 뻔하다. 텍스트큐브닷컴을 버리든 구글 서비스로 흡수하든 구글코리아의 몫이란 얘기다. 이 경우 TNC란 배로 이들이 원하던 종착역까지 항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배로 갈아탄다면 모를까.

다시 묻고 싶다. ‘독립 블로거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원하겠다’는 TNC의 철학은 구글 울타리 안에서도 지켜질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싶다. 현 노정석·김창원 공동대표의 의지는 이 경우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건 시스템 문제다. 텍스트큐브닷컴 서비스는 구글코리아란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구글코리아가 ‘한국 블로그 생태계를 다양화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방식 또한 구글코리아가 결정할 뿐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구글코리아의 진짜 수확은 TNC 초기 개발인력이 아닐까. R&D센터를 내세우긴 했지만, 결국은 TNC 개발 인력을 흡수하는 것이 이번 인수의 주 목적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복잡한 수식어는 빼자. TNC는 척박한 국내 토양에서 좋은 회사를 키워 만족스런 값(짐작컨대!)에 팔았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내 첫 인수합병 사례를 발표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좋은 개발인력을 확보했다. 진짜 웃는 이는 TNC 뒤에 있는 소프트뱅크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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