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상식을 밑거름 삼아 혁신을 싹틔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따금 과학의 힘을 빌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에 투자해야 하는 과학의 속성을 악용하기도 한다. 패기와 사기, 도전과 도박은 과학에선 한 끗발 차이다.

2016년 4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인디고고를 달궜던 기발한 물병을 기억하는가. 폰터스가 선보인 ‘에어로’ 얘기다. 폰터스 설명을 옮기자면 이렇다. 에어로는 공기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물병이다. 물병 입구엔 팬과 필터가 달려 있고, 몸통은 태양광 패널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 패널이 만든 에너지로 팬이 돌면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필터를 거쳐 물병에 물이 고인다. 이런 식으로 1시간이면 500ml의 물을 만들 수 있다. 폰터스는 자전거와 물병을 결합한 ‘라이드’도 선보였다. 자전거를 타기만 해도 물병에 물이 만들어진다는 제품이다. 초기 구입비는 에어로가 250달러, 라이드는 225달러였다. 이 프로젝트는 목표 금액인 3만 달러의 11배가 넘는 34만5천 달러를 모금하며 성황리에 마감됐다.

하지만 곧 의혹이 제기됐다. 프로젝트가 공개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해 5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전자공학자이자 동영상 블로거인 데이빗 존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전자공학 동영상 블로그에 폰터스 물병 프로젝트가 사기임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데이빗은 폰터스가 주장하는 방식은 열역학 원리로 볼 때 물은 커녕 뜨거운 공기만 병에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폰터스 이론대로 물을 채우려면 병을 감싸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큰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비꼬듯, 데이빗은 직접 어른용 매트 만한 태양광 패널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은 유튜브레딧 등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폰터스는 지난해 중순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올해 1월부터 본격 제품 생산에 들어가, 4월부터는 예약 구매자에게 발송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마법의 물병은 해를 넘기면서도 여전히 ‘개발 중’이다. 개발자인 크리스토프 레테자르가 인디고고 페이지에 올린 개발 경과를 보면 아쉽게도 비관적이다. “우리의 기대와 설계 목표가 너무 높았습니다. 우리는 자체 충전 물병을 만들 수 있는 고효율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식수가 샘솟는 물병을 만날 기대는 당분간은 접어야 할 듯하다.

비슷한 논란은 지난해 말에도 일어났다. 이번엔 ‘워터시어’란 프로젝트가 입방아에 올랐다. 워터시어는 물병이 아니라, 물을 만드는 터빈이다. 땅 위에 노출된 터빈이 바람의 힘으로 회전하며 공기를 빨아들이고, 공기는 땅 속에서 냉각되며 물방울로 응축돼 저수조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37리터까지 식수를 모으고, 필요할 때 펌프로 퍼내 쓸 수 있다고 한다. 설명대로라면 사막 지역이나 물부족 국가에서 워터시어가 식수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도 지난해 10월 인디고고에 올라와 목표액의 3배가 넘는 30만 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기임을 주장하는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자이자 동영상 블로거인 ‘Thunderf00t’는 30여분에 걸쳐 워터시어 프로젝트의 효용성을 조목조목 따지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는 워터시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비키랩에 대해서도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실체가 불분명한 프로젝트가 홈페이지에 많이 올라와 있다”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키랩은 워터시어 관련 기술과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2017년 초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도전 대신 한탕을 의도한 사례도 있다. ‘트라이톤’이 그렇다. 트라이톤은 산소통 없이도 물 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게 해주는 ‘인공아가미’를 표방한 제품이다. 지난해 3월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과 더불어 사기 논란이 일었다. 애당초 물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게 아니라,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 액화산소를 쓴다는 게 주된 의혹이었다. 트라이톤은 결국 기술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사기성 프로젝트로 밝혀졌다. <한겨레21> 지면에서도 지난해 3월 트라이톤 프로젝트를 소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설익은 정보를 전달해드렸다. 이 지면을 빌려 독자분들께 사과드린다.

(<한겨레21> 제1144호, 2017년 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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