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2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변에 모였다. 저마다 손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어슬렁거리고, 뛰어다녔다. 이들은 ‘괴물’을 찾고 있었다. 그 괴물은 ‘포켓몬’이다. 마니아인 당신을 위해 굳이 부연하자면, ‘망냐뇽’이 해변에 출현했다는 소식에 이를 잡으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이라 하겠다.

이 난리법석은 모두 다 ‘포켓몬 고’ 때문이다. 1996년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포켓몬스터’는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 확장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로 꼭 스무살. 청년 포켓몬이 닌텐도를 수렁에서 건져올리고 있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 제조사로 문을 열었다. 1980년 전자오락기를 개발하며 닌텐도는 본격 게임업체로 발돋움했다.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이 잇달아 히트하며 닌텐도는 세계 최고의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회사로 우뚝선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 시리즈에 이어 ‘닌텐도 위’가 발매된 2007년, 닌텐도의 시가 총액은 무려 90조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닌텐도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때 대체하지 못했다. 올해 3월에야 첫 스마트폰 게임을 내놓을 정도였다. 후속 게임기 모델마저 판매 부진에 빠지며 닌텐도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년도부터는 순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비디오게임 업계의 전설 닌텐도는 그렇게 사라지나보다 싶었다.

2016년 7월6일, 반전이 일어났다. 닌텐도는 ‘포켓몬 고’를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지역에 출시했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즐기는 증강현실(AR) 방식의 스마트폰 게임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응용프로그램(앱)을 켜고 화면을 보며 거리를 돌아다니며 근처에 있는 포켓몬을 잡으면 된다. 부지런히 돌아다닐수록 포켓몬은 빨리 성장한다. 포켓몬끼리 싸움을 붙일 수도 있다. 요컨대, 실제 거리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찾고, 잡고, 키우는 게임이다. 닌텐도는 근처에 포켓몬이 나타나면 불빛과 진동으로 알려주는 팔찌 ‘포켓몬 고 플러스’도 내놓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5일 만에 ‘포켓몬 고’ 다운로드 수는 750만건을 넘어섰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운로드 수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닌텐도 주가도 더불어 고공행진 중이다. ‘포켓몬 고’가 출시되기 하루 전인 7월6일, 뉴욕증시에서 17.5달러에 거래되던 닌텐도 주가는 다음날부터 급상승해 7월11일에는 28달러에 육박했다. 닌텐도의 기업가치도 일주일 여 만에 10조원이나 늘었다. 아이폰용 ‘포켓몬 고’ 이용자가 매일 갖다바치는 수익만도 18억원에 이른다. ‘부활’을 얘기하기엔 아쉬울 것 없는 성적이다.

‘포켓몬 고’를 둘러싸고 진풍경도 벌어진다. 미국에선 포켓몬을 찾아 밤새 스마트폰을 켜고 으슥한 곳을 어슬렁거리다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 당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2008년 이라크 방문 기자회견 도중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했던 조지 부시 당시 미국대통령 사건을 풍자해, 신발 대신 ‘몬스터볼’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던지는 ‘움짤’도 등장했다. 생활정보 서비스 크레이그리스트에는 ‘20레벨짜리 포켓몬 고 계정을 100달러에 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와중에 포켓몬 찾겠다며 상공에 드론을 띄운 열혈팬도 나왔다. ‘운전 중엔 포켓몬 고를 하지 말라’는 캠페인이 등장할 만도 하다. 근처 이용자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 포 포켓몬 고’ 앱은 출시 이틀 만에 1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사건 사고도 줄을 잇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포켓몬을 사냥하던 이용자가 쇄골이 부러졌다는 트윗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게임을 즐기다 넘어져 찰과상을 입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 리버튼에선 집 앞 강에서 포켓몬을 사냥하던 19살 여성이 변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아담 리브란 이용자는 구글 계정으로 ’포켓몬 고’에 접속하면 앱이 이용자 동의 없이 G메일과 캘린더, 검색 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며 보안 위협을 지적했다. 미국 미주리주에선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포켓스톱’을 인적이 드문 곳에 놓아두고, 이를 찾아온 이용자를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무장강도 4명이 체포됐다.

국내에선 아직 ‘포켓몬 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한국에선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로 구글 지도를 제대로 쓸 수 없기에 ‘포켓몬 고’도 즐기기 어렵다는 비보도 들린다. 며칠 안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도 정식 출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공식 발표가 아니니 두고볼 일이다. (이 글이 공개됐을 무렵엔 주변에서 ‘포덕’들을 발견할 지도 모를 일이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미친 분처럼 게임 캐릭터나 잡으러 돌아다니는 모습이 한심해 보이는가. 허나, 돌아보면 일상이란 이런 사소함과 잉여의 총체 아니었던가. 우리가 매달리는 게 우주정복이나 지구평화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에게 거창하고 중요한 일이 다른 이에게 사소하고 하찮아 보일 수 있을 게다. 그게 곧 더불어 사는 사회의 다양성이다. 닌텐도의 디자이너 스기모리 켄은 무려 6년에 걸쳐 300종류의 캐릭터를 그리고 또 그렸다고 한다.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안틱랩스는 구글어스와 구글지도를 만들었던 실력파 개발자들이 모인 구글 사내벤처 출신이다. 치열함을 먹고 자란 그들의 잉여로움이 오늘날 ‘잘 키운 포켓몬’을 탄생시켰다. 그 포켓몬이 지금 닌텐도를 구원하고 있다.

(<한겨레21> 제1121호, 2016년 7월25일자)

pg_06

pg_01

campaign_poster

pokeball_bush

pokemon_diet

출처 : 9gag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