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일 ‘구글 크롬’이 공개되자 세계는 경악하고 환호했다. 웹 제국 지배자가 소프트웨어 황제에게 공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과 ‘웹브라우저’란 두 키워드만으로도 시장은 거세게 출렁거렸다. 2004년 ‘파이어폭스1.0′이 첫선을 보였을 때 철옹성같던 마이크로소프트(MS) 웹브라우저 제국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됐다면, 그 균열이 주먹만한 구멍으로 발전한 지금 ‘구글 크롬’은 대놓고 굴삭기를 들이대는 모양새다. ‘웹브라우저=IE’란 등식에 익숙한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제왕은 죽지 않았다. 움츠리고 있었을 뿐이다. ‘파이어폭스3.0′과 ‘구글 크롬’의 원투펀치에 움찔했던 웹브라우저 제왕 MS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IE8 로고

MS가 차세대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8 베타2′ 한글 버전을 9월9일 선보였다. 1995년 ‘IE1.0′을 처음 선보인 이래 8번째 판올림 버전이다.

명불허전인가. 한눈에 본 IE8은 옛 IE7과 확연히 달랐다. 검색 속도는 빨라졌고 이용자 보호 기능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용자 편의 기능도 많아졌으며, 웹표준도 충실히 따르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웹표준 따르되, 액티브X도 지원

무엇보다 관심사는 웹표준 준수 여부. IE8은 준비 단계부터 ‘웹표준을 따르는 웹브라우저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세계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고, MS는 일단 약속을 지킨 모양새다.

IE8은 웹표준 렌더링 엔진을 기본 엔진으로 채택했다. 특정 웹브라우저에 맞춰져 있거나 비표준을 따른 웹사이트는 IE8로 접속하면 화면이 일부 깨져 보이게 된다.

장홍국 한국MS 윈도우 마케팅 총괄 이사는 “IE8에 맞춰 웹사이트를 제작하면 어떤 웹브라우저로 접속해도 정상적으로 컨텐트를 볼 수 있다”며 “더이상 특정 웹브라우저에 맞게 웹사이트를 구축할 필요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웹표준을 따르는 방향으로 웹사이트를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IE8 출시에 따른 변화를 소개했다. IE7까지 옛 제품들이 비속어를 섞어 쓰는 도덕 불감증 환자였다면, IE8은 태생부터 바른말 고운말을 쓰도록 교육받은 셈이다. 역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IE7에 맞게 제작된 웹사이트들은 당장 뜯어고치고 다듬어야 할까. 이런 웹사이트들을 위해 IE8 ‘IE7 호환 에뮬레이팅’ 기능을 제공한다. 기본 IE8 엔진을 대신해 IE7 모드로 웹브라우징을 즐기도록 하는 기능이다. 만약 IE8 기본 엔진과 호환되지 않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새로고침’ 형태의 작은 아이콘이 주소창 옆에 뜬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웹사이트를 IE7 모드로 검색할 수 있다.

접속할 때마다 IE7 모드로 전환하기 귀찮다면 기본값을 IE7로 바꿀 수도 있다. IE8 메뉴의 ‘호환성 뷰’ 항목에 해당 웹사이트를 추가하면, 다음부터 이 사이트는 IE7 모드로 계속 이용하게 된다. 웹사이트 관리자라면 서버 환경설정 파일에 ‘X-UA-Compatible:IE=EmulateIE7′이라고 한 줄만 추가하면 이용자가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IE8로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IE7 모드로 전환된다. 물론 이는 단기적 처방일 뿐이므로, 시간을 두고 웹표준에 맞도록 웹사이트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다른 관심사는 역시 ‘액티브X’ 지원 여부다. IE8은 액티브X를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액티브X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액티브X 컨트롤을 필요 이상으로 오·남용하는 웹사이트가 문제’라는 것이 MS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액티브X가 웹서비스를 구축하는 쉽고 편리한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도 MS가 끝내 액티브X를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이유였다.

