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 것이여. 사람은 거들 뿐이제.”

거름을 주고 잡초도 열심히 뽑았지만, 사람의 힘은 딱 거기까지였다. 날이 가물어야 과일이 달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엔 어김없이 보리농사가 풍년이었다. 농부의 땀은 하늘에 닿아야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다.

이 절반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 시나브로 무르익었다. 기술의 혜택으로 대지를 골고루 적시려는 시도다. 농업과 기술이 만나면 ‘콩 심은 데 팥 나는’ 일도 될 법한 도전으로 바뀐다. 하늘에 기대던 농업이 사람이 짓는 기술과 만났다. ‘농업테크’다.

마코토 코이케 씨는 자동차용 임베디드 시스템 디자이너였다. 그는 1년 전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을 도와 오이농장 일을 시작했다. 부모님은 신선하고 아삭한 오이를 식탁에 공급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마코토의 부모님 오이농장은 곧게 뻗고, 색이 선명하고, 가시가 많은 일등급 오이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마코토는 오이농장 일을 거들며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님은 농사일보다 다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오이를 등급별로 분류하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농번기엔 하루 8시간을 꼬박 오이를 9등급으로 분류하는 일에 매달렸다.

마코토 씨는 자신의 재능을 농장일에 보태기로 했다. 그는 올해 3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대국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알파고를 보며 인공지능이 농장 일손을 덜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딥러닝 기반의 오이 자동분류 시스템을 만들었다.

딥러닝은 간단히 말해 비선형 데이터셋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상을 식별해내는 기술이다. 색깔도, 모양도, 무늬도 제각각인 오이들을 기계학습을 거쳐 등급별로 분류하는 데 제격이었다. 분석을 거듭할수록 정확도는 올라간다. 인공신경망은 때로 인간의 눈을 뛰어넘기도 한다.

마코토 씨는 ‘라즈베리파이3’을 쓴 컨트롤러로 오이 사진을 찍었다. 오이를 자동 분류하는 핵심 기술은 ‘텐서플로우’를 썼다. 텐서플로우는 구글이 공개한 오픈소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다. 원리는 이렇다. 컨트롤러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1단계로 분류기가 수많은 사진 가운데 오이 사진만 걸러내고, 2단계에선 이 오이 사진을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9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런 식으로 시험용 이미지로 오이를 분류했더니 정확도가 95%가 넘었다. 열 일꾼 부럽지 않은 로봇 농사꾼이 이렇게 탄생했다.

숙제도 있었다. 기계가 오이 등급을 제대로 분류하려면 학습용 데이터셋이 필요하다. 마코토 씨는 어머니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한 오이 사진 7천장을 찍었다. 그 시간만도 3개월이 걸렸다. 기계의 정확도가 올라가기 전까진 사람이 개입해 이런 식으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대용량 컴퓨팅 자원도 필요하다. 마코토 씨가 자동학습 시스템을 실제 오이 분류에 투입했더니 정확도가 70% 아래로 떨어졌다. 오이 사진의 해상도가 80×80픽셀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으론 기계가 모양이나 길이, 구부러진 정도만 분류했다. 색깔이나 긁힘 정도, 오이 가시의 양은 분류하지 못 했다. 고해상도 사진을 쓸 수는 있지만, 지금 시스템으론 분류 시간이 훨씬 늘어난다. 빠른 시간에 정확히 오이를 분류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고사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개인이나 소규모 농장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란 만만찮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런 숙제를 풀어줄 좋은 도우미다. 구글은 올해 3월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이 끝나자마자 ‘구글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이 보유한 머신러닝 기술과 자원을 누구나 손쉽게 쓰도록 만든 서비스다. 이용자는 데이터, 그러니까 오이 사진만 한웅큼 준비하면 된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아마존 머신러닝’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머신러닝’으로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사의 반을 인공지능이 짓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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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제1129호, 2016년 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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