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 화두다. 인터넷에도 3대 적폐가 있다. 액티브X, 게시물 임시조치, 인터넷 실명제다.

액티브X의 폐해는 굳이 또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하시리라. 득은 없고 실만 가득한, 인터넷 초기에 탄생한 구닥다리 플러그인이니까. 창조주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그 한계를 인정했건만, 잔재가 남아 민폐를 이어가고 있다. 새 정부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폐지 약속을 광화문 1번가에 내건 만큼, 이번엔 인공호흡기를 제대로 뗄지 지켜볼 일이다.

게시물 임시조치는 인터넷 게시물을 게시판 운영업체가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허락한 법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규정돼 있다. 특정인이나 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거나 다툼의 불씨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질 때까지 임시로 외부 접근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된 기업이나 정치인이 자신들의 잘못을 꼬집는 글들을 포털에서 차단시키는 용도로 악용돼 왔다. 공익성 제보나 비리 폭로 등의 글조차 당사자가 요청하기만 하면 최대 30일까지 운영업체, 즉 포털이 해당 글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임시조치는 뒤가 구린 이들에게 급한 불을 끄는 소화기요, 소나기를 피하는 우산이었다. 이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개선을 약속했으니 변화를 기대해도 되겠다.

이제 인터넷 실명제, 엄멀히 말하면 ‘제한적 본인확인제’ 얘기다. 이 녀석도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에 따라 태어났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7월27일 시행됐다.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개인정보 유출 등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성 게시물을 막기 위해서’란 취지였다.

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악플’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 발상, 참으로 무색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는 2010년 인터넷 실명제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의 본질은 인터넷 공론장에서 ‘민증 까고’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은 곧 감시사회다. 감시사회에서 글쓴이는 자기검열에 빠지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실명제의 또다른 폐해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는 가장 손쉬운 본인 확인 방법으로 주민번호를 받아 서버에 보관했다. 그러다보니 해킹이나 사고로 주민번호가 대량 유출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2011년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게 대표 사례다. 지금도 창궐하는 스팸 문자나 피싱 범죄의 근원엔 인터넷 실명제가 똬리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8월23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폐지됐다.

이 낡은 e시대의 유령이 중국에서 부활했다. 중국이 10월부터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인터넷안전법을 만들었다. 중국 사이버관리국의 설명이 낯이 익다. ‘과거 온라인 댓글이 거짓 소문과 불법 정보 등을 전파하는 문제를 일으켰다’고.

이 법이 시행되면 중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는 사용자를 등록할 때 본인 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용자 정보도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 이 법은 인터넷 게시판 뿐 아니라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사회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정보면 모두 검열 대상이다. 중국정부는 이 기술적 조치를 ISP에 떠넘겼다. 바이두나 알리바바, 텐센트가 정부 문지기가 되는 꼴이다.

중국은 이른바 ‘만리방화벽’으로도 악명이 높다. 만리방화벽은 중국정부의 자국민 검열 시스템이다.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틀어막고, 허가된 정보와 서비스만 골라 들여보내주는 장치다. 어차피 마음먹고 검열하는 마당이니, 실명제 하나 얹는 게 놀랍진 않다. 중요한 건, 검열당국이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다. ‘그 입 다물라.’ 압박에 길들여지면 감시도 일상화된다. 우리가 힘들게 건너온 수렁으로 중국은 발을 들이밀고 있다.

(<한겨레21> 제1178호, 2017년9월11일)

Flickr, Winston Hearn.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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