그 대신 IE8에선 액티브X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를테면 IE8은 한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액티브X 컨트롤러는 해당 도메인에서만 동작하도록 설계했다. 특정 웹사이트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액티브X 컨트롤러가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몇몇 오작동 문제도 개선했다. “IE8 베타1에서 일부 웹사이트 액티브X 컨트롤러가 방화벽이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베타2 한글버전에선 대부분 문제를 해결한 상태”라고 장홍국 이사는 덧붙였다.

‘액셀러레이터’로 다양한 웹서비스 연동

웹표준 문제 밖으로 눈을 돌리면 IE8의 새로운 기능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IE8에서 새로 선보인 ‘액셀러레이터’와 ‘웹슬라이스’는 MS가 다른 웹브라우저와 차별화하는 핵심 기능이다.

‘액셀러레이터’는 한 웹사이트 안에서 다양한 외부 웹서비스를 손쉽게 끌어다 쓰는 기능이다. 예컨대 웹페이지에서 웹페이지에서 특정 단어나 문구를 선택하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해당 단어와 관련한 사전, 번역, 블로그 등 관련 서비스로 곧바로 연결된다. 음식점 웹사이트에 표시된 주소를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뒤 ‘엑셀러레이터’ 버튼을 선택하면 온라인 지도 서비스로 바로 이동해 위치를 알려주는 식이다. 영문 뉴스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 위에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곧바로 사전을 열고 뜻을 풀이할 수도 있다. 이용자는 자주 쓰는 서비스들을 직접 ‘엑셀러레이터’에 등록해두고 쓰면 된다.

장홍국 이사는 “어떤 웹서비스든 자유롭게 엑셀러레이터에 자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업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MS IE8 베타2 한글버전 출시 기자간담회

‘웹슬라이스’는 이름처럼 원하는 웹사이트의 특정 부분만 잘라내 구독하는 기능이다. 예컨대 이베이에서 관심 있는 카메라 경매 정보를 선택하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웹슬라이스 등록’을 하면 화면 상단 즐겨찾기 표시줄에 웹슬라이스가 등록되고, 이 항목을 누르면 해당 카메라 경매 현황만 팝업창 형태로 따로 볼 수 있는 식이다. 실시간 바뀌는 뉴스나 주식, 날씨와 경매 서비스 등을 구독하는 데 유용하다.

주소창과 탭, 검색 기능도 지금보다 편리하고 강력해졌다. ‘스마트 주소창’을 도입해 주소창에 단어만 입력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모든 방문한 페이지 목록이 풀다운 방식으로 뜬다. 필요 없는 방문 페이지는 목록에서 삭제할 수도 있다. 검색창은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함께 보여주는 ‘비주얼 검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예컨대 아마존을 검색엔진으로 지정하고 ‘D90′을 입력하면, 아마존에 등록된 D90 카메라 목록과 이미지가 함께 뜨는 식이다. ‘내 페이지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특정 웹페이지에서 검색어를 입력할 때마다 해당 검색어를 실시간으로 찾아 노란 음영으로 강조해 보여준다.

IE7부터 도입된 ‘탭브라우징’은 IE8에선 독립 프로세서로 분리됐다. 각각의 탭이 별도의 프로세서로 움직이므로, 한 탭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같은 도메인에 있는 탭들끼리 같은 색으로 표시해주는 ‘탭 그루핑’ 기능도 덧붙었으며, 드래그앤드롭으로 그룹을 관리하거나 같은 그룹에 속한 탭을 한꺼번에 닫는 기능도 제공한다.

IE8은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즐겨찾기 기록 보존’ 기능은 히스토리를 삭제해도 로그인 정보같은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주로 쓰는 컴퓨터에서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유용하다. 반대로, 공용 PC에선 ‘인프라이빗(InPrivate) 브라우징’ 기능을 쓰면 방문한 웹사이트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이용자가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자동으로 경고 페이지로 넘어가며 접속을 차단하는 ‘스마트 스크린’ 기능도 IE8부터는 맬웨어 다운로드 차단 기능으로 확장됐다.

IE8 베타2 한글 버전은 9월17일 공식 출시된다. 늦둥이 웹브라우저들의 양면 공세에 맞선 MS가 IE8을 앞세워 웹브라우저 제왕 지위를 굳힐 수 있을까.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